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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오스트리아 요양원에서 본 죽음에 대한 자세,

by 프라우지니 2018.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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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저는 죽음을 아주 자주 목격합니다.

 

실습생 시절에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펑펑 울었었습니다.

조금 친한 어르신 같은 경우는 엉엉~ 소리까지 내 가면서 복도를 걸어 다녔었죠.

 

죽음이라는 것이 많이 본다고 익숙해지는 종류는 아니지만..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곁은 떠나간 어르신은 죽음으로 끝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가셨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로 저는 환생을 믿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생을 마치신 어르신들은 또 다른 영혼으로 새로운 육체를 만나시겠지요.

살날이 얼마 안 남은 어르신께도 “환생”에 대한 말씀도 시시때때로 드립니다.

 

"달라이라마 아시죠? 그 분은 매번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난답니다.“

 

우리요양 어르신들의 평균연령도 80대 중반입니다.

꽤 많은 어르신들이 90대이신지라, 70대면 완전 젊은이에 속하는 곳이 요양원입니다.

 

다양한 연령대 만큼이나 이곳에서 만나는 죽음의 형태도 참 다양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어르신들의 태도가 다양하다는 말씀이죠.

 

요양원의 어르신 중 거의 절반정도는 정신이 시시때때로 외출하시거나 아예 외출해서 돌아오지 않아 “치매”라고 불리는 병을 앓으시는 분들이고, 나머지 분들은 “제정신”을 챙기면서 사시는 분들입니다.

 

제정신을 가지고 사시던 분 들중 두 분은 요양원에서의 삶이 싫으셨던지..

죽음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지 못하시고 오는 죽음을 달려가서 맞이하셨습니다.

 

한 분은 얼굴 아래의 신체를 전혀 못 쓰시던 분이셨습니다. 딱 손가락 두개만 움직일 수 있는지라, 직원들이 씻겨드리고, 먹여드리는 등의 일을 해야 했습니다.

 

유난스럽게 자주 호출 벨을 눌러대고,

아프다고 밤낮을 안 가리고 소리를 질러대셨던 여자 어르신.

 

직원에게 이분이 하셨던 자살 미수사건을 들었을 때,

인간의 수명이라는 것을 한 번 생각 했었습니다.

 

직원들끼리 말하는 요양원에서 일어난 3건의 자살미수 사건입니다.

 

1. 붕대를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어서 질식사 시도.

2. 스프 접시에 (정말) 코를 박아서 익사 시도.

3. 앉아있는 전기휠체어를 옆으로 넘어뜨린 다음에 식탁에 (자신의) 목을 맞추고, 뒤쪽의 전기휠체어를 직진하게 해서 자신이 목이 식탁에 눌리게 해서 질식사 시도.

 

얼마나 살기 싫으면 이런 여러 종류의 자실시도를 했을까 싶습니다.

자살 시도를 했음에도 매번 발견이 되어서 다시 일상을 사셨던 분.

 

 

간만에 출근했더니 듣게 된 "돌아가신 요양원 어르신 명단.“

자살 시도를 3번이나 하셨던 여자어르신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음식거부”을 하시다가 그리 원하시던 세상으로 가신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면 원래 식사량이 많이 줄어들지만, 그중에는 정말 밥 맛이 없어서 식사를 안 하시는 분들이 있고, 살기 싫어서 일부러 식사를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 어떤 종류라고 일단 음식거부를 하시면..

직원들이 억지로 입 벌리고 음식을 쏟아 붇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모자라는 영양분을 보충해야하니 일단 단백질 음료가 투입되지만,

이것도 드시라고 권할 뿐이지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며칠 식사를 하시지 않으시면 병원으로 이송시킵니다.

 

요양원에서 일상을 사시는 분들 가운데 “Palliativ 팔리아티브”로 규정이 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분들은 “돌아가실 날을 받아 놓으신 분들”이죠. 치료가 불가능하니 치료제가 아닌 통증 완화제나 진정제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특수 약제를 돌아가실 때까지 제공받습니다.

 

며칠 만에 출근을 해 보니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인공심장을 달고 계시던 80대중반의 유고슬라비아 출신 할매.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생활하셨던 분이십니다.

당신이 씻으시고, 식사도 하시는지라 따로 해드릴 일이 없으셨던 분이셨는데..

그분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아니, 어쩌다가?”

“돌아가시기 30분 전에도 복도의 테이블에 나와서 앉아 계셨었는데..”

“그럼 방에서 혼자 돌아가셨어?”

“아니, 가족들이 모두 와서 돌아가시는 걸 지켰어.”

“어떻게 가족들은 알고 왔었데?”

“할매가 가족들에게 다 전화를 하셨었나봐.”

“그럼 할매가 복도에 나오신 건 작별인사를 하시려고 나오셨던 거야?”

“그랬던 거 같아.”

 

건강하게 생활하셨던 분이셨는데, 당신이 가실 때를 아셨나봅니다.

그러니 가족들을 부르시고, 나와서 직원들한테 인사도 하셨던 거겠죠?

 

지금까지 본 요양원 어르신들 중에 가장 건강하게 돌아가신 거 같습니다.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달려가서 맞이하는 어르신도 봤고,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려고 침대에 눕지 않고 앉아서 날밤을 세우는 어르신도 봤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자면 다시 못 일어날거 라는 생각에 ,

휠체어에서 2박3일 버티고 계신 어르신이 지금 계시거든요.

 

다가오는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하고 멋지게 인사를 남기고 떠나신 할매의 명복을 빕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새로운 삶을 부여받을 때까지 잠시 쉼표를 찍는 시간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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