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생각들

시아버지의 말없는 사랑, 마가렛 꽃

by 프라우지니 2016. 8. 18.
반응형

 

 

제 남편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오스트리아 남자인데,

어째 하는 행동은 경상도 남자냄새가 풀풀 납니다.

 

(신세대는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우리 아빠 세대는 그러셨다는 이야기죠.^^)

 

무뚝뚝하고, 같은 말이라도 조금 예쁘게 하는 법이 절대 없죠!

그래서 시시때때로 제가 상처를 쪼매 받습니다.

 

어째 이런 뻣뻣한 성격인가 싶어

연구를 해 볼까?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남편은 시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판박음" 했더라구요.^^;

 

저는 시시때때로 소리를 질러서

남편을 조금씩 기죽이면서 살지만..

 

시어머니는 평생을 버럭~하는

시아버지 옆에서 기죽어 사셨습니다.

 

그래서 한이 많으시죠.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께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하셨고,

평소에도 다정하신 법이 없으셨답니다.

 

그래서 시아버지 형제분들과

부부동반 휴가라고 가시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다고 합니다.

 

시삼촌은 "내 마누라가 최고!,"

"세상에서 내 마누라가 만든 음식이 젤 맛있다."

입에 달고 사시고.. (지금은 이혼 하셨지만...^^;)

 

시 큰아버지도 뇌출혈 2번이나 있으셨던

시큰어머니의 병 간호도 직접 하셨고,

어디를 가셔도 끔찍하게 챙기시는데..

 

 

 

시아버지만은 두 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신지라

시어머니가 많이 소외감을 느끼십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식탁머리 교육"도 중요한 법인데...

 

평생 식탁머리에서 시아버지가

"음식이 맛있다."

"당신이 최고다."

"맛있는 음식을 해 줘서 고맙다."

라는 말을 안 하셔서 그런지..

 

남편 또한 음식을 해 줘도 "맛있다",

"감사하다." 말에 인색한 편입니다.

 

제가 남편의 식탁머리 교육을 시킬 때도

시아버지는 아주 못 마땅해 하셨었습니다.

 

남편 교육을 시키면서 은근히 시아버지께도

약간의 의견을 묻는 듯 한 교육(?)을

시도했었거든요.^^;

 

궁금하신 분만 읽어보세용~^^

 

2015.01.05 - [좌우충돌 문화충돌] - 한국인 며느리가 시켜주는 아들교육

 

한국인 며느리가 시켜주는 아들교육

저는 요즘 제(시)엄마의 아들을 교육중입니다. 마눌 앞에서는 완전 “까불이”남편인데, 남편은 부모님 앞에서 입이 무거운 장남입니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입이 무거우니, 부모님들은 남

jinny1970.tistory.com

 

 

"아빠,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 너무 맛있지 않아요? 
 시누이! 엄마 음식은 항상 맛있지. 그치?"

"당근이지, 울 엄마 음식은 완전 레스토랑 수준이야."

 

시누이도 이렇게 한마디 거들고 나서는데

시아버지는 끝까지 함구하십니다.

 

그놈의 "맛있다" 한마디 하는 것이

뭐 그렇게 어렵다고..^^;

 

"아빠는 평생 복 받으신 거예요.
엄마처럼 음식솜씨 좋은 마누라 얻어서

평생 해주시는 음식만 드시잖아요.

 

요리 못하는 마눌 얻으셨다면

아마 아빠가 음식을 하셔야 했을껄요?"

 

엄마가 병원에 보름 입원하실 때도

엄마는 아빠를 위해서 음식을 해서 냉동 저장 하셨었답니다.

 

아빠가 할 줄 아는 음식은 단 하나.

"Ham & Egg 햄 앤 에그"

 

사실 요리라고 할 수도 없는 이것이

아빠가 하실 줄 아는 유일한 요리!

 

그리고 엄마가 안 계실 때

해 드셨던 유일한 요리였답니다.

 

그 외는 빵이랑 햄이나 치즈를 곁들여 먹는

차가운 음식 종류였구요.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새는디...^^;

 

남편 교육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새는 남편이 자동을 일어나기 전에

"엄마, 감사합니다."하면서 엄마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갖다 대고 인사를 합니다.

 

 

 

가끔씩 미소가 빠지면

바로 마눌에게 손목이 잡히죠!

 

"웃어야지!"

 

그럼 씩 웃어주고는 사라집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행복해 하시는

미소를 지으시구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들과 눈 맞추기도,

아들이 웃는 것도 보기 힘드니 말이죠.

 

(저야 자주 보지만, 부모님들은 보기 힘든 것이

아들의 웃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무뚝뚝하고 버럭~ 하는 모습만 보여주시는

아빠의 사랑이 보이는 곳을 제가 찾았습니다.^^

 

마당에 야채만 심어대시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꽃을 좋아하십니다.

 

생일선물도 "꽃(화분)"으로

해 달라고 하실 정도죠.

 

그래서 우리 마당에는 아빠의 야채 종류만큼이나

엄마의 꽃들도 다양하게 핀답니다.

 

 

 

봄에는 마가렛 꽃이 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었었습니다.

 

이 꽃은 한 곳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 체리나무, 모과나무 아래 곳곳에서

정말로 광범위하게 자랐었습니다.

 

 

 

나무 아래 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것은 좋은디..

 

잔디를 깎을 때가 되면 이것도 함께

깎아 버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꽃은 해마다 봄에 이렇게

잔디 사이를 삐져나오거든요.

 

잔디를 안 깎고 마가렛 꽃을 그냥 즐기기에는

마당이 너무 지저분해 보이고,

 

그렇다고 다 깎아 버리자니 그

럼 꽃이 다 사라져버리고...

 

제가 아는 아빠 성격은

없는 일도 만들어 하시는 스타일로

하루 종일 마당에서 사십니다.

 

잔디가 "길다" 싶기 전에

깍아 버리는 성격이시고 말이죠.

 

 

 

잔디가 길다고 느끼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빠는 잔디를 다 깍아버리셨습니다.

 

제가 걱정했던 "꽃도 다 깍아 질텐데..."

예상과는 다르게 처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마가렛이

조금 더 많이 핀 곳은 남기셨습니다.

 

평소에 무뚝뚝하신 아빠이신데,

그래도 꽃 좋아하는 마눌이 행복해 하는 순간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으셨나봅니다.

 

 

 

엄마는 마가렛꽃이 시들어질 때까지

매일매일 나무 아래를 거니시면서

아주 행복해하셨습니다.

 

아빠가 잔디를 깎을 때 엄마가 따로

부탁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엄마도 아빠한테 부탁하고

그런 성격은 아니시거든요.

 

"니네 아빠는 자기 야채에는 물 주면서
그 옆에 있는 내 꽃에는 안 준다니..."

 

이렇게 아빠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시는 분이시라 말이죠.

 

 

 

저는 이날 아빠가 깍아 놓은 잔디를 보면서

엄마를 배려하는 아빠의 마음을 봤습니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정말 맛있지 않냐?"

유도 질문을 해도 절대 한마디로 "맛있다"

안 하시는 분이시라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런 따뜻한 말씀은 안 하시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마눌사랑"

가지고 계신 모양입니다.

 

앞으로 20년을 더 사신다고 쳐도

지금은 인생의 마무리를 하셔야 하는

단계이신데..

 

지금부터라도

"평생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

"못난 나를 따라 와 줘서 고맙다.",

 

"16년 동안 휴가기간에

나랑 나란히 집 지어줘서 고맙다."

말을 하셔야 하는데..

 

"다시 태어나도 엄마랑 결혼할 꺼예요? "

라는 질문에는 "당근이지" 하시면서..

 

(설문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남자는

지금의 마눌과 다시 결혼한다 고 합니다.

마눌들은 다시 안 한다가 더 많지만 말이죠.ㅋㅋㅋ)

 

왜 평소에 "사랑한다", "고맙다",

"맛있다" 라는 말은 못 하시는지..

 

아빠도 경상도 남자이지 싶습니다.

 

마눌을 위해 꽃을 남기고 잔디를 깍으신

그 마음을 입으로 표현하시는 날이

빨리 왔음 좋겠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