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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미운 남편

by 프라우지니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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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에서 사는 외로움을 블로그에 수다로 풀어내면서 살아가는 “수다블로거”입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가는 대부분의 글들도 물론 저의 수다를 글로 풀어내서 “글”이라 불리지만 사실은 한 중년아낙의 수다라고 생각하시고 읽으시면 됩니다.^^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

 

“글이 술술 잘 읽힌다!”

 

맞습니다. 글이 아니라 수다거든요.^^

 

저는 사실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인간형입니다. 그걸 알기에 더욱더 필사적으로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고요. 하지만 가끔씩은 긍정적인 세상을 삐딱한 눈으로 볼 때도 있습니다. 지금이 딱 그런 때입니다. 주변 인물들이 다 짜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 지금부터 제가 우리식구 뒷담화를 할 예정입니다.

속이 할 말이 쌓여서 지금 터지기 일보직전이거든요.

 

그러니 “도 닦는다!”생각하시고 속 터지는 아낙의 하소연을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시죠? 제가 하소연 할 곳이 이곳밖에 없답니다.^^;

 

사건은 어제 저녁부터 시작됐습니다. 울 (시)엄마 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괜히 남편한테 짜증을 냈습니다.

 

“엄마는 왜 그래? 왜 다 쓰시지도 않을꺼면서 욕심을 부리시는지 모르겠어.”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딱 하나 있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줄 계획까지 세웠었는데..

엄마가 다 챙기시는 바람에 제가 열이 조금 받았더랬습니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시지도 않으면서 남 준다는 말에 그리 욕심을 부리신거 같아서 말이죠.

-이 사건은 조만간 올라올 포스팅을 기대 해 주세요(엄마 뒷담화?)-

 

그렇게 한번 짜증이 나니 남편도 꼴 보기 싫어졌습니다.

매번 간식(네! 남편은 간식을 싸가지고 다닙니다. 종류도 다양한 과일로 말이죠!) 통에 간식을 담아서 가방에 넣어 줘야하고, 빈 통도 내가 꺼내야 하니 짜증이 났습니다.

 

“왠만하면 준비된 간식은 본인이 직접 가방에 넣으시고, 빈통도 내어 놓으시지!”

 

그렇게 몇 번 주의를 주었었건만.. 저희가 비엔나 3박4일 방문하는 동안에 남편의 가방 안에 있던 빈 간식통에 곰팡이가 쓰는 일이 하필 이때 터져서 더 마눌이 열불이 났습니다.

 

 

 

 

포멜로를 껍질까지 다 까서 먹기좋게 담아줬더니만, 마눌에게 곰팡이가 들어있는 통을 내미는 남편! 예쁘게 볼래야 볼 수 없는 인간형입니다.

 

 

 

혹시 “포멜로가 뭐래?”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참고 이미지를 다음에서 캡쳐했습니다. 포멜로는 오렌지과의 과일이면서도 껍질을 까기가 수월하고, 과육이 탱글탱글하니 맛도 있습니다.

 

곰팡이가 든 간식통은 쓰레기통으로 사라졌지만, 평소에도 자기 일을 마눌에게 미루는 남편 때문에 슬슬 열이 받았습니다. 담아놓은 간식 가져가서 먹고 빈통 주방에 내놓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인지..아님 당연히 마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열 받은 김에 한마디 했습니다.

 

“앞으로 간식은 바나나나, 귤같이 까서 먹고 껍질은 버리는 것만 플라스틱 봉지에 담아줄꺼야! 예쁘게 껍질 깐 그런 간식 기대하지도 마! 그리고 간식도 본인이 알아서 가방에 넣어!”

평소에도 남편은 마눌을 항시 필요로 합니다.

 

남편이 출근하는 새벽6시 30분! 자기가 대문 열고, 차 빼고 다시 대문 닫고 가면 좋겠구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엄청시리 춥거나에 전혀 상관이 없이 마눌이 항상 잠옷 위에 두꺼운 가운 입고 나가서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마눌도 남편의 출근과 동시에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일분 일초가 아까운 때인디도 말이죠. 이런 일도 평소 같으면 그냥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남편이 미울 때는 짜증나는 일도 둔갑을 합니다.

 

마눌이 혹시 유리창을 안 닫았으면 본인이 닫고, 나중에 주의를 주면 될 것을..

뭐 큰일이나 난 것처럼 “이리 와봐!”해서 꼭 손잡고 사건의 현장까지 가서 내가 닫아야합니다.

 

마눌이 뭐 잘못한 거 하나 있으면 그것이 아무리 소소해도 마치 큰 사건이 난듯이 부산을 떨어대고, 자신은 큰 잘못을 했어도 그냥 스리슬쩍 넘어갑니다. 동생이라 봐준다고 생각해도 매번 그러면 누나인 마눌이 정말 짜증이 납니다.^^; (난 15개월 누나^^)

 

남편이 저녁에 집에 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노트북 켜고, TV켜고 그 앞에서 자정까지 보냅니다.

그리고서는 하는 말!

 

“나는 하루종일 일해서 피곤하잖아!”

 

아니 돈 벌어서 자기가 갖지 나 갖다 줍니까? 나 때문에 일하는 것도 아니고, 월급봉투(아니 월급계좌통장) 나한테 갖다 주는 것도 아니면서 항상 “마눌이 해야 할 일”을 강조합니다.

 

이럴 때마다 마눌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보세요~ 내가 어디 가서 하루 3시간씩 일하면 시간당 10유로거든. 하루에 30유로 한 달이면 900유로야! 이 돈이면 방 얻고, 식비하고 충분해! 당신이 집세, 생활비 낸다고 유세떨 필요없어. 난 그만큼 집안 살림하면서 당신이 내고 있는 그 금액만큼 일하고 있으니!”

 

마눌은 하루 8시간 근무를 안 하고, 실제적인 수입이 없다 뿐이니 남편보다 더 피곤합니다.

아침은 항상 남편보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준비합니다. 아침 먹고, 차고 문 열어서 남편 출근하고 나면, 후다닥 아침 설거지하고, 침대 정리하고는 외출준비하고 나도 4시간 강의 들으러 갑니다.

 

강의 듣고 집으로 오는 길은 항상 슈퍼 두어 곳에 들려서 식료품을 사서 어깨가 빠지도록 (요새는 버스, 전차를 애용하는 관계로 자전거는 집근처 슈퍼갈 때나 사용합니다.) 메고서 집에 와서는 사온 과일 야채들 정리하고, 집안 청소기도 조금 돌리고, 빨래 할 것이 있으면 하고, 요리도 조금하고, 하다보면 남편이 퇴근할 시간!

 

매일은 아니지만 된장국 같은 건 남편도 잘 먹는지라 남편이 퇴근하면 얼른 데워서 대령합니다.

그럼 남편은 노트북 앞에서 맛있게 한 그릇을 뚝딱해치우죠!

 

저녁이 조금 마무리되면 시부모님 계신 건물로 넘어갑니다.

할마 게임 두 게임하고 일어서려고 하면 엄마가 카드 게임하자고 잡으십니다.

그럼 또 카드 게임, 그렇게 두 시간을 시부모님이랑 보내고 나면 나만의 저녁시간은 없습니다.

 

원래 게임은 주말용으로 토.일은 항상 점심먹고 두 분이랑 놀아드리는 주말이였는데..

언젠가 저녁에 엄마에게 볼일이 있어서 들어갔더니만, 엄마가 절 보더니 아빠를 부르십니다.

 

“여보, 지니 왔다. 빨리 내려와! 할마 게임해야지!”

 

헉^^; 딴 볼일로 간 것이였는데, 얼떨결에 잡혀서 할마 게임을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딴 볼일(만든 음식 갖다드리러)로 갔다가 할마 게임을 했더니만, 이제는 부모님이 매일 저를 기다리십니다.^^;

 

제가 시부모님과 하는 게임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1343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다시 우리 건물로 넘어와서는 낼을 준비해야합니다.

낼 아침에 먹을 과일도 껍질까서 통에 담아놓고 하다보면 주방에서 두어시간은 쑥!

 

결국 제가 침대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은 저녁 10시경!

저의 하루는 보통 아침 5시 50분에 시작해서 저녁 11시경에 끝납니다. 남편보다 더 길고 더 많이 일을 하지만, 돈을 벌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는 스트레스가 없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평소에는 남편이 나에게 해 달라고 하면, 왠만한 것은 그냥 해 줬습니다.

물, 커피, 샐러드, 빵, 치즈, 말만 하면 그냥 갖다 줬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그려, 나같이 착한 마눌 만난 것도 니 복이다!”

 

그것이 몇 번 반복이 되니 이제 남편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말이죠. 난 부부가 심리적인 게임을 하면서 사는 것보다 그냥 서로 편하게 사는 것이 좋아서 왠만하면 해 주려고 했는디, 매번 마눌을 부려먹는 남편의 버릇을 제대로 고쳐야할까요?

 

엊저녁에 엄마 때문에 짜증이 난 마눌이 2층 주방으로 요가를 하러 올라갔습니다. 마눌이 요가를 하는 공간은 조용한 상태여야 합니다. 시계의 초침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을 재거든요.

 

30여분이면 끝나는 요가인데, 요가의 중간쯤 되니 남편이 부산하게 주방으로 올라와서는 바로 옆의 욕실에 물을 틀어댑니다. 목욕을 하겠다고 말이죠. 왜 하필 마눌이 요가하는 그 시간인지..^^;

 

욕조에 물 받는 소리에, 남편이 목욕하는 동안 물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까지 섞이면 시계 초침소리도 들을 수 없고, 요가 하는 동작으로 있으면 남편이 오며 가며 내가 하고 있는 동작에 장난을 쳐댑니다.도저히 집중 할래야 집중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죠! 결국 전 어제 요가를 중간에 그만둬야했습니다.^^

 

밉다 밉다하니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남편입니다.

어째 점점 더 용서가 안 되려고 합니다.^^;

 

 

 

 

시누이에게 줄 계획을 세웠던 IKEA 이케아(한국도 들어올 준비를 한다죠?) 상품권!

 

비엔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려서 샀으면 좋았을 것을!

어차피 집으로 오는 길에 있었는데, 남편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남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들리지 않는 이케아를 오늘 마눌은 겨울바람을 뺨에 맞아가면서 자전거로 왕복 1시간을 달렸습니다. 보통 때였으면 찬바람 맞으면서 자전거 탄다 해도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노래도 불러가면서 갔다 왔을 텐데..

 

오늘은 어제에 이어 짜증이 나는 날인지라, 남편이 무진장 더 꼴보기 싫어졌습니다. 남편도 미운 시기에 이렇게 뺨이 얼도록 자전거를 타고 시누이 선물을 사러 갔다 오니 남편도 싫고, 오스트리아도 싫고 다 싫습니다.^^;

 

나 집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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