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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는 무슨 말을 하게 될까?,

by 프라우지니 201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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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 한 후, 나의 저녁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다음날 근무가 없는 경우는 늦게까지 주방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지만, 다음날 근무가 있는 경우는 퇴근하면 바로 목욕탕으로 직행해서 씻고는 바로 침대로 갑니다.

 

침대로 바로 갔다고 해서 바로 자는 건 아니구요.

누워서 TV도 보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보통 다음날 근무가 있는 날은 저녁에 노트북을 켜도 다음날 올라갈 글을 업데이트하고 댓글을 읽고 거기에 댓글을 다는 정도로 사용하는데..

 

제가 간만에 다음날 근무가 있음에도 글을 쓰려고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건 머리에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풀어내려고 글을 쓰는 것이니 말이죠.

 

오늘 우리 요양원에 어르신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78세의 할배, Z는 병원에 잠시 입원 하셨었는데 거기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오전에 받았고, 85세의 할배, R은 “가실 때가 다 된 거 같다..”싶었는데 오후에 가셨습니다.

 

오후에 동료와 같이 R할배의 방에 들어가서 약간 비스듬하게 눕혀드리고는 평소에 즐겨 드셨던 차가운 맥주를 묻혀서 스펀지에 적셔서 입에 몇 번 넣어드렸었는데..

그것이 이승에서 드신 마지막 맥주가 되었네요.

 

R할배는 따님이 한 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할매의 동거녀가 거의 매일 찾아오셨었지요.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을 설명 드리자면..

 

우리 요양원 같은 경우는 요양원 옆으로 또 다른 아파트 건물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반 아파트가 아니라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입주해서 사시는 곳이죠.

 

요양원과 마찬가지로 이 아파트도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저소득층이거나 아예 돈이 많아서 자비로 내던가 둘중에 하나죠.

 

집에서 사시던 분들이 더 이상 혼자 사시기 힘들면 요양원으로 들어오기 전에 입주해서 사시는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다 도움이 필요하시니 “방문 요양”의 케어를 받게 되고, 저녁에 무슨 일이 있는 경우 긴급호출을 누르면 요양원 사무실로 바로 연락이 들어가죠.

 

아파트에서 호출이 들어오면 직원이 호출을 한 아파트에 전화를 걸어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낙상을 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는 사무실에 걸려있는 해당 아파트의 열쇠를 가지고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합니다.

 

R할배는 동거녀랑 보통의 집에서 사셨던 모양인데..

R할배가 요양원에 들어오시면서 R할배의 동거녀는 옆의 아파트로 입주하셨던 모양입니다.

 

R할배는 요양원에 사시기는 하셨지만,

요양원내에 있는 카페에서 매일 동거녀와 시간을 보내셨었는데..

 

처음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시던 분이 치매가 깊어지면서..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장례식에서 받게 되는 망자카드

 

한 달 전쯤에는 낙상을 하셔서 병원에 며칠 입원하시고 그 후로는 침대에 누우셨죠.

연세가 있으신 분이 침대에 누우시면 신체적인 변화는 급격히 진행이 됩니다.

 

안 드시니 살도 빠지고, 어느 순간 몸에는 뼈만 남게 되죠.

점점 쇠약해지니 숨 쉬는 것도 힘들어 집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들었던 근무인계!

“R 할배의 동거녀가 옆에서 밤을 새우셨다.”

 

할배가 건강하실 때는 두 분이 요양원내의 카페에서 매일 만나셨지만, 할배가 누우신 후에는 매일 점심과 저녁때 오셔서 할배께 음식을 먹여드리는 일을 하셨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할배 옆에서 밤을 새신 것을 보면 말이죠.

 

밤을 새시고도 할배 옆에서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셨는데..

할배는 오후 4시경에 조용히 숨을 거두셨습니다.

 

할매는 얼마 남지 않는 시간을 감지하시고 24시간 할배를 지켜드렸던 모양입니다.

 

할배가 돌아가시고는 그 방에 들어온 직원(나랑 내 동료)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하셨습니다.

함께 하는 기도는 주기도문인 듯 했는데, 내가 독일어 주기도문은 외우지 못해서리..

 

저는 눈만 감고 R할배가 좋은 곳에 가시기를 한국어로 기도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80대 어르신 내외인데도 결혼을 하지 않으셨으니..

죄송하게도 저는 할매를 동거녀라고 표현합니다.

 

결혼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이다 보니 평생 살면서도 동거남/동거녀인 경우도 있습니다.(아니 결혼을 안 해도 되는 문화가 아니라 남자들이 책임지기 싫어서 결혼을 회피하는거죠.)

 

 

R할배가 숨을 거두시고, 의사가 와서 사망진단을 하고 할배의 시신을 덮고 나서,

할매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할배가 돌아가신 슬픔보다 당신의 몸을 먼저 챙겨야 하시는 거죠.

 

집으로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할매는 밤새 임종을 앞둔 할배께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당신과 함께 한 시간들이 다 소중하고 감사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나도 가니 우리 다시 만나자”

 

이러셨을까요?

 

나는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과연 떠나가는 내 남편에게 어떤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으려는지.. 집에 와서 남편에게 R할배의 곁을 지켜주신 할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나는 나중에 당신 옆에서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당신을 만나 행복했다고 이야기 하게 될까?”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이야기인디..

“부모님중 한분이 먼저 돌아가시면 우리가 나중에 모시고 살까?”

 

몇 년 전에 이 말 했다가 남편한테 갈굼을 당했습니다.

남편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왜 재수 없게 이야기하지?“ 하는 거 같습니다.

 

마눌이 이상한 소리를 하니 마눌 입 막는 남편의 한마디.

“독일어나 열심히 공부해~”

 

남편이 이러면 마눌의 대답은 한결같죠.

“네~ (한국말로)”

 

더 이상 남편과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저는 아직도 생각합니다.

나는 남편의 임종을 지키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는지...

 

물론 남편보다 내가 먼저 갈 수도 있고,

우리 둘 다, 질병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휙~하고 갈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각을 합니다.

“나는 과연 떠나가는 남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는지..”

 

아마도 남편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들을 하게 되겠지요.

이런 말들을 말이죠.

 

“당신을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살아온 세월들이 다 고맙고 소중하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할 꺼라”고 했지만 그건 뻥이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나는 당신을 다시 만나서 또 사랑하고 결혼할 꺼다. ”

 

“나보다 조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곧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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