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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남편에게 받았던 입학선물

by 프라우지니 201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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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직업교육을 시작하고 이제 4개월이 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뭐 이런 마음 이였습니다.

 

“내가 과연 수업은 따라 갈 수 있을까?”

 

“독일어로 써야하는 필기시험은 어떻게 잘해 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과 더불어서 이런 마음도 있었습니다.

 

“내 능력이 되는데 까지 가보지 뭐!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최소한 내 독일어 실력은 항상 되어 있을 테니.”

 

평범한 대화나 배우는 독일어가 아닌, 교육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독일어는 확실히 수준도 있고, 제가 2년간의 직업교육 끝까지 못 간다고 해도 배우는 동안 직업교육을 받는 동안에 쌓이는 독일어도 상당할 테니 말이죠.

 

처음 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독일어 수업!

 

나름대로 MP3에 수업내용을 녹음하기로 했지만, 하루 수업 시간만 6시간.

 

수업 시간 중에 MP3의 건전지가 다 되서 더 이상 녹음이 불가능하면 저에게는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는 거죠. 수업시간에 이해 못한 내용이나, 시험에 대한 것은 내가 못 알아들었다면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때 남편이 수업내용을 들어야 하니 말이죠.

 

그래서 카리타스 학교 입학을 앞두고 충전용 건전지를 사러 남편과 나란히 전자상가를 갔었습니다.

“충전용 건전지를 사야한다!“ 는 생각만 했었지, 실제로는 어떤 제품이 있는지 모르고 갔던 가게에서 저희는 기가 막힌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내 MP3의 건전지가 완전 바닥나기 전에 USB스틱 연결만 하면 바로 건전지 충전이 가능한 충전용 건전지! MP3뿐 아니라 스마트폰 충전에도 참 좋은 제품인데다 가격도 착한 10유로!

 

내가 필요한 제품이고, 내 공부에 들어가는 제품인지라 저는 당연히 제가 계산한다고 생각했는데.. 계산대에 나란히 선 남편이 말없이 지갑을 꺼내서 계산을 했습니다.

 

애초에 남편에게 “충전지를 사 달라!”혹은 남편 또한 “내가 사주겠다!” 뭐 이런 대화는 주고받은 적이 없었는데... 마눌에게 충전지를 사준 남편에게서 그 맘을 읽었습니다.

 

“마눌 열심히 해! 내가 뒤에서 응원 해 줄께!”

 

남편은 안 되는 독일어실력으로 직업교육을 시작하겠다는 마눌을 이렇게 응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항상 남편이 사준 충전지를 가지고 다닙니다.

언제 MP3 건전지가 바닥날지 모르니 말이죠!

 

직업교육을 시작하고 4개월차!

지금도 독일어는 저에게 버거운 상대입니다.

 

수업 중에 사투리로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강의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우리 반 단체의 채팅방에서 사투리로 주고받는 우리 반 사람들의 대화 또한 대충 짐작할 뿐이지 내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물론 선생님들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수업 중에 내가 너무 말을 빨리 하거나, 생각 없이 사투리로 말하면 얼른 말해주세요!”

 

하지만 내가 못 알아듣는 내용이 나와도 저는 손을 들고 “다시 말씀 해 주세요!”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이 지역 (린츠가 포함된 지방)에 사는 한 이 지역의 사투리는 내가 넘어야 할 산이고, 내가 말을 하지 못한다 해도 상대방이 말하는 것은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 제몫이니 말이죠.

 

제가 가끔씩 하는 “1등급 먹었어요~” 하는 자랑질도 사실은 안 되는 (독일어)실력임을 알고 시작한 공부이기에 나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3등급을 받는 필기시험에서 1등급을 받아내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날 “멍청한 외국인”이 아닌 “공부 잘 하는 동급생”으로 조금씩 인정 해 주는 그들의 변화도 사실은 참 감사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했던 목표가 있었습니다.

 

“1학기까지만 잘 견뎌보자!”

 

지금은 그 목표를 3주일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1학기가 지났으니, 저는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웁니다.

 

“2학기까지만 잘 견뎌보자!”

 

저는 그렇게 다시 2학기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한 학기씩 넘기다보면 저는 4학기를 해 나갈 수 있겠죠!^^

 

이쯤에서 “이 아낙 원래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던 학생 아니었남?”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은데..

 

제가 어릴 때는 예습, 복습은 기본적으로 안 해 주시고, 수업시간에 산만하기까지 한, 공부 지지리도 안 하는(못하는 것은 절대 아닌^^) 학생 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왼손(양손잡이)인지라, 잔머리는 엄청시리 팍팍 돌아가는 완전 꾀돌이이기는 했지만, 공부에는 워낙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 공부하는 식으로 어릴 때 공부했다면 서울대도 장학생으로 들어갔을 거 같기는 합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다행이죠!

할매 되기 전에 제가 이리 기억력이 좋은지 알게 됐으니 말이죠!

 

살려고(공부가 아니고?) 발버둥치고 있는지라 어디서 숨은 초능력이 나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가 갈수 있는 데 까지는 열심히 가볼 생각입니다.

남편의 선물을 벗 삼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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