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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만난 한류 팬 어머니

by 프라우지니 201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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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업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만났던 캄보디아 출신의 아낙이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내가 병원에서 병동도우미로 7년을 일했는데, 한 번도 아시아계 실습생을 본적이 없어.”

 

그녀 또한 오스트리아에서 아무런 직업 교육 없이 병원에서 잡일을 하면서 도우미로 7년 근무한 후에야 저와 같은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시작하려는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제가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에 만난 동양인 직원은 드물었습니다.

병동간의 환자를 이동시키는 도우미들도 대부분은 오스트리아 사람이거나 동유럽 사람이거든요.

 

대놓고 묻는 것을 실수라고 생각하는 서양인들이지만 가끔씩은 무례한 환자들도 있습니다.

 

“너 필리핀에서 왔지?”

 

혹은..

 

“캄보디아?”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 오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기..간호사 양반은 어디에서 오셨남?”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아주 드물게는 “북한”을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환자분 중에 한 분은 탈북한 북한여성이 썼다는 책을 최근에 읽으신지라 그녀가 겪은 그 일이 정말인지를 물어 오시기도 했죠.

 

그중에 비뇨기과에 잠시 입원하셨던 40대 후반의 아주머니!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밝히니 너무도 좋아하시면서 하시는 말씀!

 

“내 딸들이 전부 한류팬이여서요. 호호호~~”

 

내가 그녀의 병실을 들릴 때마다 아주 틈틈이 딸들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녀의 딸들이 “한국만화”를 보고 있다고 해서 저를 조금 의아하게 하기도 했죠.

 

“내가 우리 딸 방에 청소를 하러 들어갔는데.. 글쎄 이 녀석들이 용돈을 모아서 한국만화 시디를 사 모우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우리 딸이 한류 팬이라는 걸 알게 됐답니다.”

 

한국만화를 본다고 했지만 혹시나 몰라서 요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지금 인기를 끌고 있다는 드라마 2편을 한국어로 써줬었습니다. 한류 팬의 기본은 한국어 공부이니 말이죠.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그 다음날 다시 병실을 방문하니 아주머니가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적어줬던 드라마 딸내미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줬더니만, ”별에서 온 그대“는 자기가 젤 좋아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인 간호사(제가 실습생인걸 아시면서...)가 있다고 하니 녀석들이 얼마나 반가워하던지...호호호”

 

 

 

 

퇴원을 앞두고 있는 아주머니는 나에게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멜주소 그리고 딸 3명의 이름을 다 적은 쪽지를 내밀었습니다.

앞으로도 연락하고 지내자고 말이죠.^^

 

“딸들의 성이 나랑 달라요.^^;”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의 경우가 이렇죠. 아이들에게 아빠 성을 준 모양입니다.)

 

저 또한 한류 팬이라는 아주머니의 딸들에게 혹시나 “한국에서 교환학생들이 린츠에 오면 한국어, 독어로 친선을 도모하고, 한국의 문화나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교환하는 차원에서 만나면 좋겠다.” 고 했지만, 사실 제가 아는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은 없는지라 본의 아니게 뻥을 친 결과를 낳았습니다.^^;

 

딸이 좋아한다는 한류영화를 함께 봐주고, 그걸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오스트리아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의 한류가 꼭 세계의 젊은이들만 사로잡은 거 같지는 않습니다. 자식을 통해서 한류를 접하시는 어머니들이 제가 만난 딱 한 분의 어머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르죠! 몇 년 후에 한류 팬인 딸내미의 손을 잡고, 딸의 한국어통역을 받아가면서 한국관광을 오시는 어머니중에 제가 만난 환자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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