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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 혼자 보낸 내생일

by 프라우지니 2018.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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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변함없이 내생일은 돌아왔습니다.

 

작년 내생일은 뭐했나 작년 일기장을 뒤져보니..

다음 날이 “간호조무사”시험이라 하루 종일 열공모드로 있었네요.

 

혼자 자축도 못하고 지나갔다는 이야기죠.^^;

 

올해는 시간이 조금 남아도는 생일이었습니다.

어찌 생일날 근무가 안 잡혀서 혼자서 신났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자축하러 갔습니다.

 

제가 아주 잘 하는 짓이죠.

씩씩하게 잘살아주는 저를 위해서 시시때때로 밥을 쏩니다.^^

 

사실은 남편과 외식을 하고 싶었지만..

마눌 생일이라고 휴가를 내고 싶어도  출근하는 날이니 안 되고..

 

전날 저녁에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그라츠 출장”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라츠”가 나오니 마눌 눈이 빤짝빤짝 합니다.^^

 

거기가면 만날 친구들이 꽤 되니 말이죠.

먹고사느라 날 만날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내 생일)에 우리 밥 먹을까?”

“그날 그라츠로 출장을 가야해!”

“그으래? 나 낼부터 근무없는디..(따라가고 싶어서) 얼마나 가? 1박2일?”

“....”

“당신 호텔서 머물면 나도 같이 머물러도 되지?”

“안 되는 거 알면서..”

“왜? 또 회사차 타고 동료들이랑 같이 가?”

“응, 동료 4명이랑 같이 가!”

 

사실 출장을 남편차로 혼자 가면 마음껏 따라가겠지만..

남편회사는 항상 회사차로 출장을 갑니다. 그것도 팀을 만들어서..^^;

그래서 마눌은 못 따라갑니다.

 

회사차 운행 중에 사고가 났는데 회사사람이 아닌 사람이 타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겠고..

출장 가는데 마눌 달고 오는 동료를 예쁘게 봐줄 직원도 없죠.

아무튼 남편은 마눌의 생일날 새벽에 출장을 갔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생일축하및 마눌 부모님에 대한 감사는 오늘 자정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울 엄마, 아빠는 매년 외국인사위에게 인사를 받으십니다.

 

“내 마눌을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죠.^^

마눌이 시켜서 하는 일이지만 시킨다고 하니 감사할따름이죠.^^

 

새벽 6시에 남편을 출장 보내버리고, 전 첫 생일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내 생일에 나한테 늦잠을 선물하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해야죠. 나한테 주는 첫 번째 선물은 “늦잠”이었습니다.

 

내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가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 생일선물 아이디어까지!

참 꽤 쓸 만한 시계입니다. ^^

 

조금 더 자고 일어나니..

그때부터 페이스북 친구들의 축하메시지가 이어집니다.


 


 


 

 

생일축하 장미꽃에, 하트에, 선물상자까지.

다 챙겨서 받았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같은 이런 인사가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그들이 날 기억해주고 축하해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페이스 북에서 축하메시지를 보내라고 일일이 알려주니 따랐을 뿐이겠지만 말이죠.^^

 

오늘은 내 생일.

혼자 점심을 먹으러 계획까지 다 세웠는데..

생각 해 보니 뭔가 챙겨 받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신청했던 비자.

며칠 전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비자가 나왔다고 하더라. 가서 찾아라!”

 

그래서 생일 기념으로 “비자”를 찾으러 갔습니다.

선물삼아서 말이죠.^^

 

시내에 가서 비자를 찾고, 점심을 먹고,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뭐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는 집을 나와서 해당관청에 갔는디..

 

내가 빼먹은 서류가 있었네요.

 

남편에게 대충 들었던 이야기는..

“헌 비자하고 70유로 가지고 가면 돼!”였는데, 관청에 가서 보니 “여권”도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나에게 쏘는 날!

식당도 혼자 다녀버릇하면 다닐 만합니다.

 

점심은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늦잠?

 

먹고 싶은 것만 골라다가 열심히 먹었습니다.

오늘 연어초밥 먹는다고 아침에 물만 마시고 나왔습니다.

생일날 배 터져보려고 말이죠.^^

 

그렇게 점심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요양원 직원관리자가 뜬금없는 전화를!

 

전화번호가 뜨면서 그 사람의 이름도 같이 뜨니 금방 알죠.

전화를 받으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S (상사지만 이름을 부르죠!)”

“안녕, 진이. 오늘 뜻 깊은 네 생일이잖아. 축하한다고 전화했어.”

“응? 고마워.(지금 혼자서 자축중이야~)”

“오늘 행복하고 즐거운 생일 보내길 바래!”

“이렇게 전화해줘서 정말 고마워!”

 

깜짝 놀랐습니다. 직장에서 내 생일축하 전화를 해 오다니.

 

우리 요양원에 근무하는 직원이 백 명까지는 안 되지만 꽤 되는데..

직원 생일이라고 전화까지 챙기다니 특히나 난 완전 새내기직원인데..

 

오늘 근무가 없는 것은 내 생일이여서 근무를 일부러 안 잡았던 모양입니다.

생일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말이죠.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 세 번째는.. 어차피 찾아야했던 새 비자.

이것도 생일날 찾으니 생일선물 같기는 합니다.^^

 

내 새 비자는 2018년 3월3일~ 2023년 3월 3일까지네요.

두 번째 받는 5년짜리입니다.

 

오스트리아도 웬만하면 영주권제도를 만들지, 매 5년마다 갱신하려니 이것도 은근히 돈 듭니다.

하긴 1년짜리를 해도 같은 비용이니 5년짜리가 170유로면 나름 저렴하다고 해야겠네요.^^

 

나가서 점심도 먹고, 비자도 찾고, 간만에 시내 나간 김에 아시아식품점에도 들린 후에 집에 들어오니.. 시부모님이 제가 있는 주방에 입장하십니다.

 

지금은 제가 아직 감기를 앓고 있어서 옮길 위험이 있는지라 가까이 오시는 건 제가 사양하고..

 

 

 

해마다 변함없는 선물을 주시고 가십니다.

직접 사신 1인용 생일축하 케이크와 현금 50유로.

 

시아버지가 각을 맞춰서 써오신 생일카드도 매년 같습니다.^^

 

시누이는 연휴 끝나고 돌아가면서 생일선물을 미리 줬었습니다.

초콜릿(안 먹는 거 알면서)과 상품권.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울기도 했습니다.

 

“글쎄 내가 혼자 밥 먹는데, 요양원 S가 전화를 한 거 있지.

전화해서는 ”생일축하“한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깜짝 놀랐잖아,

설마 직원 생일을 일일이 전화로 챙겨주는지는 몰랐었어.”

 

사실 어제 근무 중에 우리병동에 왔었던 S를 봤었습니다.

서로 소 닭 보듯이 “안녕!”하고는 그냥 지나쳤었는데..

 

요양원 취직하고 두 번째 생일이었음 해마다 전화를 해주는지 알았을 텐데..

첫 번째 맞는 생일에 상사에게 축하전화를 받고 보니 내가 많이 감동했던 모양입니다.

 

수다 떨던 마눌이 갑자기 조용해지니 획 돌아보는 남편!

 

“으아앙~ 내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해 줄줄은 정말 몰랐어.”

 

신나서 떠들던 마눌이 갑자기 울어대니 남편이 놀래서는 등을 토닥토닥 해줍니다.

 

생일날 혼자 나다니고, 혼자 밥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주책맞게 눈물은 왜 난 것인지..

 

같이 앉아서 밥 먹어줄 친구도 없었고, 미역국도 없이 생일이었지만.. 멀리서나마 축하 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았고, 내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한 남편이 있어 행복했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서 축하인사까지 받아서 감동의 눈물까지 흘린 2018년 내생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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