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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잘 선택해야하는 국적, 남한

by 프라우지니 201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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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린츠가 속한 연방주인 “Oberoesterreich 오버외스터라이히“의 Arbeitskammer(아르바이츠캄머/노동 청(조합)에서 모든 의료계 종사원들(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등) 의 등록을 받았습니다.

 

각각의 직업교육을 수료하면서 받은 수료증이나, 국가고시를 치르고 받는 합격증등.

이런 서류들을 다 스캔해서 노동청 웹사이트에 올려놓는 절차가 중간에 있었습니다.

 

오버외스터라이히 (연방)주에서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찾는다면, 내 직업교육 증명서류 등등을 다 들고 갈 필요 없이 노동청에서 발급한 “의료종사원 등록증“만 가지고 가면 되는 거죠.

 

이런 등록 제도는 오스트리아 전국적으로 시행되면 좋겠지만..

 

오스트리아는 9개의 연방이 제각기 다른 살림을 하는지라,

오버외스터라이히 연방주 밖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카드가 되지 싶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격은 “간호조무사” 자격은 다른 연방에서도 인정 해 준다고 들은 거 같은데..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이 없는 주도 있고, 그런 주는 “요양보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요양원에서 근무를 한다고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연방주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혁신적인 “의료종사자 등록사업”이여서 그런지 개개인이 노동청에 모든 서류를 챙겨가서 등록을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려고 노동청에서 직접 사업체로 와서 등록을 받았습니다.

 

노동청에서 우리 요양원으로는 2번에 걸쳐서 등록을 받으러 왔었는데,

저는 9월에 늦은 여름휴가를 가야해서 10월에 등록 신청을 했었습니다.

 

필요한 서류는

-신청서

-본인증명이 가능한 여권, 면허증이나 신분증

-국적관련 서류: 난 외국인이니 여권

-직업관련 서류: 직업교육에서 받은 증명서, 합격증등.(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여권사진 1매.

 

뭐 대충 이렇게 챙겨서 등록하는 날 내 예약시간에 맞춰서 노동청에서 나온 직원 앞에 앉았습니다.

 

직원과 수다를 떨어가면서 내가 낸 신청서의 기록을 컴퓨터로 옮기는 직원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내 국적 부분에서 작업이 막혔습니다.

 

한국을 못 찾고 헤매는 직원에게 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Sued-korea 수드-코리아(남한)사람이니 알파벳으로 찾으려면 S가 되지 않을까요?  Sued 수드나 South 사우드로 시작될 거 같은데...“

“S 에서 찾았는데 안 보여요.”

“그럼 R 에서 찾으면 나오지 않을까요? R.O.Korea 로도 불리거든요.”

“R 에서도 못 찾겠어요.”

 

그럼 대한민국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

등록을 하는 내내 내 국적은 빼놓고 나머지를 채워갔습니다.

 

“국적은 제가 나중에 찾아서 넣을게요!”

 

직원은 이렇게 말하고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컴퓨터로 하는 작업 같은 경우는 그냥 국적을 빈칸에 쳐 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나라에서 찾아서 넣는 거죠.

 

공무원이 똘똘하면 제대로 남한을 찾아서 넣는데, 띨띨하면 힘듭니다.

 

전에 그라츠에서 만났던 음대생 하나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전 국적이 북한이에요.”

 

정말 북한에서 온 학생은 아니었는데..

직원이 남한을 못 찾으니 그냥 북한으로 쳐 넣었던 모양입니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일임에도 국적을 제대로 못 찾거나 엉뚱한 것을 기입하기도 합니다.

 

저도 시청에서 결혼할 때 내 종교는 “기독교”라고 이야기 했는데, 담당 직원이 내 종교인 "기독교/evangelisch 에반겔리쉬“를 못 찾으니 그냥 “가톨릭”으로 기입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증명서에 내 종교가 가톨릭으로 되어있었죠.

이걸 본 남편은 당장에 잘못된 종교를 정정하라고 했죠.

 

이것 때문에 시청에 가기 귀찮은 마눌이 한마디 했습니다.

 

‘기독교나 천주교나 다 하나님을 믿는데 아무 종교면 어때?“

 

이 말에 남편이 마눌을 빤히 보면서 날리는 한마디.

 

“천주교로 등록이 되면 월급에서 저절로 ”교회세“ 명목으로 세금이 나가.”

 

남편은 교회는 안 나가지만 종교가 “천주교”라 1년에 몇 백유로 세금을 내죠.

안 내고 싶다고 안 낼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 수입에서 저절로 빠져 나가는 세금입니다.

 

아돌프 히틀러가 사람들을 교회에서 멀리하게 할 생각으로 “교회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히틀러는 가도 교회세는 세금으로 남아서 후손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까워도 교회세를 내는 이유는..천주교에 이름을 올려놓지 않으면 성당에서 결혼도 못하고 나중에 죽으면 묻힐 땅도 없습니다.

 

전에는 천주교 공동묘지(대부분은 마을의 성당 옆)만 있었으니 묻힐 땅이 없는 것이 무서울 만 했죠. 하지만 요즘은 에반젤리쉬(기독교)에서도 공동묘지를 만들어서 천주교인이 아니어도 묻힐 땅은 있습니다.

 

내 종교를 정정하러 시청에 갔는데, 담당직원이 종교를 어떻게 바꾸는지 모르는지 컴퓨터 앞에서 내내 인상을 쓰고 다른 직원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오스트리아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독일어가 안 될 때라,

 “지금 이 인간이 뭐래?”하고는 그냥 앉아있었죠.^^

 

찾다 못 찾은 직원이 정정이 안 된다고 나를 그냥 돌려보냈죠.

 

집에 와서 남편에게 “안 된다”고 하니 남편이 훌러덩 뒤집어져서는 시청에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수선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종교는 “무교”로 처리가 됐죠.^^;

최소한 세금을 내지는 않아도 되게 말이죠.^^

 

나도 겪어본 숙련되지 않는 직원의 실수이고, (가톨릭-무교)

내가 들어본 숙련되지 않은 직원의 실수입니다.(남한-북한)

 

 

 

등록하는 중에 내 국적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나는 등록이 안되는디..

 

내 증명서를 스캔하면서도 직원은 국적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던지..

갑자기 직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어! 찾았어요. 한국!”

 

한국을 찾았다니 제대로 등록을 해야 합니다.

나도 얼떨결에 북한인이 될 수 있는 순간이니 말이죠.

 

“한국이 Suedkorea 수드코리아도 아니고 R. O. Korea 도 아니라면 어떻게 나왔어요?"

"KOREA로 나왔는데요. Demokratisches 데모크라티쉐(민주주의) 맞죠?“

 

어어어~ 그건 북한인디..

빨리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요! 그건 Nordkorea 노드코리아(북한)이예요.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요?”

“여기 Korea, Republic 코리아 리푸블릭 있는데요.”

“맞아요. 그게 남한이에요.”

"그래요?“

“네, 잘못해서 날 북한인으로 만드시면 안 되죠.^^”

 

저 이번에 알았습니다.

한국은 South(Sued)Korea도 Republic of Korea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한국은 Korea로 알파벳 K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을 남한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Korea, Demokraitsche Volksrepublik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먼저 나오고,

“Korea, Republik” 한국, 공화국은 뒤에 옵니다.

 

영어로 해석 해 보면...

demokratisch(민주주의)가 나오니 남한 같지만 북한입니다.

밑에 Korea,Republic 코리아. 공화국이 나오니 북한 같지만 남한입니다.

 

정말 숙력된 직원의 업무 덕에 저는 등록이 다 끝나기 전에 제 국적을 제대로 기입했습니다.

 

내가 없는 상태에서 직원이 한국을 찾았다면..

 

민주주의가 나오니 당연히 남한이라고 생각하고 북한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있을 때 한국을 찾아서 그런 오류는 일어나지 않았죠.^^

 

 

 

등록을 마치고 나니 직원은 노동청에서 주는 선물을 하나 내밉니다.

소소하지만 “번거로운 등록을 성실하게 해준 답례”라고 말이죠.^^

 

이걸 건네는 직원에게 저는 이 선물을 되돌려 줬습니다.

 

“저야 말로 선물을 드리고 싶네요.

찾기 힘든 제 국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내 말에 직원은 웃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이 선물을 노동청에서 드리는 것이니 당신이 챙겨야지요.”^^

 

간만에 제대로 일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국적을 못 찾겠다고 짜증도 내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준 직원은 처음입니다.

 

유럽에서는 조금만 부주의하면 국적이 “북한”으로 바뀌는 일도 다반사인데,

이 직원 덕에 저는 온전한 “남한 사람”으로 등록이 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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