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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충돌 문화충돌

가깝고도 먼 며느리 나라, 한국

by 프라우지니 201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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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부모님을 한국인 며느리가 있지만 한국은 가보신 적이 없습니다.

 

결혼도 오스트리아에서 한지라, 시부모님이 따로 한국에 가실일은 없었습니다.

 

며느리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시부모님 앞에서 “한국의 문화가 어떻고, 음식이 어떻고..”하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습니다. 가끔 한국음식을 하면 갖다 드리는 정도죠.

 

나이 드신 분들이라고 해도 새로운 음식이나 외국음식을 모험삼아서 드시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제 시부모님이 외국음식은 별로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시누이가 전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인도음식점에 갔다 왔다고 했었는데..

시누이 앞에서는 말씀을 안 하셨겠지만, 나중에 시어머니가 저에게만 살짝 말씀하셨습니다.

 

“음식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

 

시부모님이 외국음식을 좋아하시지 않으시는 걸 아는지라,

한국음식을 해도 갖다드리기가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한국에 대한 정보는 시어머니가 가끔씩 챙겨보시는 TV프로그램이 전부.

 

“김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신 후에는 한국에 김치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그 외 한국에 대한 여행 프로그램들을 챙겨보시는 듯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에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오셨었습니다.

 

제가 시댁에 와서 산 2년 동안은 저도 직업교육을 받는답시고 아주 바빴습니다.

 

하긴 시댁이 있는 린츠에 오게 된 이유도 제 직업교육 때문 이였네요.

 

그렇게 함께 살아도 별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보내긴 했었는데..

이번에 시부모님이 주신 생일선물을 보면서 “한국”을 아직 모르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생일선물에는 꽃다발과 케이크 그리고 현금 100유로였습니다.

 

나는 여자이면서도 꽃보다는 돈을 더 좋아하는 타입이고,

그래도 꽃을 받아야 한다면.. 꽃다발보다는 화분이 더 좋습니다.

 

꽃다발은 빨리 시들지만, 화분을 받으면 더 오래 볼 수 있고,

잘 키우면 또 꽃을 피울 수 있으니 말이죠.

 

작년에 시어머니가 주셨던 꽃다발은 받은 후에 시어머니께 드렸었습니다.

 

우리부부는 바빠서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들어오는지라 꽃이 있어도 볼 시간이 없으니,

하루 종일 집에 계신 시어머니라도 꽃을 실컷 보시라고 말이죠.

 

 

 

 

올해 시부모님이 주신 선물은..

과일바구니와 케이크 그리고 현금 50유로.

 

이걸 주시면서 시어머니는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꽃을 안 좋아한다며?”

“네? 나야 꽃 보다는 돈이 더 좋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은 꽃은 무덤에나 가지고 간다고 하던데..”

“네?”

“TV에서 봤다.”

 

아니,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대해 이리 황당한 이야기를 주절거린 것인지..

한국 여자 중에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한국에 가서 이리 진실도 아닌 이야기를 촬영했던고?

 

시어머니가 주신 과일바구니를 확인하면서..

시어머니가 아직 한국에 대해서 모르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남편의 생일 때도 바구니를 주셨던 지라, 며느리 생일에도 바구니를 주신 것은 알겠는데..

과일들도 슈퍼에서 파는 제일 좋은 품질로 넣으신 것은 알겠는데..

 

과일 중에 뜬금없는 “파파야”가 있습니다.

 

파파야를 보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요새 슈퍼에 파파야가 나오던데 이것도 젤 좋은 것이라서 넣으신 것인지..

아님, 한국이 파파야가 나는 열대나라라고 생각하신 것인지..

 

 

 

 

슈퍼에서 확인 해 보니 파파야가 가격도 비쌌습니다.

 

kg당 3유로인데, 제가 받은 파파야는 2kg는 넘는 대형 크기.

절대 싼 가격이 아닌데 왜 파파야는 사신 것인지..

 

“남편, 엄마는 한국이 파파야가 나는 더운 나라라고 정말 알고 계신 걸까?”

“...”

 

물어도 답변은 안하는 남편인지라 혼잣말처럼 궁시렁 거립니다.

 

시어머니가 알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 수정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엄마가 TV에서 보신 것이 틀려요. 내말이 옳아요.”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엄마, 한국에서 나는 과일은 이런 이런 것들이 있어요. 파파야는 아니에요.”

 

할 수 도 없는 일이고..

 

한국을 한번 모시고 가서 보여드리기에는 한국은 너무 멀고,

시어머니는 허리가 안 좋으셔서 비행기를 오래 못 타시고..

 

살아가면서 조금씩 어머니가 알고계신 한국에 대한 정보를 당신이 민망하시지 않게 조금씩 수정 해 가야 할 거 같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한국이 정말 100%의 한국은 아니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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