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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3일 동안 달린 오스트리아, 도나우 강 자전거 투어

by 프라우지니 2019.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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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나에게 사람들이 하는 말.

“운동을 좋아하나봐!”

 

나는 운동을 그리 즐기는 타입은 아닌디..

내가 타고 다닐 교통수단이 자전거뿐이니 타고 다닐 뿐이죠.

 

집이 외진 곳에 있다면 나도 차가 필요하니, 차를 타고 다녔겠지만..

 

나는 교통편도 편리한 지역에 살고 있어 차가 필요 없고!

비싼 전차비를 내느니 운동 삼아서 타고 다니는 것이 자전거죠.

 

남편 따라 등산을 가끔 가고, 자전거 도로를 가끔 달리기는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스포츠에 열광하는 아낙은 절대 아닙니다.

 

건거죠.

요리를 하기는 하는데, 누군가 “요리 하는 걸 좋아하냐?”하면 그건 또 아니고..

스포츠를 하기는 하는데, 누군가 “스포츠 좋아하나봐!" 하면 그건 또 아닌 거 같은!

 

남편이 비엔나에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했을 때도 두 손 들어 결사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나 부다~, 자전거를 타고 오나 부다~”

남편의 성격상 마눌이 반대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지만..

마눌은 “좋은 것이 좋은 거다.”여서 남편이 하는 일에 웬만하면 따라주는 편입니다.

 

“조금 과하다.”싶을 때도 따로 말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스스로 깨달아야지 마눌이 설레발치면서 난리치면 부작용만 커지거든요.

 

 

구글지도에서 캡처

 

남편이 3일 동안 221km를 달린다고 했을 때 “그런 가부다.”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한번쯤 달려보고 싶은 구간”이여서 약간의 기대도 했었죠.

 

트라운 강변을 자주 달려서 강변을 달린다는 것이 어떤 건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강변을 달리는 것이 힘들지는 않지만..

남편이 계획한 거리를 달려낼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도나우 강변 자전거 여행이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우리가 첫 날 달려야 하는 구간은 89km.

 

어떤 사람이 이 구간을 5시간 이하로 달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부부에게는 턱없는 시간이었죠.

 

비엔나를 출발한 시간도 조금은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의 친구를 만나서 점심을 먹고 우리가 비엔나를 출발한 시간은 오후 1시05분.

 

미친 거죠. 90km를 달려야 하는데 오후에 출발이라니..

그래도 출발은 즐겁게 했습니다.

 

 

 

마눌의 자전거에는 짐을 싣을 수 없는 구조라 우리부부의 짐은 다 남편의 자전거에!

생전 처음으로 가볍게 싼 내 여행 가방이었습니다.

 

마눌도 배낭하나에 넣고 싶은 거 다 넣고 메고 타겠다고 우겨봤지만..

장시간 자전거를 타야해서 등에 짐을 메면 어깨가 아프다는 남편의 의견.

 

결국 마눌은 허리쌕 하나만 달랑 메고 남편 뒤를 따랐죠.

 

첫 날 우리는 이미 깜깜한 저녁9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낮에만 달릴꺼라고 후레쉬도 준비하지 말라고 했던 남편.

결국 마눌의 핸드폰에 있는 LED후레쉬를 손에 들고 밤길을 달려야했습니다.^^;

 

중간에 별로 쉰 기억도 없고, 열심히 달린다고 달렸는데..

90km를 달리고, 둘 다 녹초가 돼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미친 거죠.

이렇게 미친 듯이 달리면 중간에 경유하는 마을이나 도시들을 볼 시간이 전혀 없답니다.

목적지가 머니 무조선 달려야한다는 생각뿐이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둘째 날은 첫째 날보다는 훨씬 가벼운 여정.

54km의 여정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짧지 않는 거리였습니다.

 

첫날 너무 심하게 달려서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둘째 날 너무 멀쩡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자전거용으로 만들어놓은 근육이 있었나봅니다.^^

 

우리는 숙소에서 10시30분에 출발했는데..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7시경.

 

중간에 들리는 마을에서 교회를 한두 곳 보기는 했지만 짧은 시간을 보냈고..

 

중간에 식당에서 저녁을 먹느라 30분정도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길게 쉰 적은 없는데! 아마도 이날 겁나게 더워서 우리가 조금 더 느렸던 모양입니다.

 

 

 

우리가 이날 달렸던 구간은 “와인산지”로 유명한 지역.

포도밭 사이를 달리는 엄청난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도나우(다뉴브) 강가의 여름을 즐기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부부끼리!

 

언어는 아주 다양했지만 대부분은 백인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달리는 동안 동양인들은 만나지 못했죠.

 

남편이 달리는 3일내내 입었던 빨간색 붉은악마 셔츠.

(밤마다 세탁했죠.^^)

 

한국인이 우리와 마주쳤다면 “KOREA"라고 쓰인 남편의 셔츠를 보고 반가워 했을 텐데..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이틀째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우리 여정의 마지막 날!

84,4km인데, 남편이 길을 잘못 들어가서 되돌아 나와야 했죠.

결론적으로 100km는 달린 거 같습니다.^^;

 

다음날 허벅지 쪽에 약간 통증이 있었던 것을 보면 100km는 저에게 과했나 봅니다.

 

마지막 날에는 팔 토시를 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는 하얀색 팔 토시를 한 자전거 부대.

 

한국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팔 토시를 한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만나본적이 없었거든요.

(한국에서만 봤으니 한국인들만 본거야~)

 

팔 토시를 한 자전거 부대는 뜻밖에도 인도 사람들이었습니다.

“원래 까만 피부인데 왜 팔 토시를 했지?”

 

타도 티도 안날 갈색피부의 인도인들이 한 하얀색 팔 토시.

순간 잠깐 혼란스러웠습니다.

 

 

구글에서 캡처

 

도나우 자전거투어를 가면서 내가 챙겨갔던 것은 “자외선 마스크”

 

자전거를 탈 때 이걸 쓰고 얼굴은 안 태울 생각이었는데..

자외선 마스크를 쓸 만한 여건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일단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마주 오는 사람들과는 웃어주면서 고개를 까닥하고 인사를 합니다.

 

첫날을 상대방이 나에게 인사를 해온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이것도 둘째 날 눈치를 챘죠.

 

3일을 달리면서 얼굴에 자외선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나또한 자외선 마스트를 쓴 이상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이긴 싫었습니다.

 

마눌이 자외선 마스크를 썼다면 함께 달리는 남편이 사람들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았겠죠.

 

 

 

마눌이 “자전거 도로는 그쪽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도나우 강변으로 달리겠다.”고 우기며 강가를 달렸던 남편.

 

결국 막다른 길에 도착해서 되돌아 나오면 마눌의 잔소리+욕을 바가지로 먹었죠.

덕분에 추가로 40여분을 더 달려야 했지만, 그래도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남편이 마눌을 위해 좋은 숙소를 잡아주고, 마눌의 짐도 다 싣고 달려,

마눌이 조금 더 편하게 달릴 수 있는 배려를 했었죠.

 

 

 

아침 9시에 출발해서 저녁 6시경에 집에 도착했으니 이날도 하루 종일 달린 날이네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시청광장에서 먹었던 마지막 날 저녁.

 

단돈 10유로에 즐기는 우리들이 만찬이었습니다.

케밥과 콜라, 디저트로 먹었던 달달함의 극치, 바클라바

 

우려와는 달리 우리부부는 2박3일간의 여정을 잘 해냈습니다.

이 여정은 마눌에게도 힘들었지만 남편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인 듯 했습니다.

 

“도나우 자전거 투어”는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거의 평지수준의 길이고, 볼거리도 풍성, 먹거리도 풍성한 여정이고!

 

하루에 50km정도로 여정을 짠다면 꽤 훌륭한 여행이 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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