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경기를 아십니까?
수영 3.8km, 사이클 180km,마라톤 42.2km
위의 3경기를 계속 이어서 하는 거죠!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경기는 절대 아닙니다.
나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철인3종 경기자들 사이에 끼여서..
제가 미친듯이 뛰어야 했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을 보시면서 읽으시는 분에 따라서는 실소를 머금으실 분도 있으시겠지만,
그때 그 상황의 아낙에게는 정말 심각했던 상황이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저희가 와나카에 도착한 날은 2013년 1월18일!
이 철인 3종경기가 있었던 날은 그 다음날인 1월 19일.
사실 저희는 와나카 시내를 거쳐서 캠핑장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여서, 시내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알았다고 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말이죠!^^;
이날의 행사는 새벽6시30분~ 저녁 11시30분!
이날 철인 3종경기뿐 아니라, 하루종일 마라톤, 사이클등의 단독 경기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머물고 있는 캠핑장은 와나카 호수변에 위치하고 있지만,
와나카 시내와는 6 km정도 떨어진 곳이였습니다.
이곳에서 호수를 감상하면서 시내까지 가는 2시간정도의 길에 마눌이 혼자 나섰습니다.
남편은 그 시간에 혼자서 낚시할 생각으로 가득한지라,
평소 같으면 마눌을 절대 혼자 나다니게 두지 않지만, 오늘만은 예외입니다.
마눌이 시내로 가는 길을 나서기 전까지 이날 철인 3종경기가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시내로 나가는 시간은 오전11시가 넘은 시간!
새벽6시30분에 차가운 호숫물 수영으로 철인 3종경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이때 이미 사이클 경기까지 마치고, 마라톤(42.2km)를 뛰고 있는 시점이였습니다.
마라톤은 호수변을 도는 루트여서 저희가 머물고 있는 캠핑장도 통과하더라구요.
당연히 제가 시내로 가는 길이 마라톤 주자들이 달리는 길이기도 한거죠.
캠핑장 옆의 길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마라톤 주자와 자원봉사자들!
모두들 축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햇볕은 뜨거운지라..덥습니다.
거리에 널어놓은 음료수라고 해서 저같은 일반인이 먹을 수 있는건 아니구요.
달리는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것들입니다.
물, 콜라, 환타, 에너지 젤, 젤리등등 달리면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한 단체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이렇게 설치된 작은 천막마다 각기 다른 단체에서 나와서 봉사를 하더라구요.
각자 맡은 구역에서 봉사를 한 후에 경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각자 철수하는 거 같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구요?
각자의 천막에 자기네 소속단체 이름을 써놓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습니다.^^
마라톤 주자들이 손쉽게 가져갈 수 있게 손에 쥐고 있다가 주자들에게 넘겨주는 학생들이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는 마눌의 부탁에 흔쾌히 웃어줍니다.
참 예쁜 아이들이죠!^^
와나카 시내까지 가는 길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진의 좌측으로는 내내 호수를 볼 수 있죠!
사진에 보이는 푯말은 이곳이 시내에서부터 7km떨어진 지점이라는 표시입니다.
이곳의 7km지점을 통과하는 마라톤 주자들이 있을 것이고, 28km 지점을 통과하는 마라톤 주자들도 있는 포인트입니다. 마라톤은 같은 구간을 몇 번 뛰는 거였거든요.
마눌은 이렇게 한적한 길을 걸어서 와나카 시내까지 갔습니다.
마라톤이 진행되고 있는 구간이라고는 하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한가한 구간이 대부분 이였습니다.
자! 이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시겠습니다.^^
시내에서 두어시간 돌아다니다가 마눌은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이였습니다.
올때는 사실 조금 피곤했습니다.
두 시간 걸어서 시내까지, 시내에서 또 두 시간 오락가락!
그리고 다시 두 시간에 걸쳐서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
아무도 없는 구간을 혼자 걷고있는 마눌의 반대편으로 한 마라톤 주자가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다른 주자들처럼 색이 화려한 운동복은 아니고..
가까이 오면서 보이는 그 사람은.. 라면박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박스를 오려서 수퍼맨처럼 위에 입고, 아래에도 박스로 빤쓰(정말 이 표현이 딱 맞는)
를 만들어 입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박스 윗옷에 써 있는 이상한 문장!
Free
FPO
Here
↘ ↙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은 그 사람의 박스로 만든 빤스 거시기(?)부분이였습니다.
처음에는 달리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제공하는 무언가로 생각했었습니다.
“FPO는 뭐지?” 하는 마눌에게 갑자기 그 사람이 다가옵니다.
“Excuse me, Do you know......???"
“Yes? 악~~~~“
마눌이 놀라서 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눌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니, 그 (뒷 부분은) 벌거벗은 사람이 웃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은 마눌의 눈에 완전 변태로 보였습니다.
박스 안에는 벌거벗은 그 사람의 온 몸이 다 보였고, 특히 빤스 아래로 보이는 그 사람의 거시기(정말 거시기)는 뛰면서 박스의 모서리에 계속 부딪혔는지 피까지 맺힌 것이 보였습니다.
조금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미친듯이 웃던 그 변태는 가던 길을 계속 가더라구요.
마눌은 안심이 되어서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미친거야? 왜 벗고 이 구간을 뛰어?”
마눌은 다시 천천히 길을 걸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마라톤 주자들은 계속 달리고 있었습니다.
가끔씩은 몇 명이 그룹을 지어서 달리기도 하지만, 길은 대체로 한가했습니다.
그랬는데...
마눌의 뒤쪽에서 한 무리의 마라톤 주자들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잘 달릴 수 있게 길의 한쪽에 서서 자리를 비켜주느라 잠시 서 있었는데..
그 그룹의 젤 마지막에 달리는 사람은..
아까 날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 수퍼맨 박스 옷을 입었던 벌거벗은 변태!!
아까는 반대편으로 달려갔었는데, 이제는 내가 가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달리다가 사람이 없는 구간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더 이상 혼자서 걸으면 안 될꺼 같았습니다.
마눌은 그 다음에 달려오는 그룹의 뒤에 따라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철인 3종 경기의 마지막인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뒤에는 무거운 배낭까지 맨 아낙이 뒤뚱거리면서 뜁니다.^^;
이때 마눌의 생각은..
“이 사람들이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이미 수영, 사이클에 다가 마라톤도 거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으니 얼마나 힘이 있겠어?
내가 달리면 이 사람들을 어느 정도는 따라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달렸습니다.
뉴질랜드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변태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는 용감하다고 하나, 허허벌판에서 변태를 만나면 아줌마도 여자인지라 별 뾰족한 수가 날거 같지도 않고 말이죠!
마눌이 어렸던 때에 새벽길에서 칼을 든 사람을 한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생일파티 한답시고 친구들이랑 모여 있다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에 오는 길!
언덕길을 혼자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헉헉거리면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걷던 길을 멈추고 그 사람을 보면서 어린 마눌(그때는 20대 초반이니) 생각했었습니다.
“완전 달밤에 체조하네. 달밤에 달리기라니..”
헉헉대면서 언덕길을 달려온 그 단발머리에 마스크를 쓴 남자가 옆에 서더니만,
칼을 보이면서 “꼼짝 마”하더라구요.
그 칼을 보는 순간, 저는 집까지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칼을 보면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달린 덕에 위기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마눌은 그렇게 미친듯이 마라톤 주자 뒤를 따라서 달렸습니다.
이미 힘이 빠질대로 빠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마눌은 자꾸 그 그룹에서 멀어집니다.^^;
등 뒤에서 덜렁거리는 배낭까지 두손으로 잡고 뛰니 더 벅찹니다.^^;
한동안 달렸더니만, 숨이 차서 더 이상은 달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뛰기를 포기하면 중간에 수퍼맨 변태를 만날지 모르니 달려야죠!
죽기 살기로 헉헉대는 숨을 몰아쉬면서...
정말 못 뛰겠다고 생각될 무렵에 맞은편에 산책을 나선 한 쌍의 커플을 만났습니다.
이제 사람을 만났으니 더 이상은 안 뛰어도 되는 거죠!^^
그 사람들을 보자마나 마눌은 뛰기를 멈추고 걸었습니다.
걸어가서 그 사람들과 마주섰을 때 마눌이 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물론 영어로 물어봤겠죠? 여기는 한국이 아니니..)
“당신들 홀딱벗고 박스만 뒤집어쓰고 뛰는 사람 봤어요?”
“응, 봤어. 무지하게 웃기더라.”
“엥? 그게 웃겨? 변태 아니야?”
“아니야, 이런 큰 행사에 꼭 그렇게 튀려고 벌거벗고 카메라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어.”
이날 내 일기에는 아래와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혼자 걷는 여자여서 내가 그리 느낀 걸까?
벌거벗은 상태에 박스 뒤집어쓰고 뛰는 변태를 어찌 장난으로 받아들이누?“
변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한국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자전거 좀 잡고 있으라는 해놓고 자기 거시기를 꺼내서 보여주던 아저씨도 만나본 적이 있고,(어릴 때 동네 아이들이랑 무더기로 놀러다닐 때)
이태리 관광지 주차장에서 관광객인 동양여자에게 차 안에 앉아서 자기의 거시기를 꺼내서 흔들던 아저씨도 만나본 적이 있고(가던 길 못 가고 무서워서 되돌아 왔다는..)
오스트리아의 골목길 모퉁이를 돌자마자 만났된 18살쯤 되어 보였던 남자아이가 흔들어대던 거시기. 변태는 가면 갈수록 어려지는 것인지..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는 것을 꺼내서 동양여자에게 보여주며 그 아이는 뭘 원한 것인지..
(물론 그 아이를 무심하게 보면서 그곳을 지나치긴 했습니다.)
한국에만 변태가 존재하고, 금발의 신사는 매너가 좋을거 같지만..
세계가 넓은만큼, 다양한 변태는 존재한다는 것이 여기저기에서 변태를 겪어본 마눌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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