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마눌이 끓이는 김치 잡탕국

by 프라우지니 2014. 11. 12.
반응형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저는 아낙임에도 요리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는 매일 하죠! 안 좋아하면서 매일 요리를 해대는 내가 너무 이상해서 혼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질문을 했었습니다.

 

“넌 요리 하는 걸 좋아하니?”

“맹세코 절대 안 좋아해!”
“그런데 왜 자꾸 맛없는 요리는 만드는데?”

“먹고 싶은 건 해 먹어야 하니까!”

네. 정답입니다.

 

요리하는 걸 안 좋아하고 자신이 한 음식은 맛없다는 걸 알면서도 요리하는 이유는..

먹고 싶은 건 해 먹어야 하는 그 이유 때문입니다.

 

웃기는 건 한국에 살 때도 그랬습니다.

탕수육이 먹고 싶으면 중국집에 가서 사먹으면 될 것을..

 

“내가 재료 사다가 만들어 먹으면 같은 가격으로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 꺼야!”

 

얼마나 먹고 배가 터지고 싶은지 항상 이런 생각에 재료를 사다가 탕수육을 만들어서는

“와~ 정말 맛없다!”을 외치면서 다 먹고는 했었습니다. 성격 참 특이한 아낙이죠?

 

한국에서는 그나마 모든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쉬웠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뭘 하나 해도 쉬운 것이 없습니다.

음식 재료들도 구하기 쉽지 않고 말이죠.

 

어릴 때는 한식이던 양식이던 분식이던 종류에 상관없이 배 고플 때는 아무거나 잘 먹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인지 아님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산다는 심리적인 이유때문인지 요즘은 점점 더 한식에 집착을 하는거 같습니다.

 

날씨가 꿀꿀하고 비라도 오는 날에는..

 

“그래! 오늘은 칼국수를 해 먹어야 해!”

 

칼국수는 구할 수 없으니 엉뚱한 스파게티(나 파스타 종류)로 칼국수도 끓여대고 말이죠!^^

 

http://jinny1970.tistroy.com/1377

스파게티 면으로 끓이는 칼국수

 

마눌은 아무거나 대충 있는 재료를 넣어서 항상 뭔가를 만들어내는데, 마눌의 어깨너머로 마눌의 요리를 보는 남편은 항상 고개를 갸웃뚱합니다.

 

평소에는 반찬으로만 먹기에도 아까운 김치를 넉넉히 담아놓고 보니..

이제는 김치로 해 먹을만한 요리도 마구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 오늘은 신 김치를 넣고 오뎅국을 해 먹자!”

 

흐흐흐 두 가지의 요리재료가 넉넉하니 무지하게 신납니다.^^

 

하나도 안 궁금하시겠지만 혹시나 싶어서 참고자료로 올립니다.^^

위의 요리재료 2가지는 며칠 전에 저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http://jinny1970.tistroy.com/1427

나를 위한 김장

 

http://jinny1970.tistroy.com/1428

내가 만든 수제오뎅

 

 

처음에는 이런 생각에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물에 김치를 넣고, 냉동실에 보니 오뎅 만들고 남은 냉동 생선도 있는지라 생선도 한 토막 넣고, 오뎅도 넣고, 김치 오뎅국을 끓인 것 까지는 좋았는데.. 끓여놓고 보니 짭니다.

 

“이걸 워쪄. 짠디..”

 

밥도 없는 상황에 짠 김치 오뎅국을 어떻게 먹을까 연구하다가 찾아낸 방법!

 

“그래. 스프에 넣어서 끓이는 국수가 있었지..^^”

 

 

 

 

Fadennudel 파덴뉴델른 이라고 불리는 국수로 스프에 넣어서 함께 끓이는 용도입니다.

국수의 굵기로 보면 딱 소면 굵기인디, 이 국수는 짧게 잘려서 나온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에 국수가 얼마나 불어날지는 생각을 안하고 자판기 종이컵 만한 크기의 컵에 마른 국수를 한 컵 넣어서 끓였습니다. 국수를 넣었으니 짠맛을 싹 가시겠지요.^^

 

 

 

 

제가 국수를 너무 넉넉하게 넣었는지..

국수가 불어날수록 김치국물은 자꾸만 사라집니다.^^;

 

이때쯤 퇴근해서 집에 오신 남편이 한마디 하십니다.

 

“오늘은 어떤 짬뽕요리를 했는데?”

 

남편이 볼 때는 항상 마눌의 요리는 끝이 이상한 모양입니다. 처음에 해 주겠다던 요리와는 전혀 다른 요리들이 몇 번 탄생한 뒤로 남편은 마눌을 잘 믿지 않습니다.^^;

 

“원래는 김치 오뎅국을 끓이려고 했는데.. 냉동생선이 보이길레 한토막 넣었고.. 국물이 짜길레 국수를 추가했는데.. 국수를 너무 많이 넣었나봐 국물이 자꾸 줄어들어.^^; 먹어볼래?”

“아니, 당신 혼자 다 먹어!”

 

남편은 마눌이 먹으라고 입에 떠 넣을까봐 얼른 자기가 먹을 빵과 햄,치즈를 들고서는 얼른 방으로 뛰어갑니다.( 남편은 마눌이 한 요리중에 시각적으로 맛있어 보이거나 한 입 먹어 봤는데 생각보다 맛있는 경우에만 먹습니다.)

 

“맛있는데 왜 안 먹지?”

 

마눌은 자기가 좋아하는 오뎅를 듬뿍넣은 김치생선오뎅국수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도 남은 국수는 그 다음날 김치생선오뎅국수 푸딩(국물을 국수가 다 흡수해서 물은 없고 국수는 퉁퉁 불은) 을 먹었습니다.

 

자꾸 이렇게 생각과는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다가는 남편한테 완전 찍힐거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요리중에 자꾸 새로운 재료 첨가하는 걸 자제해야할 거 같습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가족을 위한 선물  (12) 2014.12.19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  (20) 2014.12.17
시부모님께 처음한 식사대접  (14) 2014.12.16
집에서 만드는 카라멜 마끼아또  (6) 2014.12.13
샘터에 실린 내 글  (26) 2014.11.27
나를 위한 김장  (10) 2014.11.07
우리 집 재난사  (8) 2014.10.17
맥가이버 시아버지  (13) 2014.10.15
내가 경험한 신세계  (12) 2014.10.12
내가 먹어본 달팽이 요리  (21) 2014.10.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