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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두 선배에게서 구한 조언

by 프라우지니 201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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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며칠 전, 근무중 제가 한 어르신과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떤 일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952

날 피곤하게 하는 고객과의 심리전

 

사실을 말씀 드리자면 이런 소소한 일은 매일 일어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분들이 내 관심 밖의 인물들이면 별로 신경도 안 쓰이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깊게 안 하죠.

 

“저 어르신이 또 저러시네..”

 

뭐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더 애정을 가지고 있고, 각별하다고 생각했던 분인 경우는 조금 다르죠.

이번 경우도 내가 각별하게 생각했던 분이셨기에 더 실망했던 거였구요.

 

그런 일이 있고 며칠 동안은 그 어르신의 방을 피하고 싶었는데..

다음 근무를 들어가서 딱 그 방이 걸렸습니다.

 

내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일단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K부인을 씻겨드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은 했지만..

평소처럼 그렇게 진심으로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K부인은 당신이 나에게 하셨던 행동을 다 잊으신듯..

활짝 웃으시면서도 살짝 내 눈치를 보십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일을 마치고 그 방을 나왔습니다.

그 방을 나오면서 케잌을 들고 들어가는 한 방문객과 마주쳤습니다.

 

그런가부다..하고 나왔는데..

그 방에서 들리는 한마디.

 

“직원이 나한테 얼마나 불친절한지 몰라!”

 

평소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웃지만 않았을 뿐인데!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했는데,

평소에는 “천사”였던 내가 갑자기 ‘불친절한 직원“이 됐습니다.

 

지난번 일도 실망스러운데 이번 일이 생기니 더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시는 K부인.

사람의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참 다르십니다.

 

근무하면서 겪은 나의 첫 번째 시련입니다.

이번 일은 혼자 헤쳐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니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우선 내가 실습생 시절부터 나를 봐온 소냐에게 이번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소냐 같은 답변이 나옵니다.

 

“너는 왜 잠옷을 새것으로 드리려고 했어?”

“원래 목욕하는 날은 입던 옷은 다 보내고, 새 옷으로 다 갈아입잖아.”

“그래서 그런거야?”

“응.”

“k부인이 이틀 입었다는 옷에 오물이 묻어있었어?”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다 새것으로 입으니..”

“모든 사람들을 다 일반화 시키지마, k부인은 치매도 아니잖아.

당신이 싫다고 했으면 그분의 의견을 존중 해 드렸어야지.”

“내가 잘못 한거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도 된다는 이야기지. 아마 K부인는 니가 당신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을수도 있어.”

 

아!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행동들 중에 조금 바꿔야 하는 것도 있었네요.

목욕탕에서의 일은 “초보 요양보호사의 실수”라고 해야할 거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K부인의 행동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사실!

며칠 만에 봐도 K부인 앞에서는 절대 안 나오는 (내) 웃음.

 

이번에는 항상 친절한 로지에게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물론 K부인의 “나는 안 들려”라는 행동 때문에 너무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죠.

 

모든 요양보호사들이 나름 각별하게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있고, 로지도 그런 어르신이 계시기는 하니, 로지는 그런 어르신들에게 실망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로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K부인은 앞과 뒤의 말이 달라, 그 방에 들어온 요양보호사한테는 ”너가 제일 친절해, 다른 요양보호사들은 다 나에게 불친절해“한다니깐, 저번에는 내가 그 방에 있는데, 에바가 들어오니 ”로지와 에바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직원이야“하더라구! 원래 그러신 분이야.”

“내가 실망한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해? 한동안은 K부인 앞에서 절대 못 웃을 거 같아.”

“니가 너무 마음을 줘서 그래, 너무 의미를 부여 하지마.”

“내가 잘못 한거야?”

“잘못한건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다 앞에서 하시는 말씀과 뒤에서 하시는 말씀이 다르잖아.그리고 아무한테나 짜증내고 심술부리고 하시는 경우도 많잖아.“

“그래도 ”천사“라고 하시다가 그렇게 갑자기 치고 들어오시면 안 되지.”

“원래 어르신들이 당신들이 필요하실 때랑 당신들이 짜증내실 때가 완전히 다르잖아.

어차피 우리는 어르신들이 필요한 도움을 주는 직원일 뿐이야,

고객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지.”

“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한 거 같아. 다시 K부인 앞에서 다시 웃으려면...”

“그래, 이것도 경험이 쌓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또 알게된 사실하나!

 

K부인 손녀가 와서 "자기 할배는 젊을때도 항상 친절하신 신사였는데.. 할매가 젊을때도 남의 험담을 잘하고  못된 성격이었다는 정보(?)"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K부인 손녀가 요양원에 와서 자기할매 흉을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할매의 성격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 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요양원 직원들이 할매의 성격을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처할수 있으니 말이죠.

 

얼마전에는 그런일도 있었습니다.

오후에 각방에 들어가서 저녁 준비를 해드려야 하는데 로지가 저에게 부탁을 했었죠.

 

"네가 K부인 방에 좀 들어갈래? 내가 오후에 들어가면 "근무하는 날인데 왜 내 방에 안왔냐고 짜증을 내시고는 바로 동료들의 뒷담화를 하시는데 가끔은 듣기 부담스러워"

 

원래 그런분인줄 미리 알았더라면 이리 실망하는 일도 없었을텐데...

내가 나에게 보이는 너무 좋은 모습으로만 그분을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나는 두 명의 선배에게 조언을 얻었습니다.

 

소냐에게서는 “다음번에 어르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 드려야겠다.“를!

로지에게서는 “어르신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라는 것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는 조금 더 성장한 요양보호사가 된 거 같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각별하게 생각했던 어르신께 마음을 주는 것도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습니다. 애초에 마음을 주지 않아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러려니..”가 되는 법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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