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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50-마눌을 감동시킨 남편의 등산 모자,

by 프라우지니 2018.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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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남편은 이기적인 편입니다.

 

가끔은 마눌을 생각하고 위해 주는 거 같기는 한데..

대부분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 결정하는 편이죠.

 

마음과는 다른듯 한데.. 말도 깨게 하는지라, 가끔은 입을 꿰매고 싶은 충동도 느낍니다.^^;

 

부부가 함께 오르는 루아페후산.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한지라 출발 할 때는 두껍게 옷을 입었습니다.

 

해도 뜨지 않았을 때는 쌀쌀하니 잠바에 털모자를 쓰고 출발을 했었는데..

오르다 보니 해가 떠오릅니다.

 

아뿔싸,^^;

해가 뜨니 내가 잊고 온 것 이 생각이 납니다.

 

무엇보다 얼굴 타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마눌인데 모자를 잊고 왔다니..

이거 다시 내려가야 하는 걸까요?

 

땡볕에 모자도 없이 하루 종일 산을 타는 건 마눌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단 모자없이 출발을 했고, 다시 내려가기는 무리가 있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남편, 남편 벙거지 모자 나 줘!”

“왜?”

“올라올 때 까먹고 모자를 안 챙겼어.”

“...”

 

평소에 남편 같으면 이런 대답을 했겠죠.

 

“누가 모자를 잊고 오래? 이건 내꺼니 못 줘!”

 

그런데 남편이 군소리 없이 자기 모자를 벗어서 마눌에게 내밉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마눌이 모자없이 산행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님 마눌이 워낙 호들갑을 떠니 선뜻 내준 것인지..

 

남편의 모자를 받아들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스카프로 남편의 머리를 덮어줬습니다.

 

평소의 남편 같으면 머리에 스카프 같은 건 쓸 인간형이 아닌데..

웬일로 마눌이 덮어주는 스카프를 군소리 없이 씁니다.

 

 

 

마눌이 덮어준 스카프를 쓰고 남편은 하루 종일 산을 탔습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형인 남편에게 여자가 쓰는 스카프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날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하루 종일 쓴 것인지 아님 마눌이 씌워줘서 쓴 것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루아페후 산 정상에서 찍은 부부사진입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선그라스 까지 내려쓴 남편의 스카프입니다.

나름 모자 대신에 기능을 톡톡히 한 스카프입니다.

 

마눌의 손에는 남편이 양보 해 준 벙거지 모자가 들려있습니다.

 

사진 찍을 때는 마눌이 모자를 벗고 찍었음 하는 남편의 희망사항이 있었던지라..

흔쾌히 모자를 벗기는 했는데, 바람이 쎈지라 머리가 얼굴로 다 내려왔습니다.^^;

 

남편이 양보 해 준 벙거지 모자를 썼음에도 얼굴이 많이 탄 날입니다.

 

이날 간만에 뜬 햇살이 겁나게 뜨거웠고, 산 위는 더 햇볕이 강한지라,

남편의 모자가 없었음 완전 시커먼스가 될 뻔 한 날입니다.

 

평소에는 마눌을 항상 이겨먹으려고 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라 마눌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났었는데, 오늘 남편이 선뜻 내준 모자 덕에 마눌을 많이 감동했습니다.

 

남편 또한 모자없이 하루 종일 산을 탔지만..

모자가 없다는 투덜거림 없는 태도로 마눌을 배려했습니다.

 

아주 작은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작은 배려가 천만금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는 걸 남편은 알고나 있으려는지..

 

감사합니다. 남편!

당신이 마눌을 배려하는 그 마음 덕에 오늘 하루 아주 많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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