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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하고 있는건 장남의 의무일까?

by 프라우지니 201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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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1녀중 장남인 남편!

 

어깨가 무거운 것이 한 가정의 장남인데..

지금까지 남편에게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신경 쓰는 분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혼하면서 “당연하게 했던 건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름휴가!”

 

그리곤 특별하게 부모님을 신경쓰는 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따로 살 때는 한 두달에 한 번 정도 부모님을 뵈러왔었고!

크리스마스때나 되어야 2~3주 부모님 댁에 머물면서 시간을 보내고 했죠.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했다”는 말도 사실 남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연휴라 휴가차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로 오기는 했지만,

남편은 밥 다 차려놓고 부르면, 와서 밥 만 먹고는 사라지는 1인이었죠.

 

며느리인 나는 점심시간 전에 엄마네 주방에 가서 엄마가 요리하실 때 옆에서 보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밥 먹고 나면 벌떡 일어나기 뭐해서 시부모님이 하시는 게임에 항상 동참해야했죠.

 

점심을 먹고 나면 당연한듯 “게임하자!”시는 시어머니!

 

나는 안하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며느리라 밥 먹고 한두시간은 매번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남편에게 짜증내면서 제일 많이 했던 말!

 

“당신 부모님이지 내 부모님이냐?”

 

아들인 남편은 와서 밥만 먹고 사라지는데, 며느리인 나는 두 시간 전에 주방에 가서 같이 요리를 해야 하고, 밥 먹고 나면 두 시간씩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자기 부모를 챙기고 사랑하는 모습을 마눌에게 보여줘야 마눌도 그렇게 하는 것인데..

남편은 무뚝뚝한 장남으로 부모님이 뭘 물어봐도 “응, 아니” 둘 중에 하나를 대답하는 남편.

 

인터넷에서 캡처

 

장남이면서도 자기 부모님을 옆집에 사는 사람처럼 대했던 남편.

궁금 하신 분만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350

불편한 부자사이와 시집살이

 

남편이 엄마는 끔찍하게 챙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소, 닭 보듯이 쳐다보는 아들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아빠가 아프면서 남편이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마눌을 훌러덩 뒤집었던 사건이 하나 있었네요.

 

우리 집은 5시50분~6시에 라디오 알람이 켜집니다.

 

나는 출근을 하던 안 하던 월~금요일에는 이 라디오 알람을 들으면서 일어나죠.

그리곤 기계적으로 주방으로 가서 남편의 아침을 챙깁니다.

 

일단 물을 끓이고, 남편의 아침인 뮤슬리에 들어갈 과일들을 썰어서 대접에 담아 식탁에 차리고 물이 끓으면 커다란 컵에 과일 차 티백을 넣어서 붓고, 바닐라 요거트, 우유에 뮤슬리 통까지 내놓으면 남편의 아침 준비는 끝!

 

이렇게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10여분!

이때쯤 남편을 깨웁니다.

 

“남편/여보, 일어나~~”

 

제 유튜브 동영상에서 보신 분들도 계시지 싶은데..^^

아침마다 내가 남편을 깨우는 멘트는 한국어입니다.

 

남편이 주방에 와서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남편의 도시락을 챙깁니다.

야채와 과일을 챙기고, 샌드위치를 챙기고!

 

어떤 날은 이렇게 남편을 출근시켜놓고 더 잘 때도 있지만..

보통은 이때 일어나면 더 이상 자지는 않습니다.

 

이 날도 아침을 차려놓고, 점심까지 다 싸놨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는 남편!

결국 도시락을 싸들고 방에 가서 잠자는 남편을 깨우니 하는 말.

 

“나 오늘 병원에 가는데?”

“몇 시에 가는데?”

“11시..”

 

 

지금 이 양반이 미친거죠.

마눌이 출근 안하는 날도 지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는데..

 

병원예약이 늦은 시간에 있어서 자기는 늦게 일어날꺼면서,

마눌은 새벽에 일어나라고 라디오 알람을 켜놨습니다.

 

남편은 “매를 버는 행동”을 너무 자주합니다.

그래서 가끔 마눌에게 맞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맞은 만큼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랬다간 경찰에 신고 해 버린다는 마눌의 공갈협박이 무서워서인거 같지는 않지만 말이죠.)

 

 

11시에 간다던 병원은 남편이 아닌 아빠의 진료예약이었습니다.

아빠는 오후 예약이 있었는데, 자기 출근을 미루고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고 한거죠.

 

아빠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출근 하는 줄 알았었는데..

오후 3시경에 남편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빠의 진료상황을 보고 출근하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길어져서 출근 하지 않고 아빠를 모시고 다시 돌아왔다고 말이죠.

 

평소에는 마눌의 병원 길에만 동행했던 남편이 장남으로서 아빠의 병원 길에 처음 동행한 날입니다.

 

사실 이런 남편의 행동은 뜻밖이었습니다.

 

엄마가 아프다면 남편의 이런 행동은 당연하게 여겼겠지만,

그동안 아빠랑은 소,닭 쳐다보듯한 사이였거든요.

 

아빠가 인터넷 뱅킹이나 뭔가를 부탁할 때 가끔 우리 방에 오셔서 남편이랑 이야기를 하시지만, 그때 남편은 “왜? 뭐?” 이런 반응을 보이죠.

 

그래서 아빠가 문 앞에서 서서 부탁하고는 가시곤 하십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사적인 대화는 전혀 대화가 없는 부자관계였습니다.

 

남편이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고 해도..

평소 남편의 살갑지 않는 성격으로 봐서는 아빠를 챙겼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아빠가 병원진료 가신다니 출근도 미루고 모시고 가는걸 보니,

장남의 역할을 하는 거 같습니다.

 

남편의 마음 멀리 자리하고 있는 아빠의 위치!

남편에게는 들은 적 없지만 엄마에게서 들었었죠.

 

남편이 고등학교 진학해서 공대를 가겠다고 했을 때, 집안이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아빠랑 시할머니가 한 편이 돼서 남편의 고등학교 진학을 결사반대 하셨었다고 말이죠.

 

”대학교 졸업해서 실업자 되지 말고, 중학교 졸업하고 기술배워서 아빠처럼 페인트공이 되라“

 

중학교를 졸업할 당시라면 14~15살 정도였을텐데..

그 당시에 아빠랑 할머니를 상대로 정신적인 싸움을 했었을 남편!

 

아빠에게 기죽어 살았으면 시키는대로 중학교 졸업해서 페인트공이 되었을텐데..

남편은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공대를 갔고, 대학원까지 마친 석사학위 엔지니어죠.

 

물론 남편의 대학공부를 하는 동안 집에서 지원받은 것은 없습니다.

학비는 무료였고, 생활비도 대학원 졸업 할 때까지 나라에서 지원을 받았었거든요.

 

남편은 나라에서 주는 생활비를 아껴서 저금까지 했었다고 같은 기숙사에 살았던 친구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자기네들처럼 맥주 사마시면서 흥청망청 쓰는 법이 절대 없었다고 말이죠.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담배를 안 피우는 이유는..

담배를 피우면 내가 (경제적)지원을 해주지 않겠다고 해서라고!“

 

남편이 대학 공부하는데 집에서 지원받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걸 알고 있는데..

아빠는 어떤 자식을 두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딸내미인 시누이를 두고 말씀하시는 거겠죠?

 

자신을 종졸학력으로 만들려고 했던 아빠여서인지, 아님 젊은 시절 엄마를 울게하고 고생만 시켰던 아빠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에게 있는 “아빠에 대한 그 어떤 것”

 

그것이 원망인지 미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어서..

대화없는 부자가 된거 같기도 하고!

 

이유야 어찌됐건 남편은 아프신 아빠를 챙기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관계를 극복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빠 성격상 아들에게 못했던 것을 대놓고 사과하실 분도 아니고!

아들 또한 “왜 그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했냐?”도 물을 성격도 아니구요.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온 오후에 남편에게 전에 엄마께 들었던 말을 했습니다.

 

“아빠가 당신이 공대 졸업해서 ”디플롬(석사)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하셨대. 당신이 돈 잘 버는 직업을 택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이야.“

 

이 말을 하면서 남편 앞에서 울었습니다.

울보 마눌이 감정에 복받쳐서 울고 있으니 아무 말 없는 남편!

 

아빠는 이 말을 아들 앞에서 하셨으면 아들이 응어리진 마음가닥 한두개는 풀어주실 수 있었을 텐데..

 

엄마를 통하고, 마눌을 통해서 듣는 아빠의 진심을 남편도 알아줬음 좋겠습니다.

 

지금 남편은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했던 아빠”의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

이제는 그때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했음 좋겠습니다.

 

힘들고, 고생스럽게 살았던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믿었을 아빠셨을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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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보 일어나~"가 들리는 동영상을 업어왔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내가 하는 일인 "남편 아침과 점심 챙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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