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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나는 행복한 사람

by 프라우지니 201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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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다니는 독일어학원에서 조금 부산(?)스러운 스타일입니다.

 

지난번 학기(학기라고 해봐야 3개월 과정이지만)때는 학생들(찬성하는 사람만) 돈(1인당 10유로씩) 모아서 같이 선생님 2분 모시고, 중국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 부페도 먹었었구요!

 

3월에 돌아오는 선생님 한분의 깜짝 생일파티를 위해서 1인당 2유로씩 모아서 생일케잌,샴페인사서 강의 중에 깜짝 파티 해드릴 계획이고, 4월중에는 비엔나로(그라츠서 기차로 3시간 걸리는) 1박2일의 짧은 소풍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내가 이렇게 항상 뭔가를 시작(?)하는 관계로 본의 아니게 사람들이 나에게로 쏠리는 현상이 있더라구요!

 

물론 한국사람은 저 혼자입니다. 다들 동유럽이나 다른 아시아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죠!

한 강의에 15명 정도 수업을 듣다 보니, 항상 내 옆에 앉는 사람과는 수다를 떨지만, 책상넘어 저 건너편에 앉아있는 사람과는 친해지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은 강의를 끝나고, 다들 잘 가라고 인사하고 나오는데, 한 여자가 급하게 저를 따라 오더라구요. 동남아에서 온 한 아낙이였는데, 저한테 아는체를 하려고 말이죠.

 

다들 이름표를 앞에 가지고 있어서 이름은 알지만, 내 건너편에 앉는 친구라 저 하고는 얘기 할 기회가 없었구요! 저하고 얘기가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 한국드라마(이 얘기 하면 저는 깝깝합니다. 도대체 어떤 드라마를 봤었는지, 제가 알 수가 없거든요.)도 많이 봤고, 김밥도 좋아한다면서..  그렇게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우리집 근처에 살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전차를 타고 오면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유난히 눈이 커서 “참 동양인처럼(찢어진 눈의) 안 생겼다..”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자기는 오스트리아에서 20년 산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서 이곳에 왔다고 하더라구요.

 

집이 근처이니 우리집에 가서 같이 피자도 구워먹고 놀자! 했더니만, 집에는 아픈 시아부지가 계셔서 강의가 끝나는 11시가 되면 빨리 집으로 가야 한다고..집에서 점심을 기다리실 시아부지 때문에 가야한다고 사양을 합니다.

 

하루종일 뭘 하냐고 물어봤더니만,

 

새벽5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으로 먹을 국수,볶음밥등등 그렇게 아침 준비해서 먹고,  학원 왔다가 집에 가면, 시아부지 점심 해 드리고, 같이 산책 가야하고, 빨래.청소,다림질등등,  그리고 저녁 먹을꺼랑, 낼 아침에 먹을 것도 준비한다고.

헉^^;;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정말 나랑은 비교가 되더라구요!

 

내 남편도 사무직이지만, 전 다림질 절대 안 하거든요.  유난히 깔끔한 남편인데, 총각 때부터 다림질은 안 하고, 세탁기에서 나오는 빨래(여기 세탁기는 한국처럼 빨래가 쫄쫄이가 되서 나오는 것이 아니여서) 탁탁 털어서 셔츠는 다시 단추 다 채워서 옷걸이에 말리면, 뭐~

다림질 한 것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을 만은 하거든요 ;-)

 

그래서 남편이 식료품 살 돈은 주냐고(이거 여기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항입니다. 대부분의 남편들이 돈을 안주는 관계로) 물어봤더니만,  장 볼 수 있는 현금카드를 주더래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쓸 돈 300유로씩 만 달라고 했더니만, 그럼 아파트 월세를 반 내라고 하더랍니다.

 

에궁! 동남아에서 오스트리아까지 시집와서 (가정부,간병인으로 온 것이 아니고)는 내내 하는 일이 집에서 하는 일인데,  남편한테는 용돈도 못 받고…

 

저 매일 남편한테 퉁퉁대면서 살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행복한 줄 모르고요!

 

청소여?  하긴 하죠! 청소기로 온 집안을 한번 휙~ 쓸어주는 정도!

이것도 1주일에 2번 정도는 해야 집안이 쪼매 나을텐데… 전 1주일에 겨우 딱 1번만 합니다.

 

요리여?  저 이거 안 하고 살거든요.

제가 먹고 싶은 건 해 먹고, 주말에는 대충 있는 거 먹고,가끔은 남편이 스파게티나 이런거 하고,

가끔씩은 수퍼에서 파는 양념 해 놓은 고기 사다가 그냥 오븐에 넣으면 먹을 수 있는거 먹고!

 

아! 제가 하는 것이 있긴 있군요.

야채 대충 머무려서 먹을 수 있는 샐러드!

 

다림질이여? 저보고 이러 하라고 했음 저 가출 했을지 몰라요!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서리…

 

간병이여?  다행이 울 시부모님은 두분 다 아직 건강하시고, 아프셔도 우리한테 신세 지시는 것이 아니라, 아마 양로원으로 가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전 나중에 두분 중 한 분이 먼저 돌아가시면, 우리가 모시고 살고 싶어요.

아무리 외국이지만, 자식이 있는데 양로원에서 사시게 하는건 왠지 도리가 아닌 것 같고, 모시고 살아야 할 것 같은 한국인의 의지(?)

 

용돈이여? 저도 이건 못 받고 살았네요.. 지금은 푼돈이지만, 제 용돈은 제가 벌고 있고…

물론 같이 장보러 가거나, 같이 병원가면 자기가 알아서 내더라구요!

 

사실 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자유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우선 저의 일과를 보면..

 

아침 6시(이것도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태반)에 일어나서 남편은 빵에,쨈,햄 있는거 대충 차려주고, 9시~11시까지 독일어학원에 갔다고, 시내 한 바퀴 돌아 주고, 오후에 집에와서는 인터넷하고 놀던가, TV보던가…

 

그렇게 있다가 저녁7시~10까지는 레스토랑에 알바하러 가거든요.

그렇게 저녁 10시반정도 되서 집에 들어오면, 제남편 항상 저를 현관에서 맞아줍니다.

 

주방에 걸어 놔서 기름냄새, 온갖 양념 냄새가 풀풀 풍기는 외투입고 들어오는 마누라 뭐가 좋다고..항상 현관에서 들어오는 저에게 물어봅니다. “당신 행복해?” 하고.

 

솔직히 저녁에 일하고 들어왔는데, 현관에서 이런 말 물어보는 남편 보면 속으로 “뭐여? 일하고 들어오는 여자한테 뭐가 행복하냐고 물어 보는겨?”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사실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제가 참 많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널널한 시간들!

집안이 쪼매 꼬질꼬질해도 잔소리 안 하려고 노력하는(이것이 중요!) 남편!

그리고 항상 내가 행복한지를 확인 해 주는 남편!

 

항상 투정만 부렸던 내가 오늘은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였습니다.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정말 상황이 확~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아기가 없으니 이렇게 한가한 생활을 즐기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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