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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행 이야기/남태평양 쿡 제도 이야기

남편은 호구 손님

by 프라우지니 202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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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파란 눈의 외국인인데

성격만 한국인.

 

경상도 남자처럼 무뚝뚝하면서도

체면까지 차리는 충청도 경향도 다분.

 

특히나 체면은 남편에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것이 체면인지 부끄러움인지

그 경계를 알 수는 없지만,

세일 제품을 샀는데 영수증에는

가격에 정상으로 찍혀 있으면

그걸 따지지 못하고,

세일 제품을 정가에 사오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거리에서 나눠주는

홍보 음료도 부끄러워서

받지 못하고 마눌이 받아온 것을

넙죽 받아서는 마셔버리는

만행을 저지르죠.

 

. . !

 

사람의 얼굴을 보고  따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남편은 달라지죠.

 

남편이 잘하는 짓(?)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품

반품하기!

 

물건을 바꾸러 가는 일이였다면

포기 했을 성격인데,

인터넷으로 산 물건 중 반 이상은

이런저런 이유로 반품을 하죠.

 

반품의 대부분은 제품의 기능이

판매자가 말한 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

 

전기 충전 후레쉬가

한 번 충전으로 36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정말로 충전 해서 36시간

켜놓고 테스트 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남편은 그걸 하는 인간입니다.

 

36시간 사용가능이라더니

실제로 테스트 해보니

24시간 밖에 안 나오면 남편에게는

물건을 반품할 이유가 충분한 거요.

 

아무튼 겉으로는 허허실실

순하고 체면 때문에 사람한테

따질 것도 못하지만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 경우는 철저하게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 남편인데

그런 남편이 쿡 제도에서는

호구 취급을 당했습니다.

 

모르죠!

남편이 볼 때는 아닌데,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것인지

여러분이 읽어보시고

판단 해 주시길 바랍니다.^^

 

 

평일에는 한가한 푸낭가누이 시장

 

라로통가에는 섬 사람들이

장을 보러 오는 푸낭가누이

시장이 있습니다.

 

라로통가 가이드북을 보면

이 시장을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하지만,

추천하는 날은 장이 서는 토요일.

 

우리나라 지방의 5일장처럼

외국에도 장이 서는데

보통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장이 열리고 그래서 

세터데이 혹은 선데이 마켓

으로 불리기도 하죠.

 

푸낭가누이 시장이

볼거리이기는 한데 이건

토요일에만 해당이 되고

평일에는 앞쪽의 좌판의

과일 장사 몇몇만 나오죠.

 

 

가격을 써놓은 과일들, 수박은 6불, 10불.

 

 

이 시장에 가서 내가 느꼈던 건

섬의 비싼 물가.

 

뉴질랜드 물가가 비싸기는 했지만

그래도 바나나 7개에 5불은

아니었는데 라로통가에서는

야채의 기본 가격이 5불인지

웬만한 무더기는 다 5.

 

뉴질랜드에 비해서 물건이

싸지도 않고, 또 이곳에도

필리핀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쿡 제도도 뉴질랜드와

비슷한 최저임금이 22불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우리가 머물던 숙소 주인인

키위(뉴질랜드 사람)아저씨께

들은 바로는 쿡 제도의

최저임금은 달랑 8.

 

최저임금이 8불인 섬에서

바나나 7개에 5불이면

어쩌라는 이야기인 것인지.ㅠㅠ

 

 

패션푸르츠는 남편을 위한 과일

 

시장에 간 첫날 우리가 사진 속의

세가지 과일을 사는데

지불한 금액은 13.

 

바나나 5불에 스타푸르츠 5

그리고 파파야 3.

 

과일 좌판이 여러 개 있었고

다른 가게들은 물건들이 더

싱싱 해 보였는데,

남편은 우리에게 무뚝뚝하게

말씀을 하시던 할매네 가게에서

과일을 구입했죠.

 

물건을 파시는 할매가

파파야는 암놈이 있고,

숫놈이 있다고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는데 관광객에게는

내가 산 파파야가 암놈인지

숫놈인지 보다 맛이 더 중요하죠.

 

 

남편은 이렇게 할머니와 대화를..

 

결론은 맛은 별차이가 없다니

나는 별로 관심을 안 보였는데

남편은 할매 앞에 서서는

계속 할매께 묻고 답하기를

반복합니다.

 

뭘 물어도 웃으면서 대답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넌 그것도 모르냐?”하는

뚱한 표정으로 말씀을 하시니

내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남편은 할매가 말씀하시는 것이

다 좋은지 그저 허허실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할매는

자꾸 맛보기를 주십니다.

 

남편이 스타푸르츠를 사자고

했을 때 맛없는 걸 왜 사냐?”고 하니

나를 째려 보시며 할매는 바로

잘 익은 스타푸르츠를 잘라서는

얼른 남편과 나에게

한 조각씩 내미셨죠.

 

잘 익은 것을 잘라 주셨음에도

내 입맛에는 스타푸르츠가

그리 달지도 않고 또 특징도

없는 맛이었지만 맛보기를 먹고

안 살수는 없으니 그 중에

잘 익은 것 같은 것으로

하나 집어 들었었죠.

 

첫날은 그렇게 13불로

할매와 거래를 끝냈었는데..

 

 

바나나 푸딩같은 케익

 

다음 날 남편이 마눌을 데리고

간 곳도 할매집.

 

전날 과일을 샀는데

뭐 또 살 것이 있어서 가냐고 했더니

할매께 부탁한 것이

있다나 뭐라나??

 

할매집에 가서 남편이 받은 건

바나나 케잌이라는데 보기에는

맛은 있어 보이지 않는 비쥬얼.

 

너무 익어서 상하기 직전의

과일을 으깨서 거기에

전분 가루를 넣고 찌면

되는 간단한 디저트인데

섬나라에 여행을 자주 다녔던

남편이 이걸 좋아하니 전날

할매와 수다를 떨면서

먹고 싶다했었던 모양인데

다음 날 할매가 남편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이걸

만들어 오셨던 거죠.

 

 

한덩치 하시는 할매와 마주보고 데이트중인 남편.

 

장사하시는 할매 앞에서 대화를 하니

장사에 방해가 되게 서있는 것은

아닌 거 같아서 마눌은 빠졌지만

남편은 할매 앞에 서서

내내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 보니 남편은 할매와

나란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구요.

 

섬에 1주일 여행을 왔는데

섬 구경 대신에 남편은 과일 장사

할매 옆에 앉아서 두어시간

수다를 떨어댔고,

그런 남편은 내내 나는

기다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ㅠㅠ

 

 

마눌은 이렇게 남편을 기다리고..ㅠㅠ

 

 

시장에는 평일에 나오는 좌판도

몇 개 안되는데 그 중에

생선구이를 파는 식당이 있어서

남편이랑 같이 먹을까 싶었지만

할매 옆에 앉은 남편이 정오까지

오지 않았고, 정오까지 장사를 하는

  생선가게는 문을 닫아버려서

결국 먹지 못했고..ㅠㅠ

 

마눌은 땡볕을 피해서

평일에는 장사를 하지 않는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서

남편을 기다리며 빨리 오라고

텔레파시를 보내 봤지만..

 

남편은 마눌보다는 할매가

더 좋은 것인지 마눌의

텔레파시는 받지를 못했고,

기다리다 지쳐서 마눌이

결국 할매옆의 남편을

찾으러 가기도 했었죠.

 

 

 

 

남편을 찾으러 온 마눌에게

할매가 내미신 건 코코넛 주스.

 

과일 좌판에서 3불에 파는

코코넛 주스를 주시니 날씨도

더워서 덥석 받기는 했는데

받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

 

왜 이리 작은 걸 주시는 거지?”

 

코코넛을 까줬다고 하니

공짜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건 아닌 거죠.

 

일단 줘 놓고 나중에

돈을 받는 전술을 취하시는

할매십니다.

 

 

미니사이즈 코코넛

 

 

나는 같은 값이라면 뭐든지

큰 것을 선호하는 아낙인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코코넛을 주시면 섭섭하죠.

 

3불에 팔기에는

조금 민망한 사이즈인디..

 

코코넛이 너무 작아서

주스를 한번 들이키니 텅 비어버려

아쉬웠지만 코코넛 주스를

사먹고 싶어도 다른 좌판으로

갈수는 없었습니다.

 

좌판이 일 열로 있는데

남편이 서있는 할매네 가게를 두고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사면

할매도 보시게 되니

서로가 불편할 거 같고!

 

 

사진속의 파란셔츠가 바로 내 남편. ㅠㅠ

 

코코넛 주스를 먹고 한참이

지나도 남편은 오지않고,

내가 먹고 싶었던 생선구이도

문을 닫아버려 점심도 먹지 못한

마눌이 결국 헐크가 되어

남편을 다시 찾으러 갔을 때

남편은 웃으면서 한마디 했죠.

 

나는 할매가

이것 저것 주셔서 많이 먹었어.

당신은 배고프면 근처에 가서

뭐 먹고 와!”

 

 

남편을 감시하면서 먹는 늦은 점심.

 

 

할매와의 수다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멀리 가지는 못하고

근처에서 파는 치킨 샐러드를

사서는 남편과 할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관찰에 들어갔었죠.

 

남자와 여자가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원주민 할매는 절대

친절하신 분은 아니었습니다.

 

뭘 물어봐도 사람을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씀하셔서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셨죠.

 

모르죠!

내가 동양인이어서

그런 태도를 취하셨는지도

(인종차별??)

 

남편과 하는 대화를 들어봐도

조금 퉁명스럽던데

남편은 그걸 못 느끼는 것인지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죠.

 

첫날 내가 할매네서 과일을 사면서

뚱뚱한 바나나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내가 뭘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냥 먹는 거거든!”하셨는데,

 

나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가능한 할매와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아 남편이 할매와

대화를 하면 일부러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남편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며 말이죠.

 

 

20불어치 물건들.

 

 

남편을 기다린지

3시간 정도가 지나니

드디어 남편이 오기는 왔는데

마눌에게 돈을 달라고 합니다.

 

할머니가 갖다 주신

바나나 케익이 6불에 남편이

코코넛 주스를 2개 마셨고,

나도 할매가 주셔서 한 개를

마셨으니 총 코코넛 주스를

3통 마셨는데 할매는

10불만 달라고 하셨다나?

 

(작는 사이즈의 코코넛이니

개당 2불씩 계산을 하신건가?)

 

남편이 3시간 동안 할매 옆에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이런 저런 과일도 맛보기로

얻어 먹었다고 하니

말씀하신 10불만 달랑 드리는 건

염치가 없는 거 같아서

10불을 더 주면서

할매 꺼 더 팔아드려!” 했는데

남편이 들고 온 것은 달랑

파파야 한 개와 너무 익어서

한쪽이 곪기 시작한 노란 망고 하나.

 

“10불 냈는데 파파야

하나랑 망고 하나야?

두 개면 5불이면 될 거 같은데

할매가 10불 냈는데

달랑 이것만 주셨어?”

 

아무리 봐도 너무 익는 파파야와

망고는 10불의 값어치가 안되는데

남편이 받아온 물건이 달랑

2개라는 것이 어이가 없어서

남편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남편은 할매께 10불짜리 2개를 내며

물건을 더 달라고 하니

이것만 주셨다고 했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할매는 남편이 당신이 달라고 하셨던

10불만 내놓고는 물건을

더 달라고 해서 팔기에는

조금 값어치가 없는

물건을 주신 거라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할매는 내 남편을 호구로 보신건데,

관광객을 상대하는 장사를 하시지만

처음 온 손님도 아니고

두번째로 찾아온 손님에게

총을 쏘는 건 예의가 아닌 거죠.

 

 

판매의 여왕이 운영하는 55호 가게

 

 

마눌도 남편도 10불에

파파야와 망고 하나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고 마눌은

남편에게 딱 한마디만 했었죠.

 

당신 다시는 그 할매네 가게 가지 마.

과일은 시장보다는 스쿠터 타고

도로를 달리다 가정 집에서

내놓고 파는 과일들이 더 싸니

앞으로 그런데서 사면 돼!”

 

그렇게 이틀 정도가 지나고

토요장이 서는 시장에 가서

할매를 또 만났습니다.

 

시장에 가면 할매네 좌판은

지나쳐야 하는데 그곳을

지나치면서 남편이 할매한테

인사를 하니 남편을 보자마자

할매가 내민 것은 시금치로

만들었다는 음식 하나.

 

 

200ml정도 되는 용량.

 

음식을 내밀면서 할매는

“8이라고 하셨죠.

 

남편이 시금치 통을 받자마자

또 다른 음식을 맛보라고 주시는데,

남편에게 그만하라고 했습니다.

 

할매는 남편을 호구로

생각하셨던 것이 맞는 거 같았죠.

 

일단 맛을 보인 후에는

산다고 하지도 않은 제품을

그냥 안겨버리는 고급 전술을

사용하시는 할매.

 

물건을 살 생각도 없는

사람들에게 맛 보라고 과일을

썰어주면 일단 맛을 봤는데

그냥 지나치는 건 미안하니

물건을 하나쯤 사게 되죠.

 

이건 외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매는 그렇게 무조건 맛을

보라고 한 후에 물건을 안기는

전술을 구가하는 그야말로

판매의 여왕이셨던거죠.

 

우리가 다시 라로통가에 가게 되도

난 할매네서 과일을

사게될거 같지는 않습니다.

 

남편은 할매를 일부러 찾아가서

물건을 팔아주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봐도

할매는 남편을 호구

취급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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