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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날 화나게 한 오래전 독일어 일기

by 프라우지니 2015.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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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남자와 결혼해서 이제 8년차에 들어가는 저의 독일어 실력은 사실 그리 훌륭한 수준은 아닙니다. 워낙 수다스러운 아낙인지라 말은 어찌어찌 하는디..

사실은 아직까지 문법도 딸리고, 작문도 딸리는 실력입니다.^^;

 

결혼 8년차라며 왜 당신의 독일어 실력은 안 훌륭한감? 하신다면..

제가 댈 수 있는 유일한 변명 아닌 변명이 있기는 합니다.

 

“지가요.. 계속 오스트리아에 산 것이 아니고, 들랑 달랑 했었거든요."

뉴질랜드에 가겠다고 오스트리아를 떠나있던 시간이 도합 3년 반이니 사실 8년에서 반 정도는 오스트리아에서 살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따지면 오스트리아 생활 4년차라고 계산을 해야 하니 4년차 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오스트리아를 떠나 있었어도 남편과는 계속 독일어로 대화를 했으니 오스트리아를 떠나 있었다고 -4년을 빼는 것도 사실은 맞지 않는 계산입니다.

 

(오늘은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리 머리 아프게 계산을 하라구 하누?^^;)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제 지난 일기 때문에 제가 열이 엄청시리 받았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여러분께만 살짝 공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남편과 2007년 7월에 결혼을 했으니, 이 독일어 일기는 결혼 전에 썼던 거 같습니다.

 

아마도 언어를 처음 배우면서 “일기를 쓰면 빨리 배운다.”라는 것을 어디에서 듣고 썼던 모양이였는데, 지금 봐도 나쁘지 않은 문법이였습니다.

 

독일어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일기내용을 쪼매만 소개하자면..

 

“오늘은 시내를 2번이나 가야했기 때문에  조금 피곤하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갔고, 두 번째는 걸어갔다. (피곤 했을만 합니다. 자전거로는 왕복 1시간이 조금 덜 걸리는 거리이고, 걸어갔다면 왕복 2시간이 족히 필요한 거리였거든요.)

 

외국어로 쓰는 일기가 거의 그렇듯이 초등생의 단 문장으로 끝나지만, 독일어 초급치고는 썩 훌륭한 문법실력입니다. 물론 제가 엉터리로 쓴 일기를 남편에게 물어가면서 교정해서 썼던 거 같은데, 이 일기는 몇 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안 봐도 비디오죠!

 

일기의 문법을 교정을 하려면 남편에게 숙어나 맞는 단어인지 여러 가지를 물어 봐야 하는데, 제 남편이 그렇게 녹녹하게 가르쳐 주는 성격의 남자가 절대 아닙니다.^^;

 

한번 물어보면 대답 안 하고, 두 번째 물어보면 “그것도 몰라?”로 무시하고, 세 번째 물어보면 “바보냐?”하면서 물어보는 마눌을 약 올려서 열받게 합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보면..

“일기고 나발이고 내가 더러워서 안 한다!“ 소리가 절로 나오죠!

 

남편 또한 회사에서 하루종일 피곤하게 일한 것은 이해하지만, 외국인 마눌이 독일어 배워보겠다고 초등생 수준의 단 문장으로 일기를 써놓고, 남편 오면 문법수정 하겠다고 턱 고이고 기다렸는데, 저녁에 퇴근한 남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마눌의 독일어 공부에 비 협조적이고, 무시하고, 약 올리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독일어 초급시절 나의 독일어 일기는 1주일도 넘기지 못하고 땡 쳤는데, 그때의 일기를 제가 발견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일기를 교정 할 때, 열 받았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왜 그 일기를 때려치웠는지도 함께 말이죠.

 

일기를 발견한날 남편한테 엄청시리 짜증을 내고 화를 냈었습니다.

 

“인간아! 이 일기 한번 읽어봐! 당신이 잔소리 안 하고, 짜증 안 내고, 물어 보는거 한 번에 대답 해 주고 했었다면.. 마눌 궁디 살살 긁어가면서 ”잘한다~“ 칭찬했음 이 일기는 계속됐을 것이고, 지금쯤은 어디에 내놔도 딸리지 않는 문법과 작문이 됐을 거 아니야~”

 

사실 남편의 성격은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변화없음”입니다.

마눌이 몰라서 물어보면 “왜 아직도 이것도 모르냐” “그것도 모른다” 고 무시하고, 슬슬 약까지 올려서 마눌이 헐크 되기 직전까지 만들죠.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님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아직까지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카리타스 입학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고, 이멜을 쓰고 하는 과정에서 맞는 독일어 단어인지, 문법적으로 맞는지 물어보는 마눌한테 남편이 피곤하다고 짜증내고, 이죽거리고, 약 올리는 바람에 마눌이 정말로 뒤집어져서 서류를 찢어버리려고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남편또한 마눌을 약 올리면 헐크되고, 헐크가 되면 노트북이고 뭐고 손에 걸리는 건 다 던져버린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마눌이 정말로 던져버리기 전에 수습을 하는 편이는 한데..

 

시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면 남편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마눌을 끝없이 약 올리고, 마눌이 헐크 되기 직전에 (마눌이 물어본 것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거 같습니다.

 

시어머니는 어떻게 아시냐구요? 남편의 성격이 딱 시아버지 판박이거든요.

낼 모래 70을 바라보시는 시어머니는 아직도 시아버지 때문에 자주 열 받으십니다.

 

40년 넘게 살아도 고쳐지지 않는 시아버지이시니, 남편 또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지 싶습니다. 알고 나면 포기가 빠른 법이기는 한데, 그래도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하니 남편한테 맞춰야 할까요?

 

어떻게 맞추냐구요? 남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거죠!

 

“이것도 몰라?”

“응, 몰라!”

“바보냐? 이것도 모르게?”

“응, 나 바보야! 그래서 몰라! 몰랐나벼? 당신 마눌 바보잖아!“

 

이렇게 남편 말에 실실 웃으면서 대답하다가 항상 열 받는디..^^;

앞으로는 정말로 실실 웃으면서 대답하고, 열도 안 받는 방법을 모색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자면, 독일어 일기는 앞으로도 쓰지 않을 작정입니다.

앞으로는 일기가 아닌 보고서를 작성해야하는 생활(직업교육^^;)을 해야 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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