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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요양원 입주에 관해 내가 해드린 조언

by 프라우지니 2016.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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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병원에서 실습하는 동안 몇 분의 어르신들을 만났었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어르신들을 만났었지만, 여기서 말하는 그 “몇 분”은 요양원 입주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가지신 분들이셨죠.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충격을 받는 일중에 하나는 “배우자의 사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

배우자의 사망에 버금가는 충격이 어르신들에게는 있습니다.

 

바로 요. 양. 원. 입. 주

 

지금까지 살던 곳을 떠나서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로 가는 것이 어르신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랍니다. “뭐 그것이 그리 큰 충격이라 그러는 거야?”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답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요양원 입주”는 자식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이 더해져서 더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던 비뇨기/암 병동에 할배 환자 한 분이 계셨습니다.

 

90을 훌쩍 넘기신 분으로 혼자서 거동이 불편하셔서 침대에서 일어나시고, 누우실 때도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셨는데, 어느 날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당신의 부인도 지금 우리 병원에 입원중이신데, 그분을 보러 가고 싶다고..

 

병동의 간호사들에게 허락을 받은 후에 그분을 휠체어에 모시고 바로 옆 병동에 계신다는 할매를 찾아 나섰습니다. 할매는 일방 병동이 아닌 VIP병동의 병동에 계셨습니다.

 

할매는 할배보다 상황이 더 않 좋으셔서 침대에 누워계신 상태였습니다.

 

할배의 휠체어를 할매의 침대 옆에 놔드리니 할배는 할매께 조곤조곤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기서 퇴원하면 우리가 가게 될 요양원이 결정됐다고 하네.”

“거기가 어딘데요?”

“XXXXX 라고 부부라 한 병실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하네.”

 

할배는 결정된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를 할매께 하셨습니다.

 

전에는 두 분이 사신 모양인데, 연세가 많으시니 걷다가 조금만 다리를 헛디뎌도 바로 “골절”인지라 거동이 힘드시고, 살림을 하셔야 하는 할매는 이제는 누워계시니 더 이상 집에 사실 수 없는 상태라 병원 입원과 동시에 바로 요양원 입주가 결정이 난거죠.

 

이분들 같은 경우는 “요양원 입주”를 거의 받아들이신 상태이고, 혼자가 아닌 둘인지라 새로운 환경도 적응이 쉬우실 거 같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정말 “요양원 입주”를 앞에 두고 엄청 떠셨던 할매께 제가 해드린 조언이 있습니다.

 

혹시나 다른 분께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고, 한국의 요양원은 여기와는 완전히 다르니 전혀 “딴 세상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말씀 드리겠습니다.

 

90을 바라보고 계신 할매가 내과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혼자 사셨다고 하는데, 자꾸 집안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니 이번에는 다시 집이 아닌 “요양원 입주“로 결정이 난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할매가 그 현실을 앞에 두고 참 많이 겁을 내셨습니다.

 

아침에는 몸을 씻겨드리러 들리고, 그 외 식사를 갖다드리거나 호출을 하실 경우 제가 자주 갔었던 병실이었죠. 병원이라고 해서 내가 할 일만 하고 돌아서서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면 듣기도 하고, 대답도 해 드리곤 하죠!

 

며칠을 봤더니 제가 많이 편해지셨는지 할매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 여기서 퇴원하면 요양원으로 입주를 하라고 하네.”

“전에는 어디서 사셨는데요?”

“전에는 혼자 살았는데, 자꾸 거동도 힘들어지고, 넘어지고 하니...”

“자제분은 안 계세요?”

“있는데 독일에 있어서 자주 못 와.”

“요양원 입주하시기 싫으세요?”

“지금까지 혼자도 잘 살았는데.. 모르는 곳이라..”

“어르신, 요양원은 어르신이 원하시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에요. 그 서비스가 식사일 때도 있고, 아침 저녁에 몸을 닦아드리는 일 일 때도 있고, 용변을 보신 것을 치우는 서비스일 때도 있죠. 단 서비스의 내용이 다르다 뿐이지 어르신은 그곳의 고객이시고, 필요하신 서비스를 받으신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래도.. 당신은 친절한데..거기 사람들은 어떨지..”

“어르신, 저 요양원에서 일해요. 지금은 배우는 학생이라 병원에서 실습중이지만 실습이 끝나면 다시 제가 근무하던 요양원으로 돌아 가야해요. 요양원에도 저같이 친절한 사람들이 많이 있답니다.”

“정말 그럴까?”

“물론이죠. 단, 필요하신 것을 말씀하셔야 해요. 요양원에서 ”매일 아침에는 씻어야 한다.“, ”식사는 매끼니 먹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강요를 할 때가 없지는 않아요.

 

이럴 때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씀하셔야 해요. 어떤 날은 씻기 싫으실 때도 있고, 어떤 날은 한 끼 정도 드시지 않고 싶으실 때도 있으실꺼예요.

 

하지만 요양원에서 강요하는 건 당신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 그러는 것이고, 그것도 당신이 목소리를 높여서 당신의 ”(하고 싶지 않는 것을 안 할)권리“를 주장하시면 돼요.”

“잊지 마세요. 어르신은 요양원에 돈을 내고 입주하시는 손님이라는 것을! 그럼 훨씬 마음이 편해지실꺼예요.“

 

정말 그 어르신이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생각을 바꾸셨다면 요양원 입주가 한결 수월하셨을 텐데..

 

그 어르신이 퇴원하시기 전에 전 다른 병동으로 실습지를 옮겨야했던지라 어떤 마음으로 퇴원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개봉을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저희 수업시간에 본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무슨 수업시간에 영화를 보냐고요? 저희는 꽤 많은 영화를 수업시간에 봅니다.

물론 저희 직업에 도움이 되는 여러 상황이 들어있는 것들로 말이죠.

 

 

독일영화 “Honig im Kopf 호닉 임 코프”해석하자면 “머릿속에 꿀“입니다.

 

치매를 “머릿속의 지우개”로 비교한 한국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머릿속에 꿀이 들어있어서 자꾸 엉긴다고 할배가 말씀을 하시죠.

 

이 영화의 내용인 즉은, 치매가 심해지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입주시키기로 결정한 아들과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손녀와의 갈등이 있고,

 

할아버지가 기억하고 있는 추억속의 “베니스”에 가면 할아버지가 정말 뭔가를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손녀는 독일에서 이탈리아의 베니스로 할아버지와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중에는 치매가 있으신 할아버지 때문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죠.

 

우여곡절 끝에 할아버지와 손녀는 베니스에 도착을 하게 되고,

나중에 이들을 따라온 아들과 며느리도 만나게 되죠.

 

베니스에서 아버지, 딸을 데리고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낸다고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집에 간병인을 들여놓고 아버지를 모셨습니다.

 

아마도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기 싫어한 딸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베니스로 탈출하는 사건 때문에 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고 말이죠.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서양인들은 부모가 나이가 들면 다 요양원에 보낸다.”는 아닙니다.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이 요양원에도 있으시거든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요양원”은 자식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은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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