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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궁금한건 아무에게나 물어보세요

by 프라우지니 2017.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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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 산지 조금 되서 말도 조금하고, 일상도 그럭저럭 살아간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외국인입니다.

 

평생 이곳에 산 사람들은 “다 아는 것들”도 제게는 항상 새롭게 다가오니 말이죠.

 

학교를 다닐 때는 선생님께 여쭤보고, 직장에서는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집에서는 남편이나 시부모님께 물어보고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인터넷 검색까지 하지만..

 

정작 내가 궁금한 순간에는 위의 조건들이 다 없는 상태입니다.

제 스마트폰은 무료 WIFI가 되는 곳에서만 인터넷이 작동되거든요.^^;

 

슈퍼에서 기획 상품으로 나온 고급 기능의 스포츠 셔츠가 정가보다 상당히 저렴합니다.

 

결혼 10주년 부부선물로 하나씩 살까 싶어서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남편의 사이즈는 생각이 안 납니다.

 

옷이 걸려있는 곳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아저씨한테 살짝 가서 말을 걸어봅니다.

 

"저 실례지만, 크기가 어떻게 되세요?”

“네? 키요? 아님 옷 사이즈?”

“옷 사이즈요. 아저씨가 제 남편하고 덩치가 비슷한 거 같아서요.”

“저는 54를 입어요.”

“네? 그렇게 크게 입으세요? 그럼 50은 안되겠네요?”

“텍도 없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제가 만지고 있던 것은 50 이 였는디..^^;

이거 사왔음 제가 입을 뻔했습니다.

 

저는 시시때때로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생전 처음본 사람들이지만 제가 궁금한 질문을 해결하는데 굳이 아는 사람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저 사람은 외국인인 내가 말을 걸면 어떻게 생각할까?” 혹은 “ 저 사람은 인종차별 주의자일까?” 이런 생각들은 살짝 접어놓습니다.

 

지금 중요한건 내가 궁금한 것이니 말이죠.

 

슈퍼마켓에서 식품류를 사면서도 궁금한 것은 생깁니다.

 

 

 

밀가루가 필요했는데, 마침 1+1 행사를 합니다.

이왕이면 통밀가루를 사려고 했었지만, 싼 매력에 이 밀가루를 사기로 했습니다.

 

Weizenmehl (바이젠 멜)도 Roggenmehl (로겐 멜)도 Mehl(멜=밀가루) 종류인 것은 알겠는데..

두 종류는 어떻게 틀린 것인지..

 

 

잡곡류를 파는 코너에서 위의 두 녀석을 찾아봤습니다.

바이젠이나 로겐이나 생긴 모양은 비슷합니다.

 

여기서 잠깐!

 

사전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Weizen < der; Weizens , Weizen > (1) 밀

Roggen < der; Roggens , nur Sg. > (1) 호밀

 

밀과 호밀인 것은 알았고..

 

이것들의 밀가루라는 이야기인디..

건강에는 어떤 것이 더 좋을 것인지..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담당직원한테 물어보면 좋겠지만, 실내 운동장 만한 슈퍼에서 담당직원은 커녕 오가는 직원 찾기도 힘들고, 이곳에 서서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중년여성이면 집에서 케잌, 빵 종류나 밀가루 음식을 해 먹을 테니 알거 같아서 말이죠.^^

 

두 가지 밀가루를 손에 들고 있다가 내 옆을 스치는 아주머니께 여쭤봤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이 두 밀가루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하나는 하얀 밀가루이고, 다른 하나는 약간 어두워요.”

“그럼 어떤 것이 건강에 좋을까요?”

“그런 잘 모르겠고, 어두운 밀가루는 빵을 구울 때 많이 쓰죠.”

 

아하! 하얀 밀가루는 국수종류나 파이, 케잌 종류를 구울 때 쓴다는 말이고. 약간 어둡다는 호밀가루는 발효된 빵을 구울 때 사용한다니 호밀가루가 조금 더 건강할거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것을 들고 집에 왔냐구요?

 

밀가루와 호밀가루를 한 봉지씩 들고 집에 왔습니다.

호밀가루는 한 번도 안 사봤던 것인지라 혹시나 실패가 있을까 싶어서 밀가루도 가지고 왔죠.

 

역시 그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호밀가루는 하얀 밀가루에 비해서 색이 조금 어둡기는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이왕이면 몸에 더 좋은 호밀가루를 사지 싶습니다.

밀가루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말이죠.

 

저는 항상 이렇게 궁금한 것을 그 자리에서 묻고 풀어갑니다.

 

가끔씩은 그들의 설명이 성에 차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곳 현지인들은 생전 처음 본 외국 아낙이 자신을 잡고 질문을 하는데, 외국인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그 아낙이 궁금해 하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친절하게 성의 있게 대답을 해 줍니다.

 

나의 질문에 싸늘한 무관심이 아닌 따뜻한 관심이 더해지기에 이곳 생활도 나름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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