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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호랑이 남편에게 배우는 면접 요령

by 프라우지니 2014.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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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스트리아에서 받고 싶은 직업교육은 우리말로 하자면 "요양보호사"입니다.

 

한국에서 한 달 만에 취득한 요양보호자 자격증은 이곳에서 사용불가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이 자격증 취득하면서 받은 교육은 총 160시간.

이론 80시간, 실습 80시간을 구성된 교육이였고, 그나마 이론은 요양원을 운영하신다는 종교인들께서 강의를 오셨는데, 자격증에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이야기들로 하루를 채우기 일쑤였죠!^^;

 

 

Fach- Diplom Sozialbetreuerin schwerpunkt Altenarbeit

파흐 (디플롬) 소지알베트로이어린 슈베어펑크 알텐알바이트

 

독일어를 한국어로 쓰려니 참 쓰기도 어렵고 읽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해석하자면 우리나라의 "요양보호사"같은 사회복지사입니다. (맞나?)

 

우리나라처럼 160시간 교육만 받으면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여기는 이 교육을 받기 위해서 교육원에 들어가는데도 1차 필기, 2차 면접을 본 후에 합격된 자들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교육기간도 몇 달이 아닌 2년, 디플롬(학위)까지 따려면 3년이 필요하네요.

 

2년의 교육기간 중에 반 정도는 "간병인"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간병인 교육만 받아서 간병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1년의 교육기간을 거친 후에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가능합니다. 참 쉽지 않는 제도들입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은 디플롬(학위)!

2년 교육받고 취직을 한 후에 나머지 1년 과정은 주경야독하면서 2년에 거쳐서 마칠 예정입니다.

 

목표는 정해졌고, 이제 슬슬 그 목표를 향해서 가야 하는 거죠!^^

 

그 첫걸음으로 한 단체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6개월 과정으로 "건강, 사회쪽 직업을 선택하는 이민자들을 모아서 무료강좌를 한다는 걸 인터넷에서 찾아냈거든요.

 

 

 

 

그곳에서 10월 20일 강의를 시작 전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게 되는지의 안내와 더불어 관심을 가지고 모인 이민자여성들 가운데 15명을 골라내는 작업도 한다고 통지를 해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초대장"인거죠!

이런 자리도 미리 내 이름을 올려놓고 초대를 받아야 갈수 있습니다.^^

 

이것도 면접의 일종인지라 날짜를 받아놓고는 쪼매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원래 무계획으로 사는 아낙인지라 그냥저냥 날짜가 가기를 기다렸죠!^^면접을 하루 앞둔 저녁 남편이 물어왔습니다.

 

 

"가면 면접에서 뭐라고 할껀데?
"나는 무조건 이 강의를 들어야하니 뽑아달라고!"

"그러면 뽑아준데? 당신은 왜 이곳에 지원했습니까? 하면 뭐라고 할래?"

"왜냐하면.. 요양보호사가 꼭 되고 싶어서요."

 

나를 빤히 쳐다보던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적어!"

 

남편은 회사에서 신입사원들의 면접을 자주 봤던지라 어떻게 면접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죠!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 지와 더불어 면접시 물어볼 말도!

 

 

 

 

1. 내가 왜 이곳에 지원을 했는지?

2. 이곳의 직업교육에서 나는 어떤 것을 해야만 하는지?

3. 이곳의 직업교육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는지?

4. 실습은 어디로 가서 받게 되고 어떤식인지? (교육중 2주(80시간) 실습이 있거든요.)

5. 이곳의 교육이 노동청의 지원을 받는지?

6. 왜 내가 이 교육을 받아야하는지 ( 뽑아야 하는 이유)

7. 이 교육을 마치고 난 어떤 쪽(취업, 또 다른 교육)으로 갈 수 있는지?

 

어째 면접을 가는 입장에서 대답은 1,6번뿐이고 나머지는 다 제가 물어볼 말입니다.

면접와서 이리 주절거리면서 물어보는 응시자를 본적이 있으신가요?^^;

 

남편이 부르는 대로 다 쓴 마눌이 물었습니다.

 

"일단은 날 뽑아달라는 것이 중요한데 왜 이리 질문을 많이 해야 해?

그러다 밉보이면 어떻하지?"

"안돼, 다 물어봐! 어떤 교육이 들어가고, 노동청의 지원도 중요한거니까!"

 

그러더니만 묻습니다.

"1번은 뭐라고 답 할껀데?(왜 지원을 했는지)"

" 나는 이 교육받기를 정말로 원합니다."

" 답이 틀렸잖아. 당신이 원한다고 뽑아주남?"
" 그럼 어떻해? 나는 정말로 이 교육을 받고 싶은데!"

" 적어! 나는 이 직업에 흥미가 많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특히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이 뭘 가르칠 때는 성질을 엄청 내는 관계로..

“내가 더러워서 안 배우고 만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분위기라는 걸 참고하시면 이 글의 제목을 이해 하실겁니다.^^;)

 

 

그렇게 1번 답이 정해졌습니다.

 

"저는 이 직업에 흥미가 많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 하는것을 좋아합니다."

 

내가 준비해야할 사항은 1번과 6번.

1번답의 받아쓰기가 끝나니 남편이 6번을 물어옵니다. 마눌은 자기생각을 또 말합니다.

 

"나는 이 교육을 받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제가 2010년에 한국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곳에서 직업교육을 받으려는 계획을 세웠었지만, 그 당시에 "2012년에는 뉴질랜드로 가서 2년 있겠다"는 계획이 확정이 됐던터라 저는 그냥 취직을 했습니다. 제가 오스트리아에서 일을 어느 정도 해 놓으면 나중에 실업수당과 더불어 직업교육도 무료로 받을 수 있겠다는 계획아래 말이죠! 그러니 저는 이 교육을 4년 기다린겁니다.^^)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입니다.

"오래 기다리고 하고 싶은 일은 당신 생각이지. 그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어."

"그럼 어떤 얘기를 해야 해?"

"나는 사람들 돕는 것을 좋아하고, 직업교육도 받고 싶으며, 이미 한국에서 요양보호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요양원에서 실습과 더불어 경험이 있다. 봉사적이라고도 해!"

"봉사? 뭘?"

"당신 한국에서 소년원에 미용봉사 다녔다며?"

"응"

"그것도 이야기 하고, 또 성당에 이주노동자 상담소에서 봉사도 했다며?"

"엉(몇 번 안 되지만 하기는 한 것이니.ㅋㅋㅋ"

"그것도 이야기 해. 그리고 내가 말한거 다 적어서 이 종이를 면접할 때 앞에 놓고 보고 읽어!"

"에이 챙피하게 어떻게 앞에 놓고 읽어.."

시키는 대로 해. 안 그러면 나중에 잊어버리고 못 물어본단 말이야!"

 

마눌은 남편이 불러준대로 적은 1번과 6번의 답을 노래하듯이 외웠습니다.

그리고 면접에 갔습니다.

 

제가 갔던 날은 대여섯명의 아낙들이 함께 했습니다.

 

"누가 이곳까지 와서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받겠어?" 보나마나 자리가 널널할꺼야!"

 

이건 순전히 저의 아둔한 생각이였습니다.

 

대부분의 아낙들은 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오스트리아에 온 경력자들이였습니다.

단지 독일어가 서툴고, 이곳의 시스템이 다르고, 이곳에서 자신의 자격증을 인정받지 못하니 "요양보호사"로 우회를 하거나 아님 이곳에서 또 다른 교육을 받고 간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죠!

 

간호사들한테는 "간병인 교육"에 해당하는 요양보호사교육이 사실 우습죠!

이런 사람들과 함께 교육받는다면 저는 매일 꼴찌를 달릴거 같습니다.^^;

꼴찌라도 좋으니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남편과 제가 면접을 가기 전에 남편이 내기를 제안 했습니다.

제가 면접에 합격해서 교육을 받게 되면 남편이 나에게 100유로를, 내가 면접에 떨어지면 남편에게 50유로를 주기로 했습니다. 누가 이기게 될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요.

 

마눌은 압니다. 마눌이 내기에 이길 욕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마눌이 원하는 교육을 받았음하는 남편의 마음이 그 내기에 있다는 것을!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10월20일 교육은 들어가게 되고, 저는 10월10일쯤에는 그 교육에 함께 하게될지 말지 알 수 있겠죠!

 

그 결정을 기다리면서 긴장되냐구요?

아니요! 긴장은 안 됩니다. 되면 감사한 것이고.. 이상하게 안 될꺼라는 생각은 아직까지 들지 않고 있습니다. (웬 똥 베짱?) 어차피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으로 가는 준비과정의 교육이니 그 교육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해도 준비과정 건너뛰고 본 과정으로 가는 방법을 모색할수도 있거든요.^^

 

저는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서 또 다른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저번의 면접은 "준비과정의 교육"이였고, 이번에는 "본 과정(2년짜리)의 교육"을 준비중입니다.

"본과정 교육"의 응시자들을 상대로 하는 1차 필기, 2차 면접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중년의 나이에 이리 시험에 치이고 사는 제 인생도 참 파란만장 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나를 "파란만장 신씨 아주메"로 불러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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