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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33-오래 걸어야 하는 통가리로 노던서킷 3일차,Oturere-whakapapa

by 프라우지니 2018.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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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리로 노던서킷 3차입니다.

 

 

 

오투레레 산장에서 와이호호누 산장까지 7.5km.

와이호호누 산장에서 와카파파 빌리지까지 14,3km

총 21,8km를 걷는 여정입니다.

 

Oturerre 오투레레 산장에서 처음 출발했던 Whakapapa 와카파파 쪽으로 돌아가는 코스입니다.

 

중간에 따로 시간을 내면 타마호수도 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힘든 언덕구간은 없지만 걸어야 할 거기가 꽤 되는 구간입니다.

빨리 걸으면 6시간, 느긋하게 걸으면 9시간도 걸릴 수 있는 거리입니다.

 

 

 

안개와 함께 아침을 맞습니다.

 

텐트에서 잔 사람들은 산장 안에서 잔 사람들보다 더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남편 옆에 따라다니는 딘이 아침에 마실 음료가 없다고 해서 갯수 맞춰서 가지고 온 티백을 하나 주고 나니 우리는 물 1리터에 달랑 티백하나 넣어서 둘이 나눠 마셔야 했습니다.^^;

 

거의 맹물 마신 거죠.^^;

 

 

 

이날은 걸어야 할 구간이 꽤 되는지라 남편도 아침에 일찍 준비를 마친지라 출발은 같이 했습니다. 남편 뒤에 영국인 딘을 달고 말이죠.

 

오투레레 산장을 출발해서 2~3시간쯤에 거리에 있는 Waihohonu 와이호호누 산장에서 간식도 먹고 쉬어가기로 일단 계획을 잡습니다.

 

 

 

출발은 같이 했지만, 걸음이 빠른 마눌도 아닌데, 남편은 뒤에 쳐져버렸습니다.

 

저기 바위 옆에 삐죽이 남편이 서있습니다.

저 언덕에 뭐 그리 찍을 사진이 많다고...^^;

 

남편이 저렇게 동서남북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고 늦장을 피워도 딘은 군소리 없이 기다려주는 모양입니다. 마눌보다 더 좋은 짝입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저는 또 혼자 걷고 있습니다.

 

남편이 없는 것도 아닌디...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이 난 참 외로운 트랙킹을 합니다.^^;

 

노던서킷 2일차였던 어제는 길에 치이는 것이 인간들이었는데..

어제 에메랄드 호수에서 우측으로 길을 들어선 후로는 만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노던서킷 3일차.

 

 

어제와는 다른 여러 풍경이 제가 가는 길 위에 펼쳐집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활화산이 있는 지역이면서도 참 다양한 식물군을 보유하고 있는지라,

식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변해가는 풍경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열심히 걷다보니 저 아래 산장이 보입니다.

 

저 곳이 Waihohonu 와이호호투 산장인 모양입니다.

저곳에 도착하면 잠시 쉬어가면서 간식을 먹을 예정입니다.

 

쉴 곳이 바로 앞에 보이니 내려가는 발걸음이 나름 가벼워집니다.^^

 

저 곳에서 오늘밤 숙박을 하는 트랙커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저곳이 오늘 지나가는 곳 중에 한 곳입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나름 새 건물로, 동서남북, 여러 방향으로 창문을 많이 만들어서 최대한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게 지은 건물입니다.

 

이곳에서도 산장에서 숙박이 가능하고, 텐트치고 하는 캠핑도 가능합니다.

 

 

트랙킹을 하면서 산장이 아닌 텐트에서 자는 이유는..

낭만 뭐 이런 이유는 아니구요. 단지 저렴해서입니다.

 

되도록 더 저렴하게 여행하려는 서양인들은 조금 추워도 텐트에서 잡니다.

 

 


 


나름 새 건물이라 침실도 뻥 뚫려있는 것이 보기는 시원해 보입니다.

 

저렴하지도 않는 가격인데, 옆 사람의 매트리스와 아무런 경계도 없이 침낭을 맞대고 자는 것이 처음에는 참 거시기 합니다. 웬만하면 한사람이라도 덜 부딪히면서 자려고 노력을 하죠.

 

그래서 웬만하면 옆 사람과 온몸이 아닌 머리나 발부분만 닿는 것이 좋죠.

그래서 산장에 방이 여러 개이면 더 작은 방을 선호합니다.

 

새로 지은 산장의 방은 배낭을 넣어 놓을 수 있는 공간까지 있네요.

 

 

 

남편 있는 과부가 되어서 혼자 걸어오고 혼자서 간식겸 점심도 먹습니다.

 

트랙킹중에 마지막으로 먹는 한 끼입니다.

트랙 전에 2박3일 동안 먹을 식량을 준비 해 왔던지라, 매 끼니 먹을 양이 정해져있었습니다.

 

아침은 한쪽에는 땅콩버터, 다른 한쪽에는 잼을 발라서 붙인 땅콩버터쨈 샌드위치.

점심은 식빵, 치즈와 살라미. 저녁은 파스타.

지금은 점심이니..식빵, 치즈와 살라미.

이것이 내가 가진 식량의 전부입니다.

 

평소에는 안 먹는 살라미 햄인데, 많이 걸을 때는 먹어야 한다는 남편의 주장이고,

또 내가 가진 것이 이것뿐인지라 맛없는 한 끼지만 물 마셔가면서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간식겸 이른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떠날 채비를 하니 산장에 들어서는 남편입니다.

 

같은 코스를 걷는데 어찌 여자인 마눌보다 한참을 더 늦게 오는 것인지..

두 남자는 길 위에서 뭘 하고 오길레 이리 느려 터진 것인지..

 

자꾸 생각이 많아지면 짜증이 나는지라,도착한 남편에게 내가 남긴 살라미 햄만 던져주고,

난 또 다시 산장을 탈출합니다.

 

 

 

혼자 걷는 길은 참 외롭습니다.

 

부부나 연인이 나란히, 혹은 일행과 함께 걷는 길을 난 혼자서 걸었습니다.

외롭고, 섭섭하고 혼자 걸으면서 이런 느낌을 남편은 전혀 모르겠지요.

 

 

 

남편 없이 이틀째 혼자 걷는 남편 있는 과부인 아낙입니다.

 

사진을 찍어줄 남편이 옆에 없는지라,

사진 한 장 찍으려면 카메라를 어딘가에 세워놔야 하죠.^^;

 

3일째 걷고 있는지라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 볼품은 하나도 없지만..

통가리로노던서킷 3일차의 추억이라 사진 한 장 남겨봅니다.

 

2박3일 혹은 3박 4일 동안 트랙킹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걸으면서 뭔가를 생각하고 또 뭔가를 계획하고, 마음을 수련하고,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저 같은 경우는 피곤해서 뭔가를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빨리 이 여정을 끝내야지.”

 

"난 왜 이틀째 혼자 외롭게 걸어야 하는지..”

 

뭐 이런 그 순간의 생각만 할 뿐이었죠.

 

 

 

하루 동안 걷는 길은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은 계단도 오르락 내리락 하고!

 

 

 

특정한 구간 같은 경우는 나무판자로 길을 만들어놨습니다.

 

걷기 편하라고 만들어놓은 길이 아니라 ..

인간들의 발길에 식물들의 뿌리가 상할까봐 보호용입니다.

 

저기 구름 뒤로 보이는 산은 앞으로 오를 계획이 있는 루아페후 산입니다.

 

 

 

산을 감싸고 있던 구름이 하늘위로 올라가니 루아페후산이 제대로 보입니다.

보기에는 참 만만하게 보이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힘이 들지 기대가 되는 산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제가 등산을 엄청 좋아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어차피 남편이 오르겠다고 해 놓은 산이니 마음을 비우고 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죠.^^;

 

 

 

지도상에는 길 위를 걷다보면 타마호수를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가던 길 옆으로 빠져서 Lower Tama 로어 타마는 10분,

Upper Tama 어퍼 타마는 45분을 걸어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어퍼 타마 호수

 

가던 길에 있는 호수인지라 보러 오기는 했는데..

호수는 한참 아래에 있고, 물도 원래 저리 없는 것인지 아님 가뭄 때문인 것인지..

 

호수를 보러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못 찾겠고,

트랙킹 3일째라 사실 호수를 보러 내려갈 의지도 없었습니다.^^;

 



타마호수를 보고 나머지 한 시간 가량의 거리를 또 다시 걷습니다.

 

사진을 찍어줄 사람은 없으니 나 혼자 알아서 찍어야 하는 거죠. 길 위에 내가 3일 동안 메고 다녔던 배낭을 모델로 나의 “통가리로 노던서킷 트랙” 인증 샷을 합니다.

 



마지막 한 시간은 두 시간 같은 한 시간짜리 길입니다.

 

출발지인 Whakapapa 와카파파 쪽이 다가오니 그쪽에서 가볍게 "통가리로 노던서킷" 하루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산책삼아 꽤 많이 걸어옵니다.

 

서너 시간만 걸어도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지라 나름 추천할만한 산책코스입니다.

 

이날 아침 7시 48분에 우테레레 산장을 출발해서 저는 와카파파에 오후 4시 20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딘과 나타났습니다.

 

트랙킹이 끝나니 딘과 드디어 헤어지는구나.. 했었는데,

차가 없는 딘이 “당당하게” 태워다 달라고 하는지라, 그가 원하는 곳에 내려줘야 했습니다.

 

 

 

그렇게 남편도 마눌도 힘들고, 외롭고, 짜증났던 “통가리로 노던서킷”을 마쳤습니다.

 

둘 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고, 되뇌이면 짜증만 나는 며칠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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