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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에게 위로가 되는 그녀, 미라

by 프라우지니 2016.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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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시간에 조금 열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뒷담화입니다. 아시죠? 제가 하소연 할 때가 여기밖에 없다는 것.^^;)

 

나에게는 항상 껄끄러웠던 인도아낙! 1학기에는 내 옆에 딱 붙어서는 내 노트를 훔쳐보듯이 보던 그녀가 2학기에는 뒤쪽으로 갔습니다.

 

(그 당시에) 뒤에는 2명의 흑인아낙이 있었고, 더불어서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한)보스니아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을까 하는 희망이 보였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2학기 내내 인도아낙은 저에게서 시험정보를 얻었죠.

 

낮에는 학교에서 별로 아는 척도 안하는 그녀가 시시때때로 내게 전화를 해서는 내가 준비 해 놓은 시험문제들의 답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었습니다.

 

저도 시험문제의 답을 일일이 찾아야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해도 안 되는 것인지 아님 아예 시험 준비를 안 하는 것인지 그녀는 항상 내게서 받아만 갔었습니다.

 

인도아낙이 누구여? 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558

그녀는 인도아낙

 

http://jinny1970.tistory.com/1567

잘 치룬 첫 시험과 우리반 방송국 그녀.

 

처음에는 나도 “같은 외국인이니 서로 돕자“라는 마음에 매번 그녀가 원하는 정보를 보내줬었는데.. 매번 그녀가 나에게서 받는 일만 반복이 되니 사실 짜증도 났었습니다.

 

사람은 “주면” “받기를” 원하는 것인데, 매번 주기만 하니 말이죠.

 

 

 

그렇게 2학기가 끝나가면서 2명의 흑인이 동시에 그만뒀고,

인도아낙은 보스니아 아가씨와 짝이 됐죠.

 

사실 저에게는 이 보스니아 아가씨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인간형 이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싸가지"가 없는 거죠!

 

자기가 나에게 정보가 필요하면 당연히 나에게 와야 하거늘..

이제 20살짜리 여자아이가 아줌마(저죠!)를 향해 검지 하나를 까닥까닥하면서..

 

“지니! 너 이리 와 봐!”

 

아니 지금 똥개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자기 엄마뻘 되는 아줌마를 손가락 하나로 부르다니.. 더군다나 자기가 내 도움이 필요해서 부르면서 말이죠.

 

“Y, 네가 나한테 볼일이 있음 나한테 와야지. 그렇게 손가락 까닥거리면서 부르는 건 아니지.

지금 네가 나한테 물어볼 말이 있는 거 아니야?”

 

나의 대답에 그녀는 어정쩡하게 나에게 와서는 자기가 물어볼 말을 물어보고는 갔었습니다.

그리고 알았겠죠.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불러댈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걸!

 

Y는 인도아낙을 손가락 하나로 불러댔습니다. 자기가 담배 피우러 가는데도 데리고 다니고, 어디를 가도 항상 인도아낙을 꼬리처럼 달고 다녔습니다.

인도아낙이 자기보다 15년이나 연상인데 말이죠.

 

하지만 Y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는 인도아낙도 나름 Y를 이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인도아낙을 대하는 Y의 행동이 도가 지나치다 싶었지만, 그렇게 해도 인도아낙이 따라다니니 뭐 그런가 부다 했습니다. 어차피 둘은 뒤에 앉아서 나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그러는 사이에 3학기에는 뒤쪽에 앉던 크로아티아 아낙이 제 근처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녀와는 시험공부를 할 때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죠.

학교에서 유일하게 보면 반가운 사이가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Kommunikation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수업이 있는 날!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기술적으로 하는 것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문제가 생겼을 때, 상사와의 문제, 요양원 어르신들의 가족과의 문제 등등을 어떤 식의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하는지 배웁니다.

 

보통은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해서 맨 앞에 앉는 나는 뒤에 있는 인도아낙은 절대 볼일이 없지만,

이 수업은 의자를 동그랗게 원형으로 만들어놓고 앉아서 수업을 받는 날입니다.

 

내 옆에는 크로아티아 아낙,M이 앉아서 보통은 M이랑 짝이 돼서 선생님이 내주시는 미션을 수행하는데, 하필 오늘은 내 옆에 인도아낙과 Y도 나란히 와서 앉았습니다.^^;

 

제 우측으로는 크로아티아 아낙 M이, 좌측으로는 인도아낙 R과 Y가 앉아 있었는데. Y는 오후 수업을 땡땡이 치고 도망가고 나니, 둘이 짝을 하게 되면 저랑 인도아낙이 되는 상황이 된 거죠.

 

수업 중에 주어진 미션 하나!

 

나와 크로아티아 아낙인 M이 짝이 되면 인도아낙은 다른 짝을 찾아서 나서야하는데, 그녀가 끝까지 내 옆에 앉아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니 결국 크로아티아 아낙이 다른 짝을 찾아서 나섰습니다.

 

그렇게 인도아낙과 짝이 됐고, 우리가 받은 역할극!

 

“20살짜리 요양보호사가 들어온 지 2달됐는데도 여전히 이러저러한 실수를 하는데, 주의를 줄때마다 얼굴이 벌개지면서 ”다시는 그런 상황이 없을꺼"라는 변명을 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는 상황“

 

난 20살짜리 신입 요양보호사 역을 맡고,

인도아낙이 기존의 직원으로서 충고를 해주는 역할인데..

 

인도아낙의 말투와 하는 말이 충고치고는 완전 공격적입니다.

 

“너 이리 와 봐, 애기좀 해! 너 왜 그래? 왜 그렇게 실수를 해?

내가 말하는 거 다 적어서 일 할 때마다 보면서 해!”

“이봐, R! 이건 아니지. 그렇게 말하면 마치 상사가 아랫사람을 부리는 거 같잖아.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지. 네가 말하는 방법이 틀렸어.

 

“일하는 건 어때? 힘들지 않아?”

대화를 이렇게 시작해서 신입이 스스로 문제를 꺼내놓게 해야지.“

 

이쯤 되니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들의 대화에 대해서 묻습니다.

 

그랬더니만 인도아낙이 나에게 했던 말과는 다른 투로 말을 합니다.

 

“선생님, 제가 좋은 의도로 이야기를 했는데도, 지니가 이상하게 받아들여서요.”

 

원래 이 수업에는 좋은 쪽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을 선생님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다른 팀들은 다 좋게 해결이 됐는데, 나와 인도아낙만 인도아낙의 말 때문에 엇갈렸습니다.

 

“이봐 R, 내 생각에는 너는 좋은 의도로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네가 선택한 단어가 틀렸어.

아마도 네가 외국인이여서 그동안 잘못된 독일어 문장을 썼던 거 같아.

왜 그래? 하고 묻는 건 아니지.”

 

제가 몇 번 이렇게 이야기를 했음에도 인도 아낙은 계속 말을 바꿔가면서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을 한다는 식으로 몰고 갔습니다.

 

“선생님, 저는 지금 지니가 말하는 것처럼 ”너 왜 그래?“하고 공격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고요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했는데, 지금 지니는 그걸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서..어쩌고~ 저쩌고~”

 

저 또한 지고는 못사는 성격인지라 내가 왜 과민한 반응을 보였는지를 설명했습니다.

 

“R, 네가 아무리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고 해도 ”너 왜 그래?“라는 문장은 나에게 충고를 해 주려고 하는 직원이 아닌 나를 닦달하는 상사로 느껴져. 네가 선택한 단어가 틀렸어.

”일 하는 건 어때?“ 하고 말문을 트는 것이 정상이지.”

 

저의 말에도 상관없이 인도아낙은 자기는 하나도 잘못 말한 것이 없는데 내가 과민반응을 한다는 식으로 목소리까지 높이면서 변명을 했습니다. 자기가 나에게 했던 말까지 바꿔가면서 말이죠.

 

원래 이 아낙이 말을 바꿔가면서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인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를 상대로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워낙 수다스러운 아낙인지라 입 한번 열면 선생님조차도 말할 기회를 잡기 힘든 상황이라 사람들은 그녀의 변명을 계속해서 들어야했고, 그런 상황이 저를 바보로 만드는 거 같았습니다.

 

배우는 중이니 역할극 중에 잘못 말했다고 해도 다른 팀들의 해결책을 보고 배우면 되는 것을,

끝까지 자기는 잘못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과민하게 반응했다고 저 하나만을 그렇게 공격했습니다.

 

사람이 틀릴 수도 있고, 그러면서 배우는 것인데, 자기가 잘못한 것을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한데 그녀는 변명에 변명을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시키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나를 바보로 만들려는 그녀의 태도는 참 용서가 안 됩니다.

 

내 옆에서 R과 내가 했던 대화들을 듣고 있었던 M이 가만히 내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R이 지금 자기가 한 말 주워 담으려고 계속해서 변명하면서 자기가 그런 식으로 말 안했다고 하지만, 네가 지금 말하는 것이 옳다는 거 내가 다 알아! 아까 R이 완전 화내듯이 말하는 거 나도 들었어.”

이 상황에서 M이 내 귓가에 건네는 말 한마디가 나에게 힘이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수다스러운 R의 말에 귀기우이면서 나의 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소한 한사람만은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큰 위안이 됐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됐던 독일어 문장을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대학(교)협회에서 법률가로 일을 하는 시누이에게도 물었었죠.

 

“시누이 Was ist los mit dir? 바스 이스트 로스 밋 디어? (무슨 일 있어?= 왜 그래?”)라는 말이 부정적인 용도로 더 많이 쓰이남?“ (인도아낙이 썼던 말이 바로 이 문장이었습니다.)

“말의 억양이나 하는 사람의 표현에 따라서 부정적이기도 하지.”

“그럼 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해석이 되겠네?”

“그렇지!”

“그럼 Wie geht es dir? 비 겟츠 에스 디어?

(영어로 치면 how are you? (잘 지내? 어때?)는 어때?”

(이 문장은 내가 인도아낙에서 권했던 말입니다. 새로 온 직원이 일을 잘 적응하는지 묻고 싶다면 Was ist los mit dir?가 아닌 Wie geht es dir?가 더 긍정적으로 다가가는 문장이라고 말이죠.)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지!”

 

맞습니다. 내가 생각한 단어가 옳았습니다.

 

새로 온 직원이 자신의 실수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알고 있고 이로 인해서 위축된 상황에서는 Was ist los mit dir? (영어로는 What's the matter 나 what's wrong with you? 너 무슨 일 있어?=왜 그래?)를 언성을 높여서 말하면 안 되는 거죠.

 

이럴 때는 일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Wie geht es dir? 어때? 라고 물어보는 것이 맞았습니다.

 

3학기 커뮤니케이션 성적이 2등급이었던 수다스러운 R.

자신보다 더 말도 못하는 나도 1등급인데, 자신은 왜 2등급인지 선생님께 따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번 시험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릴 목적으로 자기가 쓴 답안지에 대한 변명을 하기위해 각 과목의 선생님을 찾아다니니 선생님들이 그녀의 성격을 모르지는 않을 테지만, 우리 반 사람들도 항상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녀의 성격을 모르지는 않지만..

 

우리 반 사람들과 선생님 앞에서 자기변명을 위해 날 곤경에 몰아놓은 R을 당분간은 용서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M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녀마저 없었다면 이런 상황이 더 힘들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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