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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내 입맛을 잃게 만든 오스트리아 병원식,

by 프라우지니 2017.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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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입맛이 없어서 끼니를 건너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끼니를 건너뛰면 헐크가 되는 특징이 있죠.

그래서 살 빼는 것이 참 쉽지 않는 타입의 아낙입니다.

 

그런 제가 병원에 입원한 동안은 입맛을 완전히 잃어버렸었습니다.

내 몸이 건강할 때는 다이어트 할 절호의 기회이니 경사가 날 일이지만..

아플 때에는 잘 먹고 잘 자야 하는데 입맛이 없으니 절대 잘 먹을 수 없었죠.^^;

 

제가 입원한 “자비로운 수녀님 병원”은 지난해 320시간 실습을 하느라 제가 매일같이 출근하던 곳입니다. 이 병원의 직원식당에서 매일 점심을 먹었던지라 이곳의 음식은 알고 있었는데..

 

직원으로서 먹는 음식과 환자로서 먹는 음식의 질은 아주 달랐습니다.^^;

 

 

 



점심에는 부어스트(소세지) 샐러드 저녁은 치즈스페츨(치즈버무린 얇은 수제비)

 

입원 첫날은 정상이니 점심도 저녁도 나름 그럭저럭 잘 먹었습니다.

 

보통 병원식은 전날 환자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데.. 새로 입원한 환자의 경우는 오늘 퇴원한 환자가 어제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병동에서 추가로 주문해놓은 음식이 나오기도 하죠.

 

수술 날은 하루 종일 금식이었습니다.

아침, 점심은 그렇다 치고 저녁까지 안 주는 바람에 쫄쫄 굶었죠.^^;

 



그렇게 하루 종일 굶은 다음에 받게 된 그 다음날 병원식.

(환자는 항상 다음날 먹을 세끼를 하루 전에 직접 미리 주문을 합니다.)

 

아침은 뮤슬리와 우유, 차.

점심은 스프와 찐 생선과 야채,

저녁은 스프와 모차렐라치즈& 토마토

 

식사에 따라 나오는 스프는 샐러리 크림스프건 당근 크림스프건 스프에서 고유의 야채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얼마나 물을 탄 후에 소금을 집어넣은 것인지.. 소금 소태이고..^^;

 

맛이 없어서 안 먹으려고 해도 옆에서 잔소리하는 남편 땜에 안 먹을 수가 없죠.

 

“그거 다 먹어야 화장실 가니까 다 먹어.”

 

탈장수술 환자는 화장실도 잘 가야하니 잘 먹어야 하는디..

입맛은 잃어서 먹고 싶은 의지는 전혀 없고!! ^^;

 

아침은 내가 주문한대로 통밀빵, 쨈,치즈,사과, 찬우유, 과일차

 

빵까지는 힘들고, 사과에 우유, 과일차로 물배만 채우는 아침.

 



점심은 스프,메인메뉴,샐러드에 후식까지 나오는 풀코스.

풀코스나 마나 짜고 맛없어서 먹기 고역인 음식들.^^;

 

 

맛없는 병원식을 견디게 해준 남편이 집에서 공수해다 준 방울토마토와 살구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입맛은 계속해서 잃어갔습니다.^^;

음식 맛은 어찌 이리 없을 수가 있는 것인지..

 

오스트리아 음식들이 대부분 우리 입맛에는 짠걸 알고 있지만,

짜고 맛까지 없는 음식을 먹기는 고역 중에 고역이었습니다.

 

수술하고 다음날은 소변줄까지 꼽고 있는 상태라 병원에서 머무는 것이 불가피 했지만..

그 후 3일 동안 병원에서 한일은 없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회진을 오는 의사도 사족이 멀쩡해서 행동이 자유로는 저 같은 환자는 보는 둥 마는 둥. “아픈데 없죠?” 하고는 스윽 지나갑니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나는 하루 2번 진통제를 받았었고, 혈전주사만 맞았습니다.

그리고 하루 세끼 맛없어 죽을 거 같은 음식을 먹느라 고역이었습니다.

 

맛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안 먹으면 화장실을 못가니 음식은 먹어야 하고..^^;

 

그렇게 병원에서의 길고긴 6일이 지난 후에야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내가 제일 처음 해먹은 음식은 매콤한 비빔국수였습니다.^^

 

환자가 매운 음식을 먹으면 큰일 난다고 남편이 난리부르스를 피웠지만..

난 위에 구멍 난 환자도 아니고, 한국 사람에게 매콤한 음식은 일상식이죠.^^

 

평소에도 오스트리아 음식은 좋아라하지 않지만,

이번 병원에서의 맛없고 짠 음식 때문에 한동안은 한국음식에 집착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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