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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기분 좋은 날

by 프라우지니 2018.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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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는 Fasching 파슁이라 불리고,

독일에서는 Karneval 카니발이라 불리는 축제가 있습니다.

 

사전에서 찾은 Fasching 파슁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육제 : 카톨릭국에서 사순절 직전 3일 내지 1주일에 걸친 축제

사순절 :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 이브까지의 40일: 단식과 참회를 행함

 

 

인터넷에서 캡처

 

내가 알고 있는 파슁은 2월에 있는 걸로 지금까지 알고 있었는데..

우리 요양원은 11월에 파슁에 관련된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카니발”을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이 축제는 매년 11월 11일 11시를 기점으로 시작되어 다음 해 3월까지 긴 기간 동안 개최되는 축제이다. 이는 11 이라는 숫자가 카니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대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카니발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계절이라는 의미에서 일명 “제 5의 계절”이라 불리는 축제로 19세기 초부터 시작된 유서깉은 축제로 3대 사육제중 하나에 속한다.

 

카니발의 기원은 그리스, 로마인들이 주신, 농경 신에 올리는 제사로 게르만 인들은 그들 생활방식에 따른 여러 신들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리고 추위를 관장하는 악령을 몰아낼 목적으로 성대한 제연을 벌인다.

 

 

 

이 행사는 우리 요양원뿐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행해진 모양입니다.

5번째 계절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죠.

 

11월 11일 한국에는 장사꾼들이 만들어낸 빼빼로 데이가 있지만,

유럽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내려오는 “Narrenwecken 나렌베컨” 행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렌베컨이란?

 

Narr : 사육제에서 (im Fasching oder Karneval) 축제의상을 입은 사람;광대

Wecjen : 깨우다

 

축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대들을 깨우는 행사인거 같습니다.

 

우리 요양원에서 하는 행사에는 이 동네 시장까지 참가하는 커다란 행사였습니다.

 

이런 행사가 있는 날은 직원들이 바쁜지라 보통은 추가 인원이 투입되는데..

이날은 추가인원도 없었고, 배치된 직원 중 한 명이 병가여서 완전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보통 직원이 아프면 다른 직원으로 배치를 하는데.. 추가로 직원을 배치하면 추가 지출을 하게 되니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것이 몇 십 년 근무한 직원의 의견입니다.

 

자! 직원은 부족한데 행사는 있고!

이래저래 할 일은 많은 날입니다.^^

 

 

 

우리 층은 28분의 어르신이 계시고, 간호사 1 명에 요양보호사 2명 그리고 도우미 1명.

 

간호사들 중에 요양보호사 일을 절대 안 도와주는 인간들이 꽤 있는데, 이날 배치된 간호사는 요양보호사로 오래 일하다가 나중에 간호사가 된 직원인지라, 요양보호사의 어려움을 잘 아는 직원이죠.

 

그래서 간호사도 오전 중에 어르신들 씻겨드리는 요양보호사의 일을 도왔고!

 

이날 배치됐던 도우미도 남편의 외사촌 형수와는 달리 어르신들 간병하는걸 잘 돕는 직원이라, 오전 중에 함께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신 어르신들을 씻겨드리며 요양보호사 일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요양보호사 2명.

 

원래 9시 출근인 직원은 한 시간 일찍 출근했고, 7시 30분에 출근해서 목욕탕 근무를 해야 했던 나도 목욕탕 들어가기 전에 어르신 2명의 간병을 끝낸 후에 어르신 2명 목욕시켜 드리고는 또 다른 어르신 한 명의 간병을 끝냈습니다.

 

행사는 오전 11시지만, 음악을 연주된다는 10시 30분부터 1층으로 어르신들을 모셔가야 하는지라,  그 시간 전에 모든 어르신의 간병을 끝내야 했는데, 모든 직원이 열심히 한 덕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도 행사가 진행 중인 곳에 휠체어를 타시는 어르신을 모시고 갔습니다.

 

행사는 일요일에 있었는데, 보통은 출근하지 않는 요양원 원장이하 모든 관리직 직원이 참석했고, 이 동네 시장까지 등장하는 나름 큰 행사였습니다.

 

행사가 진행 될 때 보니 시장한테 열쇠인지 칼인지 모를 것을 넘기는 과정에서..

우리의 굿과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없는 공원을 쪼개서 거기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돼!”

 

우리 요양원 옆의 공원 한 쪽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해서 주민서명을 받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없어진지라 계획이 무산된 줄 알았는데, 아직 잠재적인 모양입니다.

 

그러면 시장은 대답을 합니다.

 

“아, 네~”

 

“전기세가 너무 비싸, 이것도 어떻게 시정 좀 해!”

 

“아, 네~”

 

“교통편도 별로 안 좋아, 이것도 어떻게 좀 해봐!”

 

“아, 네~”

 

지체 높은 정치인(시장)을 불러다 놓고는 이런저런 불편한 점들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시정될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시장에게 서민들이 의견을 말하는 자리 같았습니다.

 

오전 행사는 직원 4명이 협심해서 잘 해냈습니다.

오후도 마찬가지로 서로 부지런히 다니면서 일한 덕에 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죠.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려는 직원들 앞에서 마지막 남은 직원이 한마디 했습니다.

 

“오늘 많이 열악한 상황이었는데, 다들 열심히 해줘서 무리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

정말 여러분께 감사하고,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내가 열심히 한만큼 동료가 같이 해주면 일이 많이 수월해지죠.

 

이 날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한 덕에 생각만큼 그렇게 빡쎈 날은 아니었습니다.

 

직원이 많아도 뺀질거리는 인간이 많으면 내가 그만큼 일을 더 할 때도 있거든요.

그런 날은 하루를 끝내고 나면 정말로 팔, 다리가 후들거릴 때도 있습니다.^^;

 

퇴근길에 내가 한 일에 대해 “감사”하다고 하고, “당신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칭찬을 받으니 왠지 다른 날 보다 훨씬 더 보람찬 하루를 보낸 거 같았습니다.

 

일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참 좋은, 가끔씩 찾아오는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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