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나를 감동시키는 남편의 전화 매너

by 프라우지니 2019. 3. 5.
반응형

 

 

여느 결혼 11년차 부부가 그렇듯이 우리도 매일 티격태격합니다.

마눌이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남편이 (마눌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제 남편은 참 말이 없습니다.(단, 잔소리는 제외^^;)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무표정하고, 정도 없죠.

 

첫인상에 호감이 가는 그런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그나마 어릴 때는 풋풋함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머리까지 시원해지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죠.

 

성격도 별난지라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고수해야하죠.

마눌도 한 성격 하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 별난 남편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서로 별난 성격을 가진 부부가 지금껏 잘살고 있는 건,

둘 다 “그러려니..”하면서 서로 맞춰줘서 인 것도 같고..^^

 

외모도 별나고 성격도 별난 남편이지만..

알고 보면 참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한 남편입니다.

 

살아가면서 찾아내는 남편의 숨은 매력을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평소에는 몰랐던 남편의 마음을 (마눌이) 찾았을 때는 감동까지 더해지죠.^^

 

겉으로 보이는 외모도, 성격도 만만치 않는 남편인데..

마눌을 챙기는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는 정말 진국입니다.

 

진중한 남편과는 달리 마눌은 엄청 촐싹대고 성격도 급합니다.

전화를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얼른 끊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마눌이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몇 시에 와? 저녁에 XX할 건데 먹을래?”

 

뭐 이런 것을 물어봤던 거 같습니다.

 

마눌이 자주 음식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마음이 내키면 남편에게 ‘오늘의 요리’를 알려주고 먹을 건지, 몇 시에 오는지를 물어보죠.

 

그렇게 통화를 하면 성격 급한 마눌이 항상 먼저 끊습니다.

전화한 이유를 다 말했으니 성격상 바로 끊는거죠.^^;

 

먼저 전화를 끊으니 상대방 언제쯤 전화를 끊는지 절대 모릅니다.

 

어느 날도 보통 때처럼 전화를 해서 뭘 물어보고 전화를 끊었는데...

통화가 끊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른 거 같고, 나중에야 전화가 끊기지 않은 걸 발견했죠.

혹시나 싶어서 “Hallo 할로(여보세요)?” 하니 “할로”로 대답하는 남편.

 

마눌이 전화를 먼저 끊기를 기다리며 몇 분 전화를 그렇게 잡고 있었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먼저 전화를 해와도 전화를 먼저 끊는 쪽은 항상 마눌이었습니다.

통화를 끝내는 시점에 남편이 하는 말도 “당신이 먼저 끊어!”

 

그래서 마눌은 전화를 받아도 항상 남편보다 전화를 먼저 끊었습니다.

 

마눌이 먼저 전화를 끊게 하는 것이 “마눌을 배려”해서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눌이 혹시 까먹고 못한 말이 있을까봐 자신은 끝까지 듣고 있겠다는 말인지..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남편의 사랑을 그날 느꼈습니다.

마눌이 끊었지만, 아직 끊어지지 않은 그 전화를 잡고 있는 남편에게서 말이죠.

 

전화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자신이 먼저 끊어도 됐는데..

끝까지 마눌이 먼저 끊을 수 있게 기다려준 것이었을까요?

 

남편은 물어도 대답을 잘 안하는 인간형인지라 ..

“왜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렸어?”한다고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아닙니다.

 

이런 질문을 하면 그냥 씩 웃고 말지요.

해석은 마눌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마눌 마음대로 말이죠.

 

한 번도 전화를 늦게 끊어본 적이 마눌은 절대 알지 못할 마음입니다.

끊어지지 않는 전화를 잡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말이죠.

그것은 사랑이겠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