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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유럽여성들이 살찌는 명절, 크리스마스

by 프라우지니 2015.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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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들이라면 몸매관리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제일 조심해야하는 명절이 하나입니다.

이 명절만 지나고 나면, 살을 빼야한다는 비명을 여기저기에서 들을 수 있죠!

 

굳이 날씬한 여성들만 하는 걱정은 아닙니다.

단 며칠사이에 1~2kg 몸무게가 불어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죠.^^;

 

"거, 왜 먹고 나서 빼야한다고 난리여? 애초에 안 먹으면 안 되남?"

 

이것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절대 쉽지 않습니다.

 

전이며 잡채며 거의 모든 음식들을 준비하는 동안에 간도 봐야하고, 잘 익었는지도 봐야하고, 만들어 놓은 음식들에 손이 덜 가면 "왜 맛이 없나?" 하는 마음에 또 하나 먹어봐야하고...^^;

 

전 종류 한두 개만 집어먹으면 밥 한 공기 칼로리와 버금가는 걸 거의 모든 여성들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알고 있다고 눈앞에 보이는 걸 안 먹을 방법은 사실 없죠!^^;

 

한국인에 비해 펑퍼짐한 몸매를 자랑하는 유럽 여성들인지라 평소에도 거의 몸매에 신경 안 쓰고 사는 듯 한데도 이런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부르짖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선물 받고 온가족이 케이크를 먹는, 딱 하루에 끝나는 명절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거의 한달 전부터 명절 준비에 들어가게 되죠!

 

저희 집도 마찬가지로 한 달 전부터 시어머니가 준비에 들어가셨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날 아침으로 먹을 건과일과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빵을 젤 먼저 만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슬슬 쿠키류를 만드십니다.

 

"뭐시여? 뭔 쿠키를 한 달 전부터 만드누?"

 

뭐 이러실 수도 있겠지만, 만들어서 온도가 낮은 방에 넣어놓으니 상할 염려는 없습니다.

 

한국처럼 보일러를 켜면 온 집안이 후끈거리는 것이 아니라 보일러를 켜놓은 방만 후끈거리는 구조거든요. 보일러를 켜지 않은 방은 거의 냉방에 가까운지라 이런 방에 만든 쿠키들을 저장합니다.

 

 

 

 

이 쿠키를 각 "가정에서만 만드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거죠.

 

제 실습 요양원에서도 어르신들을 위해서 요양보호사들이 며칠에 걸쳐서 쿠키를 만들어서 각층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매일 조금씩 먹을 수 있게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한 쿠키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습니다.

칼로리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

 

요양원에서 여러 종류의 쿠키를 만드는 이유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쿠키를 굽고, 쿠키를 먹는 전통과 습관이 몸에 배이신 분들이신지라, 요양원에서도 이 시기에 이렇게 갖가지 쿠키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림절 기간에는 매주일 준비된 초들에 불을 하나씩 밝히면서 함께 모여서 캐롤송도 부르고, 쿠키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답니다.

 

강림절【명사】 그리스도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 행사 기간인 크리스마스 전 4주간.

 

아! 여기서 한 가지!

 

크리스마스 하면 대표적이라고 해도 과언인 아닌 찬송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오스트리아에서는 오직 크리스마스이브에만 부른답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어머니가 만드신 쿠키 중에 몇 가지를 저희에게 보내셨습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쿠키를 계속해서 20여 가지를 만드시는데, 무게로 따진다면 5kg정도는 만드시는 거 같습니다.(더 될거 같기도 합니다.) 

 

집에 손님이 오실 때 차와 곁들어 내시고, 저녁에 TV를 보면서 드시는데, 만든 쿠키를 젤 많이 드시는 분이 바로 시어머니이십니다.

 

저는 쿠키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낸 시간이 더 많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달달한 쿠키는 제 입맛이 아닙니다. 달기도 달지만, 칼로리 또한 무시 못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지라 한두 개만 먹어도 "밥 한 공기 추가요~" 가 되는 상황인거죠.^^;

 

어머니는 해마다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내년에는 조금만 구워야겠다.

너희들이 갖다먹지 않으니 결국 그 많은 쿠키들이 다 내 뱃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평생 시어머니 옆에서 시어머니를 봐오신 시아버지의 말씀은 조금 다르십니다.

 

"원래 자기가 먹으려고 다 만든 거야. 해마다 적게 한다면서 절대 적게 하는 법은 없다니.."

 

크리스마스 전후로 제가 시어머니께 제일 많이 듣는 소리는..

 

"살쪘다. 쿠키를 너무 많이 먹어서리...크리스마스 끝나면 다이어트 해야겠다."

 

저는 이 소리가 시어머니만 하시는 소리인줄 알았었는데...

학교에 가도, 실습요양원에 가도 별로 날씬하지 않은 아낙들이 같은 소리를 합니다.

 

"크리스마스 쿠키를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쪘어. 다이어트 해야 한다니깐!"

 

안 만들고 안 먹으면 제일 좋은 방법 같지만, 크리스마스에 쿠키를 만들고, 먹는 풍습이 있는 이곳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인지라, 자신의 다이어트를 위해서 안 구을수는 없는 거죠!

 

집에서 굽느니 소량만 사는 방법도 있지만, 사는 건 생각보다 가격이 쎄답니다. 좋은 재료들을 사다가 만들어서 집에서 먹고, 주변에 선물하는 것이 젤 저렴한 선물이기도 하고, 정성 또한 들어간 선물인지라, 집에서 많이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곳 아낙들이 살찌는 명절이라는 크리스마스에 전 한국의 추석을 떠올렸습니다.

 

명절을 세는 방법도 다르고, 먹는 요리들도 다르고, 계절도 다르고, 풍습 또한 다르지만, 명절을 지내고 나서 하는 걱정들이 같은 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쿠키나 케이크들 때문에 몸무게가 늘어서 걱정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새해까지 계속해서 먹어야 될 정도로 크리스마스 쿠키가 아직 많이 남은지라, 저도 시어머니가 주시는 쿠키들을 적당히 사양 해 가면서 몸무게 조절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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