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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32-통가리로 노던서킷 2일차,Mangatepopo망가테포포 Oturere 오투레레,

by 프라우지니 2018.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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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리로 노던서킷 2일차이며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구간입니다.

 

근사한 볼거리가 있는 구간이면서 제일 힘든 구간이기도 하죠.

 

 

오늘은 Mangatopopo 망가테포포 헛에서 Oturere 오투레레 헛까지 걷는 여정으로,

빨리 걸으면 5시간, 느긋하게 쉬어가면서 걸으면 8시간정도 소요됩니다.

 

걸음의 빠르기와 중간에 얼마나 쉬면서 가느냐에 따라서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죠.

 

 

 

망가테포포 헛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3월 중순이라 쌀쌀한 날씨임에도 텐트에서 자는 여행자들이 꽤 있습니다.

 

헛 숙박비(이 당시 32불)의 반값 가격에 숙박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2박3일내내 텐트를 짊어지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온도가 내려가는 밤에는 웅크리고 잡을 자야하니 그 다음날 걷는데 지장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는 중년의 나이인지라, 그냥 잠자리는 편한 것을 선호합니다.^^

 

 

아침에 유난히 꼼지작대는 남편을 놔두고 혼자 나섰습니다.

 

남편 옆에는 어제까지도 안 보이던 그림자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나우루호헤산”에 오르면서 남편과 “덤앤더머”로 등극한 영국인 딘.

 

어제 남편과 함께 “나우루호헤산”에 갔다 오면서 정이 든 것인지, 아님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그나마 말을 튼 인간이 남편뿐이라 같이 가기로 결정을 한 것인지..

 

꼼지작거리면서 준비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 마눌도 속이 터지는데,

딘은 군소리 없이 남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느린 내 남편 옆에 인간 하나가 더 붙어있는지라..

마음 편하게 저는 그냥 혼자 나섰습니다.

 

혼자 걸으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엊저녁에 내가 이 길을 미친 듯이 뛰어다닌 거야? 남자 둘을 찾겠다고?”

 

사방이 깜깜한데 스마트폰 후레쉬 하나만 믿고 남편을 찾으러 다니는 여자.

한국여자여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코스의 통가리로를 걷는지 아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좌측처럼 작은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경우는 하루나들이 코스죠.

이럴 경우는 마실 물과 간식거리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 가방도 나름 날렵합니다.

 

우리처럼 2박3일 동안 통가리로 노던서킷 트랙킹을 하는 사람들은 배낭의 크기부터 다르죠.

2박 3일 동안 먹을 것, 입을 것, 슬리핑백도 있어야 하니 짐은 많이 커지죠.

 

트랙킹동안 산장이 아닌 텐트에서 잔다면..

텐트도 포함이 되니 짐은 더 커지구요.^^;

 

우측의 사진에 보이는 하얀 건물이 이곳에서 만나는 마지막 화장실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서 볼일을 보셔야지 안 그랬다 가는 길가에 궁디를 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인적이나 없어야 궁디라도 까는데, 통가리로 크로싱은 사람들이 넘치는 구간인지라 궁디를 까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심도있게 위치와 시간을 맞춰야 합니다. ^^;

 

 

 

망가테포포 산장을 출발해서 나름 거의 평지에 1시간정도 걸리는 소다스프링.

소다스프링을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숨이 거의 죽을 거 같이 숨이 차기 시작하는 곳입니다.

어제 남편과 1인을 찾으러 내가 온 곳이 이쯤이었나 봅니다.

 

평지가 끝나고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을 미친 듯이 걸어 올라가는데,

위에서 두남자의 두런거리면서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었거든요.

 

마눌은 분명히 혼자 걷고 있는데, 길에서의 기억은 세 사람입니다.^^;

 

 

 

남편이 있음에도 일행 없이 혼자 걷는 꼴이 된 마눌.

걷다가 뒤를 돌아봤습니다.

 

내 남편은 도대체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 것인지 궁금해서 말이죠.

걷다가 숨을 고르느라 뒤를 보고, 걷다가 또 뒤를 돌아보지만 남편은 안 보입니다.^^;

 

보통은 마눌이 먼저 나서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걸음 빠른 남편이 금세 따라잡는데..

이날은 남편에게 일행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 남편 얼굴 보는 것이 참 쉽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걸어서 South Creater 사우스 크레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앉아서 15분정도 기다리니 아무리 돌아봐도 안 보였던 남편과 1인이 나타났습니다.

 

좌측의 남편이 빨간 셔츠를 입은 영국인 딘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습니다. 내가 마눌인지 딘이 마눌인지, 이날 남편은 하루 종일 마눌이 아닌 영국인 딘과 함께 걸었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저 산이 어제 남편이 영국인과 다녀온 나우루호헤산입니다.

 

이곳에서 저곳은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만,

낮에는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꽤 붐비는 곳입니다.

 

나우루호헤산의 정상에서 마운트에그몬트(타라나키산)의 원뿔모양의 산봉우리가 구름 속에 삐죽이 튀어나온 사진을 찍어왔으니 남편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우스 크레이터를 지나서 저는 또 혼자 길을 나섭니다.

 

지금까지는 항상 우리 둘이여서 마눌이 먼저 출발해도 남편이 따라잡고는 했었는데..

남편과 같이 걸으려면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남편 뒤에 영국인도 함께 걸어야하는지라 그냥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남편 하나 달고 걷는 것도 가끔은 버거운데, 또 다른 1인까지는 힘들죠.^^;

 

그래도 혼자 걷기는 조금 외롭습니다.

다들 짝을 이루고, 그룹을 이뤄서 걷는데, 왜 난 혼자여야 하는 것인지..

 

남편이 눈치껏 마눌 옆에서 걸어주면 좋으련만..

 

 

사진의 우측에 파란배낭을 맨 남편이 빨간셔스 딘과 함께 오고 있습니다.

 

평지를 지난 후에 숨이 턱 막히는 또 다른 오르막길. 레드 크레이터로 가는 길이죠.

 

걷다 힘들면 앉아서 쉬고, 쉬면서 도대체 내 남편은 어디쯤에 오는 것인지..

찾아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이때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남편이 있음에도 왜 통가리로 노던서킷의 가장 힘든 구간을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인지...”

“왜 눈치 없는 영국인 딘은 남편 뒤에 딱 붙어서 남편이 마눌을 버리게 만든 것인지..”

 

이번에도 오르막길에서 쉬고 있으니 드디어 남편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남편 뒤로 빨간 셔츠를 입은 영국인 딘도 어김없니 따라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은 영국인 딘을 티 안 나게 챙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눌을 혼자 둔 것은 죽을 죄이지만, 뒤를 계속해서 따라오는 영국인 딘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죠.

 

사람이 참 이기적이게도 남편이 이 사람을 챙기느라 마눌을 몰라라하니 아주 많이 섭섭했습니다.

 

“나우루호헤 산에 혼자 간다고 할 때 그냥 혼자 보냈음 내가 트랙킹내내 과부는 안됐을 텐데..”

 

힘들고 긴 여정의 길을 혼자 걷다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남편의 행동이 당연한 행동임에도 내 이기심에 이런 조금은 못된 생각을 했었습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전형적인 날씨입니다.

 

날씨가 맑은가 싶으면 갑자기 구름이 쫙 끼기도 하고, 구름 속을 걷는가 싶으면 구름이 한 번에 사라지기도 하고, 나우루호헤산쪽으로 구름들이 올라가니 저기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은 정상에 올라가도 구름만 보다가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죠.^^;

 

나는 이미 지나온 구간이라 상관없지만,

“지금 저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조금 아쉽겠다.”싶습니다.

 

 

 

레드 크레이터를 지나서 통가리로 크로싱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전망대 앞입니다.

저기 조금만 더 걸어가면 힘들게 올만한 가치가 있는 세 개의 호수를 만날 수 있죠.

 

내리막길이라고 해도 내려가기 만만한 길은 아니지만..

최소한 숨이 찬 오르막길은 아니니 감사한 순간입니다.^^

 

 

 

다들 쉬어가는 통가리로 크로싱/ 통가리로 노던서킷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따로 돈을 내는 통가리로 크로싱/통가리로 노던서킷이 아니더라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여기까지 걸어왔다가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통가리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곳이니 말이죠.

 

사람들은 현실같이 않는 호수의 색을 즐기면서 이곳에서 간식도 먹고,

쉬어도 가고, 잠시의 시간을 즐기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이 주변에는 항상 이렇게 사람들이 많냐구요?

당근입니다. 이 에메랄드/블루호수를 보러 이곳에 오는 것이니 항상 바글대는 장소입니다.^^

 

 

 

에메랄드/블루호수를 사람들 없게 찍는 방법은 ..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까지 내려오는 방법입니다.

 

그럼 사람 하나 없는 에메랄드/블루 호수 풍경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호수 3개를 중심으로 통가리로 크로싱은 호수를 지나서 좌측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서 계속 내려가면 되고, 통가리로 노던서킷 2일차인 저는 3개의 호수를 지나서 우측으로 길을 잡습니다.

 

그쪽으로 가야 오늘밤 우리가 머물 수 있는 산장이 나오거든요.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슬슬 걸어 내려왔습니다.

 

보이시나 모르겠습니다.

저기 언덕위로 개미만한 크기의 사람들이 내려오는 길이 있습니다.

 

저는 통가리로 노던서킷인지라 호수를 지나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가리로크로싱을 걷는지라 내가 가는 쪽으로 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호수를 지나고는 이렇게 허허벌판을 걸어갑니다.

 

이제는 오르막길은 없지만 걸어야 할 거리는 꽤 남은지라 열심히 걸어야 하는 구간이죠.

화산지대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식물군을 관찰 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내가 지나온 길을 올려다보니 이제는 구름이 꽤 내려 와 있는 상태입니다.

 

나는 이미 보고 내려온 구간이지만, 이제 저 구간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참 많이 아쉽겠습니다.

평생에 한 번 뿐일 수도 있는 뉴질랜드 여행이요~ 통가리로 국립 공원일 텐데 말이죠.^^;

 

 

내가 지나온 길은 구름이 잔뜩 끼여 있는데, 내가 가는 방향은 파란 하늘입니다.

“날씨 좋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구간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혼자 걸어도 말이죠.^^

 

 

 

걷다보니 나도 못 느끼는 사이에 식물군들이 변했습니다.

 

황량한 사막 같다고 생각했는데, 화산지대를 지나온 걸까요?

연둣빛이 도는 작은 덤불들이 나름 예쁜 풍경을 만들어 주는 구간입니다.

 

 

 

열심히 걷다보니 저 멀리 오늘 우리의 숙박지인 오투레레산장이 보입니다.

 

저것이 오투레레 산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 산장 말고 다른 건물이 있을 리는 만무하니 산장이라 믿고 걷습니다.^^

 

 

산장에 도착해서야 내가 걸어왔던 방향을 돌아봤습니다.

이제는 구름이 나우루호헤/통가리로 산을 다 감싼 상태입니다.

 

저는 에메랄드/블루호수에서 산장까지 2시간이 걸렸습니다.

혼자 걷다보니 그냥 앞만 보고 걸어온지라 나름 빨리 도착했습니다.



오투레레 산장에 두 번째로 도착했습니다.

 

저는 산장에 일찍 도착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나름 괜찮은 잠자리를 고를 수도 있고, 한가한 시간을 즐길 수도 있죠.

 

산장에 도착해서 내가 하고 온 발토시는 건물밖에 걸어두고, 신발도 밖에 둬야죠.

대신에 산장 안에서는 실내화/슬리퍼를 신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없을 때 내가 입고 온 땀이 밴 옷은 테이블에 널어서 말립니다.

햇볕이 있을 때 대충이라도 말려놔야 다음날 입던가 배낭에 넣던가 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로 도착한 내가 고른 장소는 산장 안쪽에 있는 방입니다.

매트리스가 아래 4개, 위에 4개 있는 작은 방을 선택했습니다.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이미 매트리스를 2개 선택한지라,

저는 얼른 그 옆 두 개를 낼름 찜했습니다.

 

하나는 내 배낭으로 찜을, 또 하나는 내 침낭을 펴서 찜.^^

 

20여명이 같이 자는 커다란 방 같은 경우는 코를 고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도 높지만..

8명이 자는 작은 방은 코를 고는 사람을 만날 확률도 줄어들죠.^^

 

 

 

늦게 온 사람들은 주방 옆에 있는 침대를 사용해야 합니다.

 

작은 산장 같은 경우는 주방과 방의 구분이 없이 뻥 뚫려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늦게까지 요리하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다 들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남편은 마눌이 도착하고 2시간이 지난 후에 영국인 딘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남자 둘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여자 혼자 걸어도 2시간이면 오는 거리에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그것이 심히 궁금한 여자의 마음입니다.

 

 

 

저녁 7시 산장지기인 제리 할배가 산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고는 자유 시간.

오후부터 산 위로 올라가던 구름이 산 정상에 걸려서 하루를 마감하는 모양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저 산은 어제 저녁에 남편이 올라갔었던 나우루호헤산입니다.

 

이번에 우리부부에게 참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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