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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맥가이버 시아버지

by 프라우지니 201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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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아버지는 14살의 나이에 직업에 세계에 뛰어드셔서 조금 이르게 은퇴(보통은 65세인데 아빠는 60세가 되시기전에 건강 상의 이유로)를 하실 때까지 사업체를 운영하시면서 영업을 뛰시고, 페인트칠을 직접 하신 분이십니다.

 

다시 말하자면 작은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셨다는 거죠! (에궁~이제 이해가 되네!^^)

 

평생을 부지런하게 살아오신 생활습관 때문인지 은퇴 하신 다음에도 항상 뭔가를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십니다. (요즘은 아직 밝지 않은 아침 7시에 자전거를 타고 들판 한 바퀴 도시면서 떨어진 호두들을 수집하시는 일을 하십니다.)

 

집에 계셔도 좋아하시는 스포츠 하는 때나 잠시 TV 앞에 앉아 계시고 그 외 시간은 정원에서 뭔가를 하시면서 보내시는데, 시시때때로 하루 종일 하실 수 있는 커다란 일들도 만들어내십니다.

 

몇 주 전에는 지하실에 안 쓰는 장롱을 도끼로 뽀갠 후에, 손가락만 굵기의 장작으로 만드느라 하루 종일 전기톱으로 나무들을 썰어대시면서 온 단지 안을 내내 시끄럽게 하셨습니다. 이상한 것은 옆집에 어린 아이(돌이 지난)가 있음에도 시끄럽다는 항의를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시끄러워서 아이가 잠을 못 잤을 법도 했을 텐데 말이죠! (그거 이상타? 무서워서 그랬나?)

 

얼마 전에는 우리 주방(욕실, 화장실)쪽에서 나가는 물이 제대로 안 내려가서 (시)아빠께 말씀드렸더니만, 당장에 “뚫어~”에 사용되는 이상한 긴 용수철을 들고는 나가셨습니다. 며느리 된 입장에, 물을 막히게 한 주범이고, 이때는 집에 있었던 때라, 아버지가 뭘 하시나 따라가 봤죠! 아버지는 우리 주방에서 나가는 파이프 뚜껑을 열고는 그 “뚫어용” 용수철을 집어넣어서 열심히 오수가 나가는 파이프 안을 휘저었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한 가지!

우리 집에는 화장실용의 정화조가 없습니다.

1년에 한 차례씩 “똥퍼~”를 할 일이 없다는 얘기죠!

욕실이건, 화장실이건, 주방이건 여기서 나가는 것들이 모두 한 파이프를 통해서 나갑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원래 이런 구조인지, 아님 시댁에 지은 지 꽤 된 건물이라 이리 자연보호를 무시한 무대뽀인지는..  전에 그라츠에 살 때 정화조 푼다고 돈 거둔 적도 없는 거 같습니다. 꽤 오래 살았는데도 말이죠.

 

 

 

 

막혀서 물이 안 내려 간다고 하니 아버지는 천장(왜 하필 위에?)에 매달린 파이프 안에 막혀서 들어있는 것을 꺼내시는데, 저보고 파이프 아래에 매달린 통을 잡고 있으라는 하셔서 사다리에 타고 올라가 아빠가 “뚫어”로 열심히 작업 중이신 그 곁에 매달려서 대롱거리는 통을 잡고 있었습니다.

 

“뚫어용” 용수철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딸려서 왔는데.. 거기에는 저희부부의 배설물도 있는지라, 그것들이 통에 떨어질 때마다 아빠와 저에게는 그 물(똥?)이 튀었죠.

 

물이 튈 때마다 헉^^; 을 연발했지만 그 안에 제 것도 있으니 꾹 참았습니다. 아빠는 지금 파이프가 막히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으셨음에도 물(똥?)을 뒤집어쓰시고 계시니 말이죠!^^;

 

그렇게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나고 물은 잘 내려가는 듯 보였습니다.

 

물론 용수철같은 철사로 파이프 안을 열심히 휘저으면서 건져낸(뭘?) 만큼 막혔던 파이프 안이 뚫렸을 테니 말이죠! 그리고 몇 주가 지나지고 않았는데.. 변기가 꿀럭거리면서 또 안 내려갑니다. 볼일 볼 때마다 화장지 반 롤씩 쓰는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이 화장지를 너무 많이 넣어서 변기가 막히는 거잖아! 앞으로는 조금 줄여봐!”

 

남편은 몸을 직접 움직이기 보다는 앉아서 명령하는 보스타입의 남자, 당장에 한마디 합니다.

 

“아빠한테 얘기해!”

“뭔 소리여? 왜 아빠한테 얘기를 해? 당신이 휴지 많이 넣어서 막히게 한거잖아!”

 

출근하는 남편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말은 했지만, 돌아서 생각해보니..

“그렇죠! 아빠는 우리에게 세를 받고 있는 집주인인거죠!^^”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1341

월세 요구하시는 시아버지

 

 

 

 

아빠는 변기에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듯 하다는 며늘의 말 한마디에 당장에 우리 집 화장실에 오셔서 변기를 떼어내시고는 변기를 떼어낸 자리에 덩그러니 있는 구멍에 물을 부어서 파이프가 막힌 것인지를 먼저 확인하시고는 괜찮다고 판단을 하셨는지, 변기만 떼어내신 후 마당으로 나오십니다. 그리고는 뚫어용 용수철을 변기 안에 넣어서 에스자로 굽어있는 부분을 열심히 휘저어대십니다.

 

그 안에 물에서 나온 석회질이 몇 십 년 쌓여 파이프를 좁게 해서 화장지가 내려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수리나 점검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이 다 집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한국에서 변기가 막히면 “전문기사”를 불러서 처리하는데 말이죠!

 

 

 

굽어있는 안쪽에 석회질이 쌓인 것을 확인하신 아빠는 전에 수리 왔던 사람들에게 받아놨던 80% 식초원액을 변기 안에 부었습니다. 얼마나 오래된 석회질들인지 이런 강력한 식초원액임에도 당장에 떨어지지 않고 변기에 매달려 있습니다.

 

아빠는 이날 하루 종일 변기 안에 매달린 석회 조각들을 떼어내시는데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전기와 만나서 초강력 물줄기를 쏘는 이상한 발전기 모양의 호수를 이용해서 변기의 이곳저곳을 강하게 쏘아댄 덕에 변기는 그동안의 찌든 물(노란?)때도 벗었습니다.

 

이날 외출할 일이 있어서 며느리는 이쯤에서 퇴장을 해야만 했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와 보니 아빠는 예쁘게 탈색된 상태의 변기를 다시 제자리에 장착해놓으셨습니다.

 

시아버지는 뭐든지 고장이 나면 바로 수리에 돌입하십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십니다.

 

나는 남편을 믿고 살아야 하는 그의 아내인데, 왜 나는 자꾸 시아버지가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남편은 맥가이버가 아니여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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