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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기분좋은 나눔, 커피포트

by 프라우지니 201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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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자주 나누지는 못하지만, 간만에 나누는 기쁨을 만끽한 일이 있었습니다.

 

시누이는 꽤 자주 집안용품을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파티를 자주하니 선물로 들어오는 것들이 쏠쏠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결혼선물로 받았던 물 끓이는 전기주전자가 연식이 조금 되어가니 물이 조금씩 새고 있었지만, 그리 크게 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썼었는데..

 

시누이가 버린다고 내놓은 물건들 중에 예쁘게 생긴  테팔 전기 주전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챙겼죠.

어차피 내가 챙기지 않으면 재활용품을 버려질 운명을 가진 녀석이어서 말이죠.

 

 


 

 

우리 것처럼 물이 새는 것도 아닌 멀쩡한 녀석을 왜 버리는지 살짝 시누이 방을 들어다보니..

 

내 차지가 된 녀석보다 훨씬 더 멋진 녀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도자기로 된 전기주전자에 끓인 물은 건강에 더 좋을 거 같기는 합니다.

 

저라면 이런 선물도 받아도 안 쓰고 박스 채 잘 넣어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 용도로 사용할거 같은데.. 

 

외국인 시누이는 선물 받은 건 바로 바로 사용 합니다.

덕분에 저는 덕을 보게되고 말이죠.^^.

 

 

 

커피 마니아인 시누이는 커피도 에스프레소를 직접 내려서 우유를 듬뿍 넣어서 마십니다.

 

커피를 안 마시는 아낙은 남편에게 가끔씩 만들어 주는 커피를 조금 더 맛있게 만들고자 이 “에스프레소 커피포트를 하나 살까?"하는 고민을 한동안 했었습니다.

 

알루미늄(양은)으로 만든 에스프레소 커피포트는 15~20유로선이였는데,  커피를 매일 만드는 것도 아닌지라 살까하다가 마음을 접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동안 탐내던 그 “알루미늄 에스프레소 커피포트”가 어느 날 우리 집 비닐이나 종이류를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발견했습니다.

 

얼른 커피포트 임자인 시누이에게 물었죠.

 

“시누이, 정말로 에스프레소 커피포트 버린 거야?”

“응.”

“왜? 망가졌어?”

“아니.”
“근디.. 왜 버려?”
“알루미늄은 몸에 안 좋은 성분이 나오는지라, 스테인리스로 바꾸려고.”

 

 

아하!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이 스테인리스 에스프레소 커피포트를 선물한 모양입니다.덕분에 그동안 사랑받던 알루미늄은 바로 찬밥신세가 됐습니다.^^;

 

 

 

 

일단은 재활용 통에 있는 녀석을 얼른 구조했습니다.

 

내가 두고두고 쓰면 좋겠지만, 한 달에 한번 만들까 말까 한 “남편을 위한 커피”이니, 일단은 나는 필요가 없는 품목으로 결정을 했지만!

 

누군가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니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될 거 같은 품목이여서 말이죠.^^

 

얼른 왓츠 앱(What's APP)에 있는 우리 반 (카리타스 요양보호사학교) 사람들 전원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를 넣었습니다.

 

“에스프레소 커피포트 2인용, 필요한 사람!”

 

한 인물이 바로 대답을 합니다.

 

“얼마?”

 

전 이 말을 몇 인용이냐고 알아들었죠. 그래서 다시 썼습니다.

 

“ 2인용인디!”

 

이번에는 그 인물이 개인으로 와서 묻습니다.

 

“몇 유로냐고?”

 

아하! 제가 판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일단 관심이 있으니 가격을 물어온 것이구요.

 

다시 전체 메시지에 “공짜”라고 쓰고,

개인으로 와서 물었던 그 인물에게도 “공짜”라고 했습니다.

 

내가 주는 물건을 조금이라도 열심히 사는 우리 반 사람이 받았으면 좋았으련만.. 

 

 

 

위에서 제가 말한 “인물“은 제가 거리를 두고 싶고, 실제로도 평소에는 저랑 말을 잘 안하는 동갑내기 알렉스였습니다.

 

그녀가 궁금하신 분만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716

이해불가 한 그녀

 

평소에는 봐도 인사도 안 하는 사이인데, 제가 준다는 물건은 탐이 났던 모양입니다.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연락을 해 온 걸 보면 말이죠.

 

에스프레소 커피포트는 그 다음날 학교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가지고 가서 그녀에게 주었습니다. 그녀는 받으면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캠핑 가서 쓰기에는 딱이여서.. 캠핑 가서 쓰려고..”

 

집에서 쓴다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일인데 그녀는 왜 중얼거리듯 그 말을 한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내가 안 쓰는 물건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였습니다.

그 상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건 안 좋아하는 사람이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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