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권은 한국에 들어갈 때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에서 갱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자를 갱신할 때 여권의 유효 기간이 짧으면
여권의 남은 기간 만큼만 비자가 나옵니다.
가령, 3년짜리 비자를 받는데,
여권의 유효 기간이 1년 반이라면,
비자는 1년 반으로 나옵니다.
비자는 연장할 때 기간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내니
한 번 받을 때 길게 받는 것이 좋죠.
1년짜리나, 3년짜리나, 5년짜리나
비자 연장비는 동일하니 말이죠.
여권 유효 기간은 아직 2년 정도 남아있었지만,
오스트리아 비자를 5년짜리 받게 되니
당근 여권의 유효 기간도 길어야죠.
그래서 조금 이르게 갱신을 하러 갔었습니다.
혹시나 관공서의 “여름휴가 기간”이 있을까 싶어서
미리 문의도 했었습니다.
비엔나까지 기차 타고 갔는데
허탕 치면 곤란하니 말이죠.
오스트리아의 한국 대사관은
“오스트리아 국경일과 한국의 국경일을 제외하고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방문이 가능하다니..
비엔나 가는 기차표가 가장 싼 날에 예약을 걸었습니다.
오스트리아 국내 간 도시 여행은 저렴한 9유로로
가능하다는 오스트리아 철도OEBB 외베베.
저렴한 기차표를 판매하는데,
이것이 매일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철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매일매일 날짜를 쳐가면서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에 운행하는 기차라고 해도
어떤 날은 25유로, 어떤 날은 40유로가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날은 9유로로 가격이 뚝 떨어지니
이때를 노리는 거죠.
왕복표가 저렴한 한 날을 골라서
남편에게 출발, 도착시 간을 넘겨줬습니다.
오스트리아 철도청은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데,
저는 체크 카드만 가지고 있습니다.
신용카드가 없는 마눌은 결제 같은 이유로
신용카드가 필요할 때 남편의 도움을 받습니다.
더불어 기차표 가격도 남편에게 살짝 총을 쏘시는 거죠.^^
가끔 남편이 “기차표 값을 달라”고
할 때는 줄 때도 있지만,
남편도 마눌의 푼돈을 보호(?)해 주는 차원인지라,
마눌이 쏘는 총을 기꺼이 맞아주십니다.
이른 아침 기차를 탔더니,
한국 대사관은 오전 9시경에 도착을 했습니다.
한국 대사관의 입구에 이왕이면 한국 여성이 앉아서
일을 보러 온 한국인들을 한국어로 맞아줬음 좋았겠지만,
외모가 한국인 비슷한 동양 여성이
독일어로 하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여권갱신을 위해 올라간 2층.
내부는 작지만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외국에서 여권을 갱신하니 한국에서 할 때와는
조금 다른 절차 하나가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최근에 여권을
갱신하는 국민들은 중지의 지문만,
비자를 연장하는 외국인들은
모든 손가락의 지문을 스캔하고 있습니다.
직원이 안으로 불러서 들어가니 나를 반기는 기계 하나.
이곳에서 지문을 스캔 한 후에 한국에 있는
나의 지문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모양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나의 지문은 10대 후반에
주민등록증을 만들면서 찍어 놨던 그것인디..
그건 손가락에 잉크액 을 묻힌 다음에 좌에서 우로,
내 손가락의 지문을 한 바퀴 돌렸었는데..
이 기계는 단순히 손가락의
단면 지문만 인식을 하는 모양입니다.
지문 단면만 인식하는 기계를 본 후에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 기계가 손가락 지문을 인식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검지부터 시작으로 엄지, 그리고 다음 손가락으로 넘어갑니다.”
심심해서 물어본 말이고,
직원의 대답도 흘러들었습니다.
설마 내가 그 손가락을 연이어서
올리게 될 줄은 몰랐었습니다.^^;
직원이 시키는 대로 일단 검지의 지문을
스캔 할 수 있게 손가락을 올렸습니다.
왼손도 올리고 오른손도 올렸는데..
본인 인증이 안 되고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올리세요.”
요청에 따라서 엄지도 왼손,
오른손 올렸는데.. 본인 인증 불가입니다.^^;
“중지를 올리세요.”
중지도 웬일인지 먹히지 않습니다.^^;
이쯤 되니 직원이 물어옵니다.
“본인이세요?”
“네”
“혹시 개명하셨어요?”
“아니요, 평생 남자 같은 이름 하나만 쓰고 있는데요?”
“본인 맞으시죠?”
“네”
손가락 3개의 지문이 일치하지 않는다니
직원은 본인 확인을 재차 하시고,
본인임을 밝히면서 제 등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내 지문과 거의 30여 년 전에
손가락 좌에서 우로 찍 눌러가면서 찍어놨던 지문과
일치하지 않으면 여권 갱신은 힘들어지고..
그럼 결국 여권 갱신 때문에 한국에 가야 하나..
참 별의별 생각이 다 하면서 실내를 시원한데
저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동사무소에서 찍은 지문은
직원이 내 손가락을 좌에서 우로 찍~ 눌러가면서 만든 지문인지라
기계가 인식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 않나요?
그럼 여기서도 내 손가락에 잉크를 발라서
눌러 찍은 다음에 스캔을 하면 안 될까요?”
“그렇게는 안 되거든요.”
불안한 마음에 직원의 요청대로 약지를 올렸습니다.
약지도 안 되고, 소지도 안 되면..^^;
나는 나대로 불안해서 땀이 나고,
직원도 느려터진 시스템에 스캔한 지문을 확인 작업 하느라
땀이 나는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다행히
저의 약지 지문으로 본인 인증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당사자인 나도 힘든 시간 이였지만,
내 지문의 확인 때문에 같은 시스템을 계속해서
돌려야 했던 직원 분들도 나름 조금 버거운 시간이셨지 싶습니다.
그렇게 소지까지 가지 않고 약지에서 끝난 본인 인증에 감사하고,
본인 인증이 더뎌서 시간이 걸림에도 짜증내지 않고
일을 처리해주신 분들께 감사해서
비엔나 갈 때 기차에서 먹겠다고 마당에서
따갔던 방울 토마토를 살짝 내밀었습니다.
토마토가 제철이라고 해도 여러 색의 방울 토마토
특히나 유기농은 비싸거든요.^^
가방에서 꺼내보니 한두 개는 터져서
모양이 예쁘지는 않았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신 직원분께 감사는 하고 싶어서 말이죠.
“이렇게 귀한 것을.. 감사합니다.”
외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의 불친절에 관한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엔나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친절한 직원들만 만났습니다.
입구에서 반겨준 동양인 외모의 외국인 직원도 친절했고,
계단에 앉아서 손님을 맞이 해 준 경비 요원도
머리를 숙여서 한국식으로 인사를 해줬고,
한국인 직원들의 서류가 진행되는 동안에
조용하고 친절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다 모여서
저에게 꽤 긍정적인 대사관 이미지가 된 거 같습니다.
대사관의 모든 직원이 한국대사관을 이용하는
“한국인”을 존중 해 주는 모습은 참 좋았습니다.
제게 유일하게 불친절했던 것은 사람이 아닌 기계였으니..
이건 “대사관의 불친절” 이라고는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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