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나를 돌게 한 남편의 행동

by 프라우지니 2019. 3. 31.
반응형

 

 

사람들은 특별한 상황에서 꼭지가 돌 때가 있죠.

앞,뒤 안 가리고 일단 그 상황에 대해 분노합니다.

 

저도 그럴 때가 가끔 있습니다.

날 그렇게 만드는 건 항상 남편이죠.

 

남편이 날 돌게 상황을 만든다고 매번 그러는 건 아닌데..

이번에는 정말 열이 받아서 늦은 저녁인데 소리를 지르고 축구도 했습니다.

 

뭔가를 발로 뻥 차고, 집어던지고 했다는 이야기죠.

 

며칠 전에 파가 세일을 하길레 두어 묶음을 사다가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습니다.

 

이곳의 파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단이 아닌 묶음이고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파 몇뿌리(4~5개)를 고무줄로 묶어놓고 1년 내내 거의 비슷한 가격을 받죠.

89센트(였나? 1200원정도)입니다.

 

1200원이 뭐가 비싸나? 싶으시겠지만..

당근이나 다른 야채 1kg 살 수 있는 가격에 파 몇 뿌리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낍니다.

 

“유럽에서는 파를 “양념”이 아닌 야채로 이용해서 그런가?“

싶은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시어머니가 하는 오스트리아 요리도 그렇고, 이곳의 식당에도 봐도 (대)파가 들어간 요리는 없습니다. 양념으로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파는 썰어서 비계 잔뜩 바른 빵 위에 생으로 올려서 먹기도 하고, (시) 아빠가 간단한 저녁 드실 때 보니 살라미 햄을 썰어 드시고, 거기에 생파를 드십니다.

 

남편도 가끔 햄을 먹을 때 생파를 먹기도 합니다.

생파를 먹고 난후 입에서 나는 냄새는 오로지 옆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몫입니다.

 

생파를 먹고 난후의 냄새가 정말 끝내주거든요.^^;

 

나는 양념으로 쓰는 파여서 평소보다 쌀 때 다듬어서 냉동 해 놓으면...

김치를 할 때도 넣고, 다른 요리할 때도 쓰려고 요긴하게 사용하죠.

 

일단 통에 담아서 얼려서는 나중에 조금씩 소포장을 했습니다.

 

파를 얼려놓으면 냉동고 전체에 냄새가 나서 비닐로 몇 겹씩 포장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썰어, 통에 담아, 비닐봉지에 넣은 파는 이상하게 냄새가 안 납니다.

 

전에는 냉동고만 열면 냄새가 진동했었는데...

 

냄새가 하나도 안 나는 냉동 파 봉지를 가져와서 열어 안의 플라스틱 통의 뚜껑을 여니..

그때부터 진동하는 파 냄새.

 

 

 

이번에 알았습니다.

파는 일단 썰어서 통에 담아 냉동이 되면 다시 그 모양을 건들 때까지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한번 사용분량을 포장을 해서 사용할때까지 건들지 말아야겠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썰어서 통에 담아서 냉동을 시키면 냄새가 하나도 안 나는데.. 냉동된 파가 담긴 통을 열어서 파들을 꺼내려고 그 모양을 분리하면 그때부터 냄새가 진동입니다.

 

“파 냄새가 냉동해도 파 냄새 아니겠어?“

 

저도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냉동된 파 냄새는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냉동고 전체를 파 냄새로 뒤덥죠.^^;

 

며칠 전에 냉동된 파(가 담긴)통을 꺼내다가 사용하기 편하게 봉지 여러 개에 나누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 지하실에 가지 않아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지는 몰랐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궁시렁 거립니다.

 

“냉동고를 여니 파 냄새가 진동이고 어쩌고~저쩌고~”

 

자기가 먹는 살라미 햄이나 치즈에 냄새나도 나는 말을 안 하는데..

유난히 마눌의 음식에 냄새가 나면 더 궁시렁 거리시는 남편!

 

그런가 부다 하고 지나치려는데 한마디 합니다.

“냉장고 열어봐!”

 

뭘 넣어놓고 냉장고를 열어보나 싶은 마음에 살짝 열어봤다가 제 눈이 확~돌아갔습니다.

 

남편도 예상 못한 반응이었지 싶습니다.

마눌이 그렇게 순식간에 헐크가 되어버리니 말이죠.

 

냉장고 안에는 내가 열려놨던 냉동파가 이미 다 녹은 상태로 있습니다.

물론 냉장고 안에는 파 냄새가 진동을 하구요.

 

남편은 냉장고에 갖다놓으면 마눌이 다시 비닐로 몇 겹 포장을 해서 냄새가 새지 않게 한 후에 다시 냉동실에 갖다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냉동된 상태의 야채를 냉장고에 갖다놓으면 금방 녹는다는 생각은 못한 모양입니다.

 

평소에도 마눌의 음식에 대해서는 “냄새 구박”을 심하게 하는 남편.

그렇다고 마눌이 해주는 한국음식을 안 먹는 것도 아니면서..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서 냉장고에 있는 파를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그걸로 축구를 했습니다.

열이 받았다는 이야기죠.

 

파를 사다가, 다듬고, 씻고, 울어가면서 (양파 같습니다. 눈물이 나요.^^;) 썰어서 담아놓은 내파가.. 다 녹아서 흐물거리고 있습니다. 내가 냉동 파에 드린 시간이 어딘데...

 

냄새가 나면 갖다가 비닐 몇 겹 더 씌워서 다시 갖다 넣으면 될 것을..

왜 남편은 이리 멍청한 짓을 한 것인지..

 

 

우리집 퇴비통에서 버려진 내 냉동 파.^^;

 

바닥에 던져버린 파는 갖다 버리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녹아버려서 다시 얼리기도 그러니 버리는 것이 맞죠.

 

남편은 이 상황을 예상 못한듯 했습니다.

(야채도 햄처럼 녹지 않고 그대로 있을 줄 알았던 것인지..)

 

내가 화가 났던 이유는 아마도 이거였지 싶습니다.

 

“된장, 젓갈처럼 참기 힘든 냄새도 아니도 자기도 먹는 야채인 파 냄새도 못 참나?“

 

한마디로 마눌에 대한 배려를 상실한거죠.

 

10시간 근무하고 와서 피곤한데 녹은 파 때문에 더 열이 받고..

방에 들어가니 남편이 또 잔소리를 합니다.

 

“여기 있는 당신 옷 정리 안하면.. 내가 내일 다 큰 봉지 갖다가 다 담아버린다.”

 

마눌은 일하는 주말이지만 자기는 쉬는 주말이니 신경에 쓰이는 내 옷가지를 치우겠다는 이야기죠.

 

이 양반이 마눌이 지금 헐크 상태인 걸 잊은 모양입니다.

 



다음날 발견한 깨진 스페인 기념품.

내가 옷을 던질때 덩달아 같이 떨어졌던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빨아서 잠시 두었던 내 옷들을 번쩍 들어서 바닥에 집어 던졌습니다.

 

“다 봉지에 넣어서 갖다 버려~”

 

마눌이 파를 던질 때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던 남편.

마눌이 화가 단단히 났다는 걸 인지 못했던 것인지...

 

빨아놓은 옷들을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방문을 쿵하고 닫아버리고 나왔죠.

 

주방에서, 방에서 제가 소리를 버럭 질렀으니 옆건물에 사시는 시부모님도 다 아셨지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화가 나면 참지를 못해서 옆에 시부모님이 사셔도 할 짓(?)은 합니다.^^;

 

목욕하면서 대충 진정을 하고는 나중에 방에 들어가 보니 내가 바닥에 던져버렸던 내 옷들은 남편이 수습해서 한쪽에 모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조용했습니다.

 

다.음.날

 

마눌은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했지만..

주말이라 남편에게는 다행이었습니다.

 

평일이었다면 마눌이 차려주는 아침과 준비 해 주는 점심 도시락없이 출근할뻔 했으니 말이죠.

 

그 일이 있고, 이틀 동안 남편은 마눌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혹시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비닐봉지 갖다가 한 두번 더 싸서 넣어둬.

그게 그리 어렵나?”

 

남편이 실수한 일이나 하지 않은 일은 아무 말 하지 않고 해 버리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마눌에게 보여주고, 마눌이 직접 시정할 때까지 그대로 두고 잔소리 하는 성격입니다.

한마디로 재수없죠!

 

평소에는 “그러려니..”하는 일들이 가끔은 저를 헐크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깟 “파”땜에 “남편은 잡았어?” 하실지도 모르지만.

 

“그깟 파 때문에 마눌의 속을 훌러덩 뒤집을 수도 있으니..”

작아 보이는 문제가 우리 부부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마눌을 잡고 살지만 마눌이 한번씩 뒤집어질 때는 “순한 양”이 되는 남편.

며칠동안 “아주 착한 큰 아들모드”로 지내면서 우리집 전쟁을 수습했습니다.

 

결혼 13년차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쉽지 않는 남편 교육인거 같습니다.^^;

 

----------------------------------------------------------

오늘 유튜브에서 가져온 영상은 제가 만든 (된장)쌈장입니다.

 

오늘 이야기에 나온 냉동파도 들어갔네요.^^;

(물론 전에 냉동 해 놨던 겁니다. 이번것은 다 퇴비통에 들어가서리...^^;)

 

제 요리의 특징은 "가지고 있는 재료만 활용한다."

빨리 처리해야하는 것들을 넣고 만든 나만의 된장쌈장입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