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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겁나게 소문 빠른 내 직장

by 프라우지니 201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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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한국의 속담이지만,

현실은 국적을 초월한 어느 사회나 이 말이 적용이 되는 거 같습니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 내 직장.

앞에서 보다 뒷담화가 더 많은 곳이고, 소문 또한 겁나게 빠릅니다.

 

제가 제일 처음 들었던 이야기는 직장동료인 터키아낙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

동료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니 걱정이 돼서 물어봤었습니다.

 

“어디가 아파서 입원을 했데?”

“자궁외 임신이래.”

 

내가 알고 있기로는 터키아낙, N은 12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혼녀이고,

사귀던 남자친구도 한참 전에 이미 정리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남자친구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왠 임신?”

“모르지, 그새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지...”

 

이때 놀랐던 사실은 단순히 “동료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아닌,

대부분의 직원들이 어떤 수술을 했는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사귀는 사람이 없는 상태인 것을 동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자궁외 임신”이라니 서로 “웬일?”이라는 반응이었죠.

 

여자는 감추고 싶은 수술일텐데.. 이곳의 문화가 그런것을 다 오픈해도 되는 사회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친한 사이라면 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지만, 이걸 병동의 전 직원 (50여명) 아니, 요양원의 전체직원(100여명)들이 다 알고 있는 건 약간의 충격이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본인과 함께 근무하면서 소문의 진실을 확인했었습니다.

“자궁외 임신“은 사실이었고, 그때 입원해서 난소중 하나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는..

 

난소 하나만 있다고 임신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자신은 다시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는지라 상관이 없다고 쿨하게 이야기 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것이 문화차이" 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제가 얼마 전 직장에서 멘토였던 소냐와 잠시 이야기하다가 눈물 찔끔 했는데..

(소문이 얼마나 빠른지) 다음날 바로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우리병동의 책임자가 보내온 문자입니다.

 

“너 휴가가기 전에는 (근무가 안 맞으니) 못 볼 거 같아.

너 (다른 동료랑)문제가 있다며? 그래서 울었다며?

나 이번 주까지는 근무를 하니 시간이 되면 언제나 찾아와.

네 엄마로부터.

 

실습생부터 시작한 요양원 생활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하나씩 가르친 동료들인지라,

나에게는 다 엄마 같은 존재들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가끔 농담 삼아 그들을 엄마라고 부른답니다.

나이로 보자면 엄마보다는 “언니”같은 존재들이지만 말이죠.

 

우리병동의 책임자도 내가 부르는 그 “엄마”중에 하나인지라,

문자의 끝에 “네 엄마부터”라고 써서 보냈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직원들중 몇몇은 저를 싫어합니다.

일을 못하면 더 갈굼을 당하겠지만, 열심히 해도 눈총은 받습니다.

 

어떤 식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752

나를 힘들게 하는 그녀,

 

실습생 때부터 나를 가르친 소냐와 간만에 근무를 했었는데,

잠시 점심을 먹으면서 소냐가 나에게 물어왔습니다.

 

아마도 요양원내 나에 관한 소문을 들은 듯 했습니다.

S가 나를 유난히 갈군다고 말이죠.

 

그 이야기를 하면서 서러워 눈물이 찔끔했었죠.

 

“남편도 정 힘들면 그만두고 몇 달 쉬다가 다른 곳에 일자리를 찾아보자고 하더라.”

 

나의 말에 소냐는 침을 튀기면서 열변을 토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니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나가면 니가 지는거야. 이 순간을 잘 견뎌야지.

그리고 문제가 있음 바로 병동 책임자에게 이야기를 해.

삼자대면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 말을 들으면서 내 뇌리에 스친 생각 하나!

 

“나도 나가면 직원이 더 줄어드니 소냐가 말리는구나...”

 

소냐는 나와 있었던 일을 바로 병동책임자에게 이야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내가 정말 그만두기 전에 수습을 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겠지요.

 

S와는 한동안 같은 층에 근무가 걸리지 않는지라..

나의 문제는 수면 속으로 잠시 가라앉아있는 상태였는데....

 

직원회의에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를 보고 병동책임자가 날리는 한 마디.

 

“S는 외국인들을 싫어하는 거 같아. A(아프가니스탄 아저씨)하고도 사이가 않 좋아.”

“왜? A가 자기는 그냥저냥 잘 지낸다고 했었는데..”

“아니야, S가 A한테 소리를 질렀어!”

 

A는 남자인지라 나보다는 사이가 원만한줄 알았었는데 소리를 질렀다네요.

갈군 것도 아니고 소리를 질렀다니 왜 그런지 물어봐야지요.

 

“왜 소리를 질렀는데?”

“점심시간에 직원회의 하는데, 나도 있었거든.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다들 당황했어.”

“S는 왜 그런데?”

“요새 개인적인 문제가 많아서 그런 거 같아.”

 

최근 그녀의 80대 노모가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다른 동료랑 근무 중에 엄마이야기를 하면서 우는지라 나도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줬었는데..

 

“개인적인 문제가 없는 직원들이 어디 있어? 그래도 근무할 때는 그런 티 안 내고 하잖아.”

“그러게..”

"내가 요양원에서 근무할 때 좋아서 춤추면서 다니는 줄 알아? 나 원래 그렇게 웃기는 인간형이 아니거든. 그래도 근무에 들어오면 내 문제 다 접어놓고 하는 거지.“

“그래, 그렇게 프로답게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병동에 외국인 외모를 가진 직원들은 몇(라오스, 터키) 있지만,

어릴 때 와서 대부분은 모국어 수준으로 독일어를 하는 직원들이고!

 

실제로 요양보호사 중에 외국인은 나와 아프가니스탄 아저씨 A입니다.

둘 다 외모도 외국인이요~ 발음도 원어민과는 구분이 되는 외국인이죠.

 

A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무슬림입니다.

 

무슬림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는 방식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고,

아직도 아내, 여동생, 딸들을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죽이기도 합니다.

 

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이야기들입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자서전에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괜히 무슬림 아저씨한테 까불었다가 맞을 수도 있는데..

S는 무슨 마음으로 직원들이 다 보는데 소리를 질렀던 것인지..

 

이야기를 들었으니 소문의 실체를 확인해봐야죠.

 

A를 며칠 뒤에 만나서 물어보니 정말로 S가 소리를 질렀었고, A도 한마디했다고 했습니다.

 

“나도 소리 지를 수 있어, 너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너한테 소리 질러 줄께!”

 

무슨 마음에서 무슬림 아저씨를 다른 직원 앞에서 모욕을 준 것인지..

무슬림을 잘못 건들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잠시 잊은 것인지..

 

물론 내가 지금까지 봐온 A는 선한 인상을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지만,

사람의 속은 아무도 모르는거죠.

 

그 후 S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병동책임자도 나서고, S, A와 함께 3자 대면을 해서

그 후 S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는 것이 A에게서 들었던 최근소식입니다.

 

소문이 유난히 빨리 도는 내 직장.

 

가끔은 사생활 깊이 관련된 소문도 있는지라,

“도대체”어떻게 이런 일들까지 아는 것인지 궁금하지만..

 

겁나 빨리 도는 소문 덕에 해결되는 문제들도 있으니..

소문이 다 나쁜 의도를 품고있는거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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