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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34-어느 낚시꾼 아내 이야기

by 프라우지니 201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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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낚시꾼의 아내입니다.

프로도 아닌 아마츄어 낚시꾼이면서 열정만은 프로 못지 않은 낚시꾼 말입니다.^^

 

그나마 감사할 일이라면..

제 남편은 저희가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절대 낚시를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나름의 휴가중이니 낚시에 미쳐서 날밤을 새고,12시간을 낚시해도 마눌은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마눌이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나 차가 쌩쌩거리고 달리는 고속도로 옆에 차를 세워두고 낚시를 가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허허벌판(도 별로 좋아하는 곳은 아니지만..)이라면 그나마 차 주변을 왔다리~갔다리 나 할 수 있지만.. 고속도로 공간도 좁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라지면..

고속으로 달리던 차가 실수로 갓길에 세워진 우리차를 박을까 걱정도 되고(안에 있으니),

차에서 내린다 한들 주변에 구경할만한 것도, 걸을만한 곳도 없거든요.^^; )

 

반면 낚시꾼남편도 마눌에게 불만이 많이 있습니다.

 

자기가 낚시 갈 때 따라 나서면 좋으련만..

낚시대가 2개면 고기도 2배로 잡을 수 있는 확률이 있건만..

마눌은 대부분은 차에서 있으려 합니다.

 

차에 짱 박혀서 무엇을 하고 몇 시간을 그리 노는 것인지 원!

물론 강물 속을 걸어다니면서 몇 시간씩 낚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마눌을 별로 맘에 안 듭니다.^^;

 

대충 저희부부의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남편의 낚시에 전혀 관심이 없는 마눌이...

열정적으로 남편과 함께 낚시를 하는 아낙을 만났습니다.

오마라마의 한 모텔에서 말이죠! (그렇다고 저희부부가 모텔에서 숙박을 한거는 아니구요^^)

 

 

 

Omarama오마라마는 쪼맨한 동네입니다.

 

캠핑장이 하나에, 수퍼마켓 하나!

이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골프장도 하나!

주유소 하나에 음식을 먹을만한 레스토랑/카페가 서너 개!

그리고 기념품점도 몇개!

 

아! 모텔시설은 꽤 많이 있습니다.

쪼맨한 동네이면서 카페가 서너개, 모텔(호텔)이 서너개에 기념품점이 있다는 말인즉,

이 동네가 관광객 동네라는 얘기인거죠!

 

여기서 저희는 그 부부를 만났습니다.

 

 

 

 

낚시꾼들이 이용(?)하는 강 주변에는 따로 낚시용품을 파는 가게가 없습니다.

 

보통 낚시용품은 조금 큰 도시에나 가야 만날 수 있죠!

그렇다고 작은 동네에서 낚시용품을 살 수 없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낚시를 하는 도중에 많은 lure루어(가짜 물고기 미끼)를 많이 잃어버립니다. 루어가 없으면 낚시를 못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큰 도시로 루어를 사러 갈수는 없는거죠!

 

낚시로 유명한 곳의 모텔이나 작은 가게들에 가시면 그 루어들을 살수가 있습니다.

루어뿐 아니라 그 지역의 강에서 무슨 고기들이 많이 잡히는지..

실제로 우리가 방문한 시점에도 고기가 잡히는지..

어떤 루어들이 고기를 잘 잡는지..

같은 기본적인 안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 짧은 기간(1일,3일,1주일, 한달)의 낚시면허도 이곳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남편이 이곳의 강에 대한 안내를 문의하고 있었는데..

주인과 대화를 하는 도중에 한 동양인이 중간에 말을 잘라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주인한테 무언가를 빠르게 물어보고는 사라졌습니다.

 

모텔의 숙박객이였던 그는 이곳에서 3박을 하면서 주변에 낚시할만한 곳을 다녔던 모양입니다. 오늘도 어딘가로 가기 전에 주인에게 뭔가를 묻는거 같았습니다.

 

 

 

 

모텔에 조그맣게 딸린 낚시용품 가게이지만..

낚시에 필요한 용품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이 모텔은 낚시꾼들이 전문적으로 묵는 곳 같았습니다.

 

이곳의 낚시할만한 곳의 브로셔를 챙기고, 루어를 몇 개 산후에 남편은 낚시를 갔습니다.

남편이 낚시하는 동안에 마눌은 차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겠죠! 항상 그렇듯이!

 

낚시를 갔다가 돌아온 남편이 낚시용품 가게에서 봤던 동양인에 대해서 얘기를 합니다.

 

이름이 맥스라는 그 사람은 홍콩(중국인)에서 온 낚시꾼인데..

마눌과 조카라는 사람과 셋이서 낚시를 하고 있는 걸 만났었다고..

그의 마눌도 낚시대를 들고 같이 낚시를 하더라는..

근디 잡은 것은 하나도 없더라는...

 

원래 낚시꾼들은 상대방이 무언가를 잡았냐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같습니다.

 

상대방은 하나도 못 잡은 곳에서 내가 뭔가를 잡았다면..

내가 낚시실력이 뛰어난 것이고!

상대방은 잡았는데, 내가 못 잡았다면..

여기는 원래 고기가 없는데, 상대방이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고!

 

이날 남편은 그 “세 사람은 고기가 없다”고 단정 지은 그곳에서 커다란 송어를2마리나 잡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실력이 부족해서 못 잡은 거죠!^^;

 

그의 마눌도 낚시대를 들고 낚시를 한다고 하니 마눌은 궁금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온 대부분의 낚시꾼의 마눌은 남편 혼자만 낚시하는 것으로 족하던데..

 

나도 남편이 낚시하는 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도 낚시대를 들고 하루 종일 강가에 서 있을 생각은 전혀 없는데..

어떤 아낙이길레, 남편과 열정적으로 낚시를 하는지 한번쯤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다음날!

 

저희가 그 모텔에 다시 루어를 사러 갔을 때, 그 부부를 만났습니다.

 

홍콩에서 2주 동안 뉴질랜드로 낚시휴가를 왔다는..

매년 2주~4주 낚시휴가를 10년째 오고 있다는..

기간이 짧아서 매번 한 지역을 정해놓고 그 주변만 돌다가 간다는..

이번에는 18살짜리 조카까지 데리고 와서 낚시를 한다는..

 

하루에 100불짜리 4WD(사륜구동) 렌트카에, 숙박비는 140불이여서 생각보다 경비가 많이 든다는..(거기에 휘발유는 별도죠! 식비도 별도고!)

 

남자들은 낚시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동안에 마눌은 그 아낙이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같이 낚시다니는 것이 힘들지는 않는지..

 

근디.. 낚시꾼의 아낙이 겪는 어려움은 그녀도 겪고 있었습니다.

 

차로 달리다가 보면 작게 설치된 “낚시꾼출입구” 푯말은 잘 안 보입니다.

정말 신경써서 봐도 보일까 말까 하거든요.

 

마눌이 “낚시꾼출입구”를 제대로 못 찾으면 남편이 짜증을 지대로 냅니다.

운전하는 것도 아니면서 옆에 앉아서 그“출입구”푯말도 못 보냐고?

이제는 안경 낄 나이가 된거냐고? ^^;

(사실 푯말이 작고, 시원하게 밖에다 설치해놓은 것이 아니여서 찾기 힘듭니다.)

 

그녀도 마눌과 같은 상황을 매번 당한다고 하더라구요.

이번에는 조카까지 데리고 왔는데, 출입구 못 찾을 때마다 남편이 짜증을 내는데,

조카까지 있다보니 남편이 그런 짜증을 낼때마나 자존심도 상하고..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낚시를 하겠다고 해도 남편이 말릴 때가 있습니다.

 

비싼 루어일 경우는 낚시를 결사반대를 합니다.

루어 잃어버리면 다시 사야하니 그냥 헌 루어로 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고기가 안 잡힌답니다. 고기도 신상(품)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마눌이 낚시를 하다가 루어를 잃어버렸다?

그럼 조용히 낚시대를 놓고 그곳을 탈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루어를 잃어버린걸 알고난후에 벌어질 상황이 전개되기 전에 말이죠!

 

“뭐야? 누가 낚시를 하랬지 루어를 잃어버리랬어? 그게 얼마짜리인줄 알아?

이런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그곳을 잽싸게 떠나는 것에 제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남편과 낚시하는 그녀도 남편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둘이 똑같이 돈 내서 휴가를 왔는데..

 

둘의 돈으로 루어를 샀는데, 자신이 잃어버리는 건 아무 소리 안 하면서,

아낙이 잃어버리면 하루 종일 잔소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루어 잃어버릴까봐 신경이 쓰이고, 남편의 잔소리에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비슷한 반응을 하는 모양입니다.

 

옆에 앉은 마눌이 낚시하러 가는 길은 네비게이터처럼 잘 찾았으면 좋겠고..

낚시를 하더라도 루어는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여기까지는 낚시꾼의 마눌이 겪은 비애아닌 비애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그녀는 저보다 더 훨씬 열약한 환경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보통 낚시꾼들이 고기를 잡으면 본인이 직접 기절시키고, 배를 따고, 목욕까지 깨끗이 시킨상태로 가지고 옵니다. (제 남편은 혼자서 다 알아서 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고기를 잡으면 그녀를 부른다고 합니다.

부르는 소리에 낚시대를 놓고 가보면 남편이 잡은 고기를 주면서 손질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낚시하는 시간보다, 남편이 혹은 조카가 잡은 고기를 처리(기절, 배따고, 목욕까지)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구요.

 

그녀는 사실 낚시꾼이라기보다는 남편의 낚시를 뒷바라지(혹은 보조) 하는 아낙인거죠!

 

이날 이 아낙에 대해 마눌은 일기장에 아래와 같이 썼습니다.

 

낚시꾼들의 아내는 다 비슷한가 부다..

싱가폴 중국인 맥스의 아내도 길 잘못 찾으면 남편의 짜증을 받아내야 하고,

루어 읽어버리면 짜증내고, 거기에 잡은 고기도 다듬어야 한다니..

 

우와! 그러면 제대로 낚시할 시간도 없는디..

각자 5,000불(홍콩달러)씩 내고 2주일 낚시여행와서 일만하는 불쌍한 아낙이여!

사람은 원래 그렇죠!

나보다 조금 열약한 환경의 사람을 보면서 나름의 위로를 얻는..

저는 잡은 고기는 안 다듬어도 되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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