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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시어머니께 해 드리고 싶었던 선물

by 프라우지니 2019.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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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시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생일이 지난 후에 챙겼습니다.

 

시어머니가 원하시는 매번 같습니다.

 

“꽃 한 다발이면 된다.”

 

그래서 꽃 선물을 매번 해 드리고,

작년부터는 꽃과 함께 생일케이크도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자식들 생일 때 직접 구우시는 케이크가 아닌 직접 산 케이크를 주시는 시어머니.

 

그래서 며느리도 시어머니 생일 때 당신이 우리에게 사주시는 케이크를 삽니다.

물로 우리에게 주시는 것보다는 훨씬 큰 걸로 말이죠.

 



일단 꽃가게에 가서 나름 신경 써서 만든다고 했는데..

내 마음에 차는 꽃다발은 아니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커다란 꽃다발을 해 드리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100유로도 부족할 테니 적당히 장미랑 여러 가지 꽃을 넣어서 다발을 만들고..

 

케이크도 시어머니가 우리에게 사주시는 손바닥 만한 1인용 케이크가 아닌,

4인용 정도로 샀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대표 케잌중에 하나인 “자허토르테”

 

Sacher 자허 (빵집)에서 만든 Torte 토르테(케이크)이여서 붙은 이름이죠.

 

자허토르테를 쉽게 설명하자면..

초코케잌입니다.

 

안에 살구 잼이 들어가 있고, 겉에 초콜릿으로 코팅을 한 초코케이크입니다.

달달함의 극치를 달리는 케이크입니다.

 

생크림이랑 같이 먹으면 그 오글거리게 단 그 맛은 살짝 모습을 감춘다고 합니다만,

저는 생크림이랑 같이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비엔나의 관광객들이 명소로 소문한 호텔 “자허”에 가서 토르테를 주문하면,

그렇게 나온다고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일단 오전에 꽃다발과 케이크를 사다가 시부모님이 외출하신 사이에 꽃은 현관 입구에 화병에 물 채워서 넣어두고, 케이크도 살짝 그 옆에 두고 나왔습니다.

 

1차 선물을 끝이 났고..

2차 선물을 시어머니께 가방을 하나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어떤 옷차림을 하셔도 드는 가방은 항상 같습니다.

밤색 계열의 보조가방인데,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꽤 무겁죠.

 

엄마께 검정색이나 다른 것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멋쟁이 엄마가 다른 옷이랑 코디하기 쉽게 말이죠.

 

내가 봐뒀던 브랜드의 가게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가방도 찾았습니다.

엄마가 시내에 나가실 때 메면 딱 좋을 그런 것으로 말이죠.

 

일단 선물을 정했으니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 엄마 선물 가방 사 드리려고!”

“사지마.”

“왜?”

“사려면 엄마를 모시고 가서 사!”

“같이 가면 엄마가 비싸다고 안 사실 껄?”

“그래도 모시고 가.”

 

며느리는 사실 엄마랑 쇼핑하는 거 싫어합니다.

아시죠? 쇼핑도 나랑 맞는 사람이랑 해야 즐겁다는 것!^^;

 

 



 

인터넷에서 캡처

 

제가 올해 시어머니 선물로 점찍은 가방입니다.

(인터넷에서 참고로 찾다보니..  내가 찜한 색은 찾을 수가 없어서 디자인만 참고하시라고..)

 

난 보조가방처럼 메고 다닐 가방을 살 생각이었는데..

 

큰 가방 안에 보조가방이 들어있고, 이것을 따로 메고 다닐 수도 있고,

거기에 큰 가방은 양면이라 뒤집으면 다른 색이 나옵니다.

 

그러니 이 가방을 사면 가방 3개 효과를 보는 거죠.

보조가방은 끈 끼워서 메고 다니고, 큰 가방은 뒤집으면 두 가지 가방 효과가 있고!

 

거기에 더 맘에 드는 조건은 지금은 30%세일중.

 

세일을 안 해도 사려고 했었는데..

세일까지 해 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오후에 엄마를 모시고 쇼핑몰에 갔습니다.

가게에 들어가서 내가 찜한 가방을 엄마께 보여드렸죠.

 

내가 찜했던 가방은 하얀 바탕에 화사한 원색의 꽃무늬가 있는 봄에 들기 좋은 가방.

큰 가방은 뒤집으면 갈색이라 다름 코디하기도 괜찮을 거 같아서 골랐죠.

 

엄마는 파란색 바탕에 여러 파란색의 줄무늬가 있고,

뒤집으면 검은색이 가방이 더 맘에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고른 하얀 바탕은 봄에 들면 좋을 색이고, 디자인이고!

엄마가 고르신 파란 바탕은 여름에 들면 딱 좋을 그런 색이었죠.

 

“웬일로 엄마가 선물을 단번에 고르시나.” 하는 찰나에..

엄마가 가격표를 보셨나 봅니다. 갑자기 말을 바꾸십니다.

 

“애, 난 이 가방 맘에 안 든다.”

“왜요? 엄마 맘에 드신다고 하셨잖아요.”

“다시 보니 별로야. 그리로 비싸다.”

 

이 가방의 정가는 거의 80유로 선이지만 지금은 30%할인중인데..

그래서 우리가 봤던 가방은 60유로 이하로 살 수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60유로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십니다.

평소에는 고가의 물건도 곧잘 사시면서...

 

“엄마, 작년에 세일해서 500유로 하는 옷도 사셨잖아요.”

“.....”
“이거 아들이 생일선물로 드리는 거니 그냥 사요.”

“아니야, 이거 맘에 안 들어!”

“엄마 매주 시내에 두뇌운동 배우러 다니시는데 메고 가시면 좋잖아요.”

“아니야, 나 가방 많다. 네 시누이가 해변에 들고 다니라고 사준 것도 있어.

내가 집에 가서 보여줄게!”

“엄마, 이 큰 가방은 해변용이 아니에요.”

“.....”

 

가방을 사시라고 사정을 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얼굴에서 “간절함”을 봤습니다.

 

제가 우리 요양원 어르신의 얼굴에서 가끔 보는 그런 모습이죠.

“제발~제발~”

 

거의 울먹이며 절망한 얼굴로 사정하는 듯이 비는 그런...

그 느낌을 알기에 더 이상 권하지 않고 그 가게를 나왔습니다.

 

가방은 비싸다고 하신 시어머니가 가신 곳은 다른 옷가게.

60유로 비싸다고 하신 시어머니가 고르시는 옷들은 다 고가의 브랜드입니다.

 

엄마가 고르신 옷의 상표를 보니 “휴고보스”

아시죠? 그 명품에 속하는 브랜드 "Hugo Boss"

 

매장에 가서 맘에 든다고 이 옷, 저 옷을 보시고, 몇 개는 입어 보셨습니다.

 

남편에게는 “엄마가 맘에 든다고 하시면 가격을 상관없지?” 했던지라, 원하시면 사드릴 수도 있었지만.. 가격을 보면 다시 또 “맘에 안 든다.”하실 거 같아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고가의 옷은 역시 디자인도 무난한 것이 고급져 보입니다.

다른 브랜드랑 섞어있고 굳이 가격을 확인하지 않아도 말이죠.

 

엄마는 며느리를 뒤에 달고 2시간 넘게 옷가게들을 누비셨습니다.

많이 입어보기만 하셨지 아무것도 고르지 않으셨습니다.

 

엄마가 선물을 고르시지 않으신 엄마께는..

“엄마, 선물을 안 고르시면 당신 아들한테 선물 못 받으세요.”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는..

“엄마 재봉틀 사신다니 거기에 돈을 보태드리는 건 어때?”

 

나는 제안만 할뿐 결정은 아들의 몫이죠.

 

돈 선물은 결사반대를 하는 남편이라..

시어머니는 올해 꽃과 케이크 말고는 아들에게 받는 선물이 없지 싶습니다.^^;

 

며느리는 아들을 조금 더 구워볼 생각입니다.

엄마 재봉틀 값에 얼마를 더 보태드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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