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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부모님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by 프라우지니 201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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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편에게 아빠의 병환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이 9월8일 일요일.

남편도 4일전에 아빠에게 들었다면서 마눌에게 이야기를 했었죠.

 

아빠의 병환 이야기를 듣고 시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지 남편에게 물었더니만,

남편은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 무슨 일 있었니?” 싶은 오누이입니다.

어쩜 이렇게 소통을 안 하고 사는 것인지...

 

나중에 시부모님 돌아가시면 서로 연락할 일없는 사람들이 될 거 같습니다.^^;

 

남편은 장남에 외아들임에도 아빠의 병환이야기를 여동생에게 직접 안하겠다니!

“그럼 내가 하리?”

 

남편은 아빠가 직접 여동생에게 말을 하시게 두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거 같아서 엄마께 여쭤봤습니다.

 

“엄마, 비엔나 시누이이한테 이야기 했어요?”

"전화를 했는데, 받지도 않고, 전화도 안 한다.“

 

시누이가 올케나 오빠의 전화만 씹어드시는줄 알았는데..

부모님의 전화도 다 씹어 드시고 계셨군요.^^;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하시는 엄마.

 

 

지난 여름 우리집 마당에 만발했던 마약 양귀비꽃.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행 중일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9월 중순에 부모님이랑 크로아티아 가는데 너도 갈래? 했더니 친구들이랑 여행갈 계획이 있다고 했었거든요. 아마 친구들이랑 여행 중인가 봐요.“

이렇게 얼버무렸습니다.

 

아무리 여행 중이라고 해도 부모님의 전화번호가 찍혔음 한번쯤 전화를 할만도 한데..

전화를 몇 번해도 받지도, 전화도 해오지 않았던 시누이.

 

아빠가 전화를 계속 시도해서 통화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통화하면서 아빠의 병환과 수술날짜도 알게 된 거죠.

 

아빠 수술을 앞둔 주말에 시누이가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원래 올 계획이 없었는데 아빠 수술 때문에 온 것인지는 알 길이 없고..와서는 “자기는 너무 늦게 알았다”고 하면서 내가 있는 주방에 와서 궁시렁거립니다.

 

“엄마가 너한테 몇 번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다며?

나중에라도 전화를 한번 해보지 그랬어?”

“.....”

 

부모님이 심심해서 전화를 하신 거라 생각을 했던 것인지..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셨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인지..

 

“엄마랑 아빠는 너한테 알리려고 시도를 하셨는데 네가 안 받아서 소식을 일찍 전하시지 못한 거야.”

“안 받으면 메시지라도 남겨놨어야지.”

 

딸내미한테 전화해서 직접 통화도 아니고 음성메시지에 “나 암이란다.”할 부모가 계실까요? 당신이 아파도 자식이 걱정할까봐 가능한 아픈 티를 안내는 것이 부모이거늘..

 

남편이 없었다면 부모님은 연락이 안 되는 딸내미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시다가..

당신들이 알아서 병원수속도 하시고, 수술도 당신들이 서로 의지하시며 하실 뻔 했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어서 아빠를 위한 수속이나 여러 가지들을 알아보고 신속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말도 많지 않고, 살갑지도 않는 무뚝뚝한 아들이 이번에 열일 했습니다.

 

뭔일? 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077

남편이 하고 있는 건 장남의 의무일까?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다른 도시의 대학을 진학한 아들은 그곳에서 대학을 나오고, 그곳에서 취직을 해서 집 떠나 산 세월이 20년이 훨씬 넘어 “내 자식이지만 거리감이 있는 아들"이지만, 딸내미는 같은 도시의 대학에 진학해서 대학원까지 집에서 마쳤으니 시부모님께는 만만하고 친근한 자식이죠.

 

 

 

자신은 너무 늦게 알았다고 투덜대는 시누이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우리를 기다려주시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전화가 몇 번 왔었으면 한번쯤 집에 전화를 해볼 만도 했건만,

뭐가 그리 바빠서 2~3주가 가도록 전화 한 통 못한 것인지!

 

가정이 있어서 내가정이 1순위인 유부녀도 아니고!

달랑 자기 몸 하나 돌보면서 사는 골드미스에게 식구라고는 부모님밖에 없는데..

 

아무리 막내라고 해도 이제 마흔 중반이면 70대의 부모님이 우리 곁에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으실거라는걸 알만도 한데, 언제까지 부모님이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옆에 계실꺼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시누이가 새집으로 이사할 때는 부모님이 비엔나까지 가셨고, 아빠는 시누이의 집 내부를 다 페인트칠 해 주시고, 가구랑 이런 저런 것들을 들여놓는 것도 도와주셨습니다.

 

시누이는 지금도 집에 오면 손 하나 까닭 안하고 엄마가 해 놓으신 밥상에 앉아서 먹기만 합니다. 평소에 엄마가 손을 심하게 떠신다는 걸 알고는 있는 것인지..

 

엄마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시면 시누이는 “운동이 부족해서”하고 합니다.

엄마의 무릎통증은 연골이 닳아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시누이가 집에 왔을 때 우리가 더 머물게 됐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 수술 경과도 봐야하고 해서 아마도 내년 봄까지는 있지 않을까 싶어. 뉴질랜드 대사관에는 (남편이) 4,5월쯤에 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메일을 보냈거든”

 

떠날 줄 알았는데 더 머물게 된 상황이 우리부부에게도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떠날 줄 알았던 오빠내외가 더 머물게 된 상황이 시누이도 짜증이 났던 모양인지 돌아서면서 한마디.

 

“수술하고 경과는 2달이면 되지 않나?”

 

서로에게 불편한 멀찌감치 잡힌 우리부부의 출국 예정일이지만,

아빠의 수술경과를 지켜볼 수 있고, 어쩌면 엄마의 무릎수술도 지켜보게 되지 싶습니다.

 

부모님이 필요로 하실 때 옆에 있는 것이 특별한 것을 해 드리는 것보다 더 큰 효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에게 시간과 돈이 넉넉해져서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을 때,

부모님이 우리 곁에 안 계실수도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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