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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53-일본인이 감동시킨 한국인의 친절 아님 주책?

by 프라우지니 2018.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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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남편이 아팠습니다.

 

루아페후 산을 다녀온 직후라 다리에 근육통도 있었고, 심하게 낚시질을 한 덕에 팔도 아픈 남편이지만, 마눌에게는 아프다는 말을 잘 안하고, 아픈 티도 안내는 남편이었는데..

 

 

 

정말로 몸이 안 좋은지 남편이 몸져누웠습니다.

 

사실은 몸져 누웠다기 보다는 아프니 그냥 잠을 자는 거죠.

 

머리에 열도 나는지라, 일단 차가운 물수건으로 열은 식히고 있는데..

우리가 사는 동네에 병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일단 민간요법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감기 시초인지라 생강차를 끓이기로 했습니다.

 

생강차를 끓여도 남편이 마시라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내가 아는 민간요법은 “생강차”인지라..

생강을 넣고 오래 끓이니 생강향이 진하게 우러나온 차가 완성됐습니다.

 

남편은 모르는 “한국식 민간요법”이라 남편이 마실지 확신은 없었는데..

생강차 외 다른 방법은 없어서였는지, 주는 대로 생강차를 홀짝거리며 잘 마십니다.

 

남편이 마셔본 적이 없는 차이고, 맛도 생소한 차인데 약으로 생각하고 마셨던 것인지, 아님 마눌이 정성을 다해서 간병하고 있는 걸 알아서였는지 주는 대로 열심히 마시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생강차를 한 들통 끓여서 남편도 주고 나도 마시고 있었는데...

 

 

 

이때쯤 우리 백패커에 일본인 커플이 왔었습니다.

 

영어가 서툰 일본여자와 내 짧은 일본어로 아주 기초적인 대화는 가능했죠.

 

커플이 왔는데 남자가 없이 혼자서 동네를 다녀왔다는 그녀. 다음날 떠날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냐고 하니, 남친이 아파서 못 떠나고 그냥 주저앉았다고 했습니다.

 

이때 백패커 안팎으로 아픈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백패커 주인 말에 의하면..“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마침 남편용으로 끓여놓은 생강차가 있는지라, 방에 누워서 꼼짝 못하고 있다는 그녀의 남친에게 갖다 주라고 예쁜 주전자에 따끈한 생강차를 가득 담아서 줬습니다.

 

그리고는 남편이 아파서 누워있는 차로 쪼르륵 달려갔습니다.

 

남편에게 생강차도 가져다 줘야했고, 할 말도 생긴 거죠.

 

“남편, 남편, 완전 신기해! 보통 남자가 아프면 여자가 옆에서 간병을 하는 것이 보통이잖아.

근디, 일본사람들은 틀린가봐. 여행 중에 남친이 아파서 방에 누워있는데, 여자는 외출하고 다닌다. 신기하지 그치? 그래서 내가 생강차 주전자에 한 가득 담아줬어. 아파서 누워있는 남친 갖다 주라고. 나 잘했지?”

 

지금 생각 해 보니 그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염두에 두지 않았었네요.

일본에서도 감기 걸리면 한국처럼 민간요법으로 생강차를 마시는지도 잘 모르면서 생강차라니.

 

다음날 다시 만난 그녀는 내가 준 생강차 덕에 남친이 많이 호전됐다고 감사하다고 했고, 그녀의 남친도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해왔습니다.

 

대충 몸을 추스린 후에 일본커플은 다음 날 길은 나섰습니다.

 

그때는 내가 준 생강차 덕이라고 생각했었고, “한국인의 왕 친절”에 그들이 감동했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 해 보니 정말로 내가 준 생강차 효과를 본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일본인을 감동시키는 한국인의 왕 친절” 일거라 생각하고 준 생강차가 정말로 그들에게 “한국인의 친절”로 보여지고, 느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그들에게는 그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도가 넘은 “한국인의 주책”이고,

“한국인의 오지랖”은 아니었는지, 지금은 살짝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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