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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내 우울증을 치료한 한 마디

by 프라우지니 201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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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뒷담화입니다.

 

읽으시면서 "어찌 생각이 그리 짧냐"
혀를 차시지 마시고..

"에구~ 그런 일이 있는데 어디에
털어놓을데가 없어서 나한테 하는구나."

 

생각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요일에 T 부부와 헤어지고

다시 린츠로 돌아왔고,

수요일에는 3학기를 총망라한 시험이 있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제 머릿속에는

여전히 에밀리 (중국여자)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내가 그녀에게 했어야 했던 말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돌고 있었습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1848

 

날 우울증에 몰아넣은 그녀, 에밀리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저는 타국에 사는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아낙입니다. 물론 달아주시는 댓글의 힘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말이죠. 가끔씩 "이 아낙이 인

jinny1970.tistory.com

 

“오스트리아에서 5년 넘게 살았으면서

독일어를 못하는 네가 정상이냐?”

 

“어떻게 아들이 하는 독일어도 못 알아 듣냐?

바보냐?”

 

“넌 영어도 못 알아들으면서

무슨 영어로 대화를 하자고 해?”

 

“내가 냉정하다고?

내가 왜 너한테 친절해야 하는데?“

 

사실 제가 젊었을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통역 학원을 다닐 때였는데,

우리 반에 나보다 한두 살 어렸던

남학생이랑 싸움이 붙었습니다.

 

싸움을 해도 조금 점잖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제가 여기저기서 들은 “욕”이 꽤 되는지라...

 

수업시간에 붙은 싸움이라 교실에는

선생님포함 학생 전부가 다 있었는디...

제가 남학생에게 엄청난 욕들을 해 대고

그 곳을 탈출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했던 욕들이 부끄러워서

다시 그곳을 갈수가 없었습니다.

 

담당선생님이 다시 돌아오라는 엽서까지 보내셨지만..

그 순간을 참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거든요.

 

“조금 참았으면 됐을것을!”

 

 

 

그때 이후에 웬만하면 많이 참으려고 노력을 합니다만...

참고 나니 울화통이 터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면 가슴이

벌렁거리는 증상이 꽤 심한데 말이죠.^^;

 

그 후 며칠 동안 남편을 시시때때로

괴롭혔지만, 제 자신에게도 짜증이 났습니다.

 

“바보같이 왜 실실 웃으면서 

”독일어가 입에 익어서“라고 한거야?

 

그냥 "넌 여기서 5년이나 살아도

독일어를 안 배워서 아들이 하는 말도

남편 통해서 들으니 좋냐?

웬만하면 공부 좀 하지 그랬냐?”했어야 했는데..

 

한편으로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독일어가 제일 싫다”는 그녀에게 한마디

톡 쏴준 것이 생각이 나서 말이죠.

 

“독일어가 싫으면 이혼하면 되겠네,

그리고 미국인 만나, 그

럼 독일어 배울 필요 없지!”

 

생각하기 전에 말을 먼저 받아쳐버리는

습관은 나이가 들어도 변함이 없습니다.^^;

 

 

 

T와 이야기를 하는 중

요즘 남편이 먹는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한 동안 참치 회를 먹어대는가 싶더니만,
어떤 때는 인도카레를 열심히 만들어대고,
요즘은 그리스 요거트에 오이를 썰어 넣은
짜지끼 (그리스식 샐러드)를 먹는다니깐,
오죽했으면 내가 ”왜 한국여자랑 결혼했누?
그냥 일본여자, 인도여자 혹은
그리스여자랑 결혼했으면 좋았잖아“
 했어.

 

이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에밀리가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중국 여자랑 결혼을 해!”

 

띠융~ 왜 갑자기 그녀는 남편에게

중국여자랑 결혼을 하라는 것인지..

중국 음식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는디..^^;

 

아무튼 이런저런 일로

며칠 동안 힘이 들었습니다.

저녁이면 퇴근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T한테 전화 왔어?”

 

“아니. 왜?”

 

“자기 마눌이 그렇게 실례되는 짓거리를 많이 했는데,

남편이 돼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도리지!”

 

“그걸 왜 T가 미안하다고 해!”

 

“자기 마눌 단속을 못해서 그렇게 여러 사람

열 받게 했는데 자기가 사과를 해야지!

T 전화번호 줘봐!

내가 전화해서 따져보게!”

 

“됐어.”

 

 

 

마눌에게는 불친절한 인간이

왜 남의 마눌에게는 이중통역까지 해 가면서

영어로 상냥하게 대화를 한 것이며,

나는 왜 “냉정하다고, 불친절하다”

투덜거리는 그녀에게 한마디 쏴주지

못하고 실실 웃기만 한 것인지..

 

인생을 즐기면서 살라고 하는데,

미치도록 바쁜 지금 내 일상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울었고, 그래서 잤고,

그래서 공부도 안 했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우울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녀가 말한

“인생을 즐기지는 못한 것”도 같고..

 

마눌이 어떤 말을 해도 그냥 듣기만 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은 내 남편보다 더 나아보였고,

매달 남편에게 옷 사 입을 용돈까지

따로 받고 있다는 그녀가 왜 나보다

더 행복한 거 같기도 하고!

 

 

다음에서 퍼온 이미지

 

 

자신의 말이라면 꺼뻑 죽는

(사실은 남편을 잡고 사는)

그녀의 남편과는 달리 내 남편은 마눌이

조금 만만하게 보이면 잡아먹을 기색이고,

마눌이 화가 나면 마눌 눈치를 봐가면서

애교 200단으로 변하는 여우인지라

적당히 균형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지금은 이렇게 앞 만보고 미친 듯이

사는 것이 제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타인의 한마디가 내 삶을 돌아보고,

제 처지를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다 싫고 남편도 보기 싫고, 공부도,

일도 다 귀찮고 그냥 울고 싶기만 했지만...

 

학교도 자퇴를 하기 전까지는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지라

일단 학교를 갔습니다.

 

“나, 학교 그만둘까 생각중이야.

다 귀찮고 그냥 우울하고 슬퍼!”

 

평소에는 씩씩+발랄에 발칙하기까지

한 아낙이 이렇게 말하니

다들 무슨 이유인지 물어왔습니다.

렇게 에밀리의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 그 아낙은 여기서 5년 살아도

아직 독일어를 못해서 남편이랑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주말에만 잠깐 일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지 어쩌는지..

나보고 ”왜 그렇게 (바쁘게)사냐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라”고 하더라.“

 

 

 

이쯤 이야기를 듣더니만 내 옆자리에 앉는

크로아티아 아낙이 한마디 했습니다.

 

“질투 하는 거네.

너는 독일어로 받는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데, 그 여자는 아직 독일어도 못한다며?

그것이 얼마나 질투가 나겠어.

그러니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거지!  

그냥 무시해! 질투야! 질투!”

 

그날 하루 종일 정말 에밀리는 나에게 질투를

한 것 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의 자투리를 맞춰보니

질투가 맞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내미가 말하는

독일어도 못 알아들어서

남편의 통역이 있어야하고,

독일어가 안돼서 제대로

된 직장을 알아볼 수가 없고,

 

그래서 중국인 학교에서

남들이 쉬는 주말에 일을 해야 하고,

아직 중(초급) 수준의 독일어 실력도

안돼서 비자도 받지 못하고,

 

이래저래 같은 동양여자인

제가 에밀리와 비교가 됐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녀의 남편도 잘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

제 이야기를 한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녀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이

“질투”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니

속이 편해졌습니다.

 

남편 또한 이번에 제대로 겪은 거 같습니다.

 

어디든 마눌을 데리고 가는 것이

항상 옳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제가 우울했던 3박4일동안

남편한테 소리만 지른지라,

남편 또한 조금 힘든 시간이였을 겁니다.^^;

 

저의 3박4일의 우울증은

이렇게 치료가 됐습니다.

 

옆 사람의 한마디가 저를 우울의

도가니에서 건져냈습니다.

 

저도 앞으로 예쁜 말, 남에게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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