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잡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식구 생일상에는 항상 잡채가 올라옵니다.
한국을 떠나서 살고 있는 지금은 내 생일이라고 해도 잡채까지 해서 먹는 일이 드물기는 하지만,
여전히 잡채는 내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이죠.
한국인 마눌을 두고 있는 남편은 마눌이 한국음식을 해 놓으면 먹기는 해도 먼저 어떤 음식을 “해 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어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지는 모르죠.
간만에 간 아시아 식품점에서 장을 봤습니다.
한국산보다는 가격이 싼 베트남산 500g짜리 고구마 당면의 가격이 3.50유로.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서 얼른 두 봉지를 챙겼었습니다.
사놓으면 잡채를 더 자주 해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죠.^^
장을 봐온 오후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습니다.
"남편, 오늘 잡채 먹을래?“
“응”
처음에는 제가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남편이 마눌이 말한 “잡채”가 뭔지 알고 그러나 싶기도 했었구요.
남편은 뭐를 물어봐도 처음은 항상 “아니”라고 답하는 인간형인데..
“잡채”라는 단어를 알아듣고 대답을 한 것인지..
(저는 잡채를 따로 번역하지 않고 그냥 한국말“잡채”로 말합니다.)
“뭐라고? 잡채 먹는다고?”
“응”
“그럼 저녁은 잡채로 먹을 꺼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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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남편은 잡채를 저녁상으로 받았습니다.
평소에는 냄새난다고 그리 구박 해 대던 반찬 3종도 내놨습니다.
아시안 마트에서 샀던 동남아 출신의 멸치볶음.
수박껍질로 만든 노란 피클.
냄새가 조금 심하게 나는 신김치.
“조금만!“ 을 외치는 남편에게는 딱 1인분 정량을 내줬건만..
“조금 더!”를 외치며 2인분을 저녁 한 끼 식사로 해치우셨습니다.
평소에는 “냄새가 지독하다고 구박하던 반찬 3종 세트”였는데..
특히나 신김치는 한국인인 내가 맡아도 냄새가 심한데..
잡채와 더불어서 같이 내간 반찬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퇴근 후 저녁메뉴로 뭘 준비해야할지 남편에게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잡채 냉동실에 얼려놓은 거 있는데 그거 먹을래?”
“응”
아니, 같은 음식을 절대 1번이상은 안 먹는 남편인디..
어제 먹은 음식을 오늘 또 먹겠다니..
남편은 다음 날 저녁에도 잡채와 반찬을 저녁상으로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신김치 2종에 피클, 멸치를 곁들인 반찬 4종 세트.
어제와 마찬가지로 남편은 잡채도 반찬도 싹 비운 빈 접시를 내놨습니다.
몰랐습니다.
남편이 나만큼 잡채를 좋아하는지는.
“남편, 잡채 좋아해?”
“...”
“남편 지금까지 내가 한국음식 해줄까 하면 항상 첫마디가 ”아니“잖아.
근디 잡채는 첫마디에 ”응“했어. 당신도 잡채 좋아해?”
남편은 무언으로 긍정합니다.^^
앞으로는 남편을 위해서도 잡채를 자주 해먹어야겠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당면도 찾았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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