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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아쉬움이 남는 그녀, 알렉스

by 프라우지니 201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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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이 출발한 우리 반은 1학기를 마치면서 2명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18명이 새로운 2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열심의 정도도 다르고, 성적의 차이가 다르기는 하지만, 나름 다 열심히 직업교육을 받고 있죠.

 

모두 열심히 하는데...

 

그중에 유난히 한 명만은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요행과 컨닝으로 1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2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576

컨닝페이퍼가 돌았던 인체학 시험장

 

나와 동갑인 알렉스는 우리 반 “컨닝여왕”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고,

매 시험마다 컨닝을 하죠.

 

그걸 너무도 잘 아시는 선생님이 이제는 시험 볼 때 그녀를 위해 젤 앞자리를 예약 해 두십니다.

 

앞자리에 앉아서도 옆자리 사람에게 자신의 시험지를 옆쪽으로 밀면서 답을 묻는 대범함도 보이기는 하지만, 선생님 앞이라 더 이상 컨닝이 예전처럼 쉽지 않습니다.

 

모두들 무지하게 친한 척하지만 사실은 서로 뒷담화를 하는 우리 반 사람들에게 들은 그녀는 사실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 부류의 사람입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남친도 사랑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주는 돈 쓰느라고 함께 산다고 하더라구.

 

그 사람 돈으로 자기 딸이랑 여행 다녀왔다고 하더라구.

 

사랑하지 않으면서 돈 때문에 같이 사는 건 조금 아니지 않아?

사람이 진실성이 없어.”

 

뭐 이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내 옆에 앉지도 않거니와 어울리는 부류가 달라서 저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저는 친구 없이 혼자서도 잘 놀거든요.^^)

 

2 학기에 들어와서 시험 준비를 하면서 저와 같은 요양원에서 실습하는 슈테피에게 시험 예상문제 (20여개) 답을 받았습니다.

 

저도 시험에 나올 문제를 책에서 찾아가면서 답을 다 적기는 했지만, 저는 독일어가 딸리니 슈테피처럼 중요한 것만 요약해서 한 문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실력은 조금 없거든요.

 

그냥 책에 나오는 통 문장으로 써넣은 내 것과 슈테피의 줄여 놓은 것을 봐가면서 다시 수정을 해야 저의 시험대비용 완전판이 됩니다.

 

저는 모든 시험 전에 미리 배포된 예상문제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과목 별로 답을 찾아서 미리 프린트를 해서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닌지라, 우리 반 사람들하고 정보를 많이 교환하는 편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이 찾지 못한 답을 나에게서 찾을 수도 있으니 그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독일어가 딸려서 토론할 때 조금 왕따를 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공부는 잘 따라가는 편이고, 그들이 무시 못 할 만큼 성적도 좋은지라 그들과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나름 잘 버티고 있습니다.

 

슈테피의 답을 스마트폰을 찍어온 날 저녁,

알렉스는 뜬금없이 내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나에게 우리가 시험을 보게 될 과목의 답을 보내달라는 메시지.

미리 낮에 이야기를 했던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답을 보내라니...

 

가끔 우리 반 사람들 전체가 다 같은 유형의 시험을 보는 경우, 한 사람이 만든 예상문제 답을 함께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답안지를 만든 사람의 허락 하에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거죠.

(이것도 달달 외워야 답을 적을 수 있지만 말이죠.)

 

낮에 보내온 문자를 살짝 씹었더니만..

저녁에 같은 문자를 다시 보내왔습니다.

 

부탁을 한다면 첫 문장에 내 이름 정도는 써주는 성의를 보여도 좋으련만, 다짜고짜 답을 보내라니.

 

그래서 물었죠.  “어떤 문제의 답을 월하냐고?

“니가 낮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슈테피 답안지 있잖아. 그거 좀 보내줘!”

 

슈테피는 알렉스랑 쉬는 시간마다 함께 담배를 피우고 수다를 떠는 아주 친한 사이 같아 보이지만, 사실 표면적으로만 그럴 뿐이고, 슈테피도 알렉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알렉스가 매 시험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한 답안지를 받고 그것마저도 컨닝 페이퍼로 만들뿐, 공부하지 않는다는 푸념을 낮에 들었던지라, 알렉스에게는 “슈테피한테 물어보고 그녀가 허락하면 보내줄께!”했더니 자기가 직접 물어보겠다고는 메시지를 마무리 했습니다.

 

알렉스와 문자를 마무리 하고, 슈테피에게 문자를 보냈었습니다.

알렉스가 문자를 보내왔었지만, 답안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이죠.

 

 

나에게는 답안지를 보내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었죠.

 

“알렉스는 내가 새벽 2시까지 답안지 작성할 때, 쇼핑이나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내가 힘들여서 작성 해 놓은 답안지를 생으로 먹으려고 해.

 

하긴 답안지를 줘도 공부를 안 하니 소용이 없지만..

 

 

그리고 내 답안지를 나한테 물어봐야지, 그걸 내 뒤에서 너한테 달라는 건 아니지 않아?”

 

저는 우리 반 사람들이랑 그리 친하게 지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얼굴을 붉히는 사이도 아니여서, 그저 그냥저냥 생활하는 정도인지라, 앞에서는 서로 친한 척 하는 사람들이 뒤로 서로를 향해 해대는 뒷담화도 곧 잘 듣게 됩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 부류이고, 그들과 섞여서 대화를 안하니 나에게 와서 뒷담화를 해도 다른 사람에게 전이가 될 걱정이 없거든요.

 

“자기도 너한테 (사진으로) 찍은 답안지인데, 내가 보내달라고 하니까 거절하는 거 있지..”

 

뭐 이런 식의 내 뒷담화를 알렉스가 슈테피에게 했다는 이야기를 슈테피에게 전해 들었지만, 별로 개의치는 않습니다.

 

내가 그녀의 청을 거절한 것은 사실이니 말이죠.

 

사실 처음에는 나와 동갑이고, 자기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그녀가 참 예쁘게 보였었는데..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된 그녀는 멀리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입니다.

 

서양인들 사이에는 나이 먹은 사람이 어린 사람들에게 나이 값” 해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반에서 나이를 제일 나이를 많이 먹은 왕언니답게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내 또래였다면 좋았었을 텐데..

 

그녀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람들, 특히 20대 초반의 딸 같은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모습은 안 보였으면..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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