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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하늘나라로 간 친구

by 프라우지니 2016.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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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 제 친구 한 명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요양원 실습을 왔을 때부터 저를 살갑게 맞아주던 요양원 거주민!

 

저보다 딱 20살이 더 많았지만, 우리는 친구였죠.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http://jinny1970.tistory.com/1522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의 인연

 

레나테는 침대에 누워서만 10년 이상 생활했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척추를 다친 후에,

집에서 4년 동안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다가 요양원에 들어온 지 6년차가 된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 그녀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은 이미 온몸에 다 전이된 상태라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암말기라 시한부 인생임에도 그녀는 “삶을 마무리하는 여행“뭐 이런 것은 꿈꿀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요양원의 침대에 누워서 하루하루 짧아지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

 

말기 암의 통증도 심한지라 일반약이 아닌 마약을 항시 복용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정신이 맑을 때보다 초점을 잃은 상태로 있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그녀의 남편은 매일 오후에 와서는 한두 시간씩 있다가 가곤했지만,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그녀 혼자서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죠.

 

남편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은 “비싼 요양원 비용”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의료보험에서 비용을 대주니 경제적인 부담이 없었지만, 그녀의 남편은 요양원에 들어올 조건이 안 되니 개인적으로 내야하는데, 그 비용이 월 2~3,000 유로이다 보니 함께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조건 이였습니다.

 

가끔 그녀 옆에서 그녀에게 식사를 먹여줄 때마다 그녀는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이제는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

 

뼈만 남은 상태의 몸에 마약성분의 약 때문에 정신은 몽롱하고, 매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먹지도 배설하지도 못하는 상태이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던 그녀!

 

마음 같아서는 근무할 때마다 그녀를 찾아가서 이야기라고 하고 싶었지만, 근무하는 동안 해야 하는 일들 있는지라 그녀가 있는 2층에 근무할 때만 그녀를 들여다보곤 했었습니다.

 

내가 들어가면 두 팔을 벌려서 환영 해 주고, 반갑다고 내 양볼에 뽀뽀도 해주고 그렇게 살갑게 맞아줌에도 자주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지금은 많이 미안합니다.

 

 

 

간만에 근무하는 날,

그녀의 방 옆에 요양원 거주민들이 돌아가시면 놓곤 하는 테이블이 놓여있었습니다.

 

“또 누가 돌아가셨어?”

 

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속의 사망자를 보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얼굴도 통통한 것이 “우리 요양원에 이런 분이 계셨나?” 싶었죠.

 

“응, 레나테가 엊그제 오후에 죽었어.”

“아니, 어떻게?”

‘근무자가 오후에 들어가 보니 자는 듯이 죽어있더래.“

 

그녀의 삶이 얼마 남지 않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기 암이라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다고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저 요양원의 침대에 누워서 그 시간을 기다렸던 거죠.

 

통통한 얼굴의 사진 옆에 있는 작은 사진에서 내가 알고 있는 레나테의 얼굴도 찾았습니다.

 

 

 

군복무 대신에 우리 요양원에서 8개월 근무했던 청년과 대하중인 레나테.

 

척추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니 요양원에 무슨 행사도 직원들이 그녀를 일부러 데리고 나가지 않는 한 그녀는 항상 방에 있어야 했습니다.

 

지난 7월 요양원 여름행사를 할 때, 직원들의 도움으로 정원에 나왔던 레나테는 제가 직원들이랑 춤추는 것을 보고 “잘 한다”고 웃어주기도 했었는데..

 

그녀의 죽음을 들었을 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잘 됐네. 만날 죽고 싶다고 노래를 하더니만...“

 

이제는 마약 때문에 정신이 몽롱할 일도 없고, 통증 때문에 약을 먹을 필요도 없고, 그녀가 지금쯤은 편안한 상태가 된 것 같아서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들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치. 만날 이제는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었지.”

“아니야, 그러면서도 사실은 죽음에 대해서 겁을 냈어.”

 

그녀가 하늘나라로 갈 때는 고통이 없이 갔는지 혹시나 누군가가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어떻게 레나테 갈 때 누군가 옆에 있어줬어?”

"아니, 오후에 들어가 보니 자는 듯이 이미 죽어있더래.“

“그래도 고통 없이 간거 같아서 다행이네.”

 

학교에서는 이렇게 배웠습니다.

“환자가 죽을 때는 항상 그 옆을 지켜야 한다.”

 

절대 혼자서 외롭게 죽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죠.

그것이 환자의 권리이니 말이죠.

 

레나테가 아무도 안 불렀다는 것은 고통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니..

그저 자는 듯이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간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이제는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서 훨훨 날아다니고 있겠지 싶습니다.

더 이상 아픈데도 없고, 더 이상 한주먹씩 되는 약을 먹을 필요도 없고, 더 이상 마약성분의 약 때문에 몽롱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별 인사는 Bye안녕이 아닌..Wiedersehen 비더(다시)제엔(보다)(헤어질 때 하는 독일어 인사-"다시 보자"라는 뜻)으로 하렵니다.

 

레나테!

Wiedersehen비더 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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