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 내가 참 친해지고 싶은 직원이 한명 있었습니다.

 

내 연배로 23살의 나이에 요양보호사로 입사를 해서, 중간에 간호사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간호사로 일했지만, 요양보호사를 도와서 어르신들 간병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어르신들 일일이 마음을 다해서 보살피던 간호사.

 

나이 50이 넘었지만, 아직도 거의 180cm에 달하는 키에 얼굴도 예쁘고 거기에 금발.

길거리 캐스팅 꽤 많이 받았을만한 신체조건에 외모죠.

 

지나가는 말로 왜 “미스 오스트리아”에 나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그런 것에 관심도 없어서 길거리 캐스팅을 꽤 많았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었다고 하는 그녀,B

 

금발인 자신을 비하해서 하는 농담은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어떻게 금발인 자신을 비하했냐구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발은 멍청하다”는 인식이 있죠.

물론 이건 절대 사실이 아니죠.^^

 

B가 남편이랑 휴가 갔었던 곳을 이야기 하면서..

 

“호텔이 얼마나 큰지 아침에 밥을 먹으러 가야하는데 식당을 못 찾겠고, 나중에는 우리 방에 어떻게 가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는거야. 호텔이 얼마나 마치 미로 같아서 말이지.”

 

이 말에 다른 직원이 뭐라고 토를 다니 B가 날리는 한마디.

 

“나한테 뭘 바라는 거야? 난 금발에 나이도 오십이 넘었다고!”

 

그녀가 말하고 싶은 건 금발이 멍청한데, 나이까지 많으니 이중으로 장애가 있다고 한거죠.

 

안 웃기시나요?

직원회의 하려고 모여 있던 직원들은 이 말에 다 넘어갔었습니다.

 

 

 

B가 마지막 근무하는 날 작은 송별 파티가 있었습니다.

 

일 잘하고 모든 이에게 모범이 되던 B가 요양원을 떠났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다른 직원에게 들었습니다.

 

원래는 B랑 요양원 원장이랑 나이도 동갑이고 엄청나게 친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베프같은 사이였는데, 직원회의 중에 한 요양보호사가 “간호사가 우리 일(간병)을 안 도와준다.”는 말에 그 직원을 보호하려고 B가 변호를 했는데, 그 일로 원장과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사실 B는 요양보호사 일도 잘 도와주고, 함께 일하면 좋은 간호사였는데..

괜히 엉뚱한 직원 편들어 주다가 우리 요양원의 대장인 원장과 불편한 사이가 되어버렸죠.

 

그렇게 만나면 껄끄러운 원장이랑 같이 일하는 것이 불편했는지..

그녀는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방문요양”쪽을 선택한 모양입니다.

 

요양원은 떠나지만 방문요양도 요양원이 있는 연방정부에 딸린 부서라 계속 같은 회사(?)소속이기는 하지만, 전처럼 근무를 같이는 못하는 거죠.

 

방문요양을 하게 됐다고 그래서 요양원을 그만둔다고 하는 그녀에게 내가 말을 건냈습니다.

 

“집하나 얻어서 조그만 사설 요양원 같은 건 할 수 없어?”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대하고 자신이 하는 일도 엄청 좋아하는지라, 그녀가 요양원을 차리면 딱일거 같았거든요. 내 말에 그녀가 대답을 했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어, 그게 내 꿈이거든! 그런데 법적으로 요양원은 30명을 수용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해.”

 

10명 내외로 작은 요양원을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오스트리아는 법적으로 30명 수용할 공간이 있어야 요양원 허가를 내주는 모양입니다.

 

몰랐습니다. 아무나 집에 어르신들 모시고 살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

 

23살 어린 나이에 요양원에 들어와 28년은 한결같이 마음으로 일하던 B.

많이 닮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친해질 시간도 없이 떠나보내서 많이 섭섭합니다.

 

지금 내 또래의 직원들과는 서로 늙어가는것을 지켜보면 그렇게 직장동료로 남게 될 줄 알았었는데.. (금방 떠난다면 무슨 소리냐구요? 돌아오면 또 일은 해야죠.^^)

 

그녀가 떠나게 돼서 많이 섭섭합니다.

 

혹시 우리 요양원 원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을 가던가..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B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며 그녀를 보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친구가 되고 싶고,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는 기회인데..

 

우리가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게 되리라 기대를 해봅니다.

헤어짐은 끝이 아니니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5.22 00:00
  • 2019.05.22 03:3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5.22 17:36 신고 EDIT/DEL

      그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 상대를 "일"로 생각하지 않고,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등등등. 사실 이런 일은 쉽지 않거든요.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한것인데, 그녀는 28년은 한결같은 마음이라 정말 배우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곁에 없지만 말이죠.^^;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05.22 08:33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타깝네요 ...인간 관계가 참 묘해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 하면서 같은 직장에 특히 boss 랑 같이 하는건 힘든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5.22 17:37 신고 EDIT/DEL

      그러게요. 여기는 상사도 친구같이 편하게 이름부르고, "당신"이 아닌 "너"로 대하는지라 이런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줄은 몰랐습니다.^^;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05.23 01:27 신고 EDIT/DEL

      여기 미국도 마찬가지로 그렇지만 서로 불편해서 부서를 옮기거나 직장을 관두는 사람도 있어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5.23 02:04 신고 EDIT/DEL

      상사는 어떤 사이이건 같에 상사죠. 평소에 거리를 두고 조금 어렵게 생각해야 막판에 막말을 하는 실수를 막을수 있을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s://memorial-sketchbook.tistory.com BlogIcon 기억의스케치북 2019.05.22 23:10 신고 ADDR EDIT/DEL REPLY

    인간관계는 특별한 룰이적용되는
    사이클이라 여겨져요
    애쓸수록힘든 사이도 있고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5.23 02:02 신고 EDIT/DEL

      그러게요. 저는 친해지고 싶었는데, 저에게 조금 뚱한 B였습니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있었죠.^^;

  • Favicon of https://star1207.tistory.com BlogIcon 사막여우. 2019.05.23 09:24 신고 ADDR EDIT/DEL REPLY

    글 잘보고가요
    구독합니다

  • BlogIcon Theonim 2019.05.25 16:16 ADDR EDIT/DEL REPLY

    의협심이 강한 사람들이 조직내에선 불리하긴 하죠,하지만 말의 파급력이 한 영혼에 끼치는 영향력 또한 대단하니,,
    자존심 강한 사람=열등의식 강한 사람
    들과의 관계에선 많은 주의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뒤끝이 맵더라구요.
    하지만 그 따뜻한 동료분 방문 받게 될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일이네요.

    글고,독일인들 보면 평소에 뚱하다가도
    먼저 말 걸면,반색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많
    던데,그곳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5.26 02:30 신고 EDIT/DEL

      여기도 그런 편이에요. 먼저 말을 걸지는 않지만 말을 걸면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는 편이죠. 독일인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지 않나 싶어요. 일본인같이 남에게 싫은소리 절대 대놓고 안하니 겉으로는 엄청 친절한 오스트리아 사람들입니다.^^;

  • Favicon of https://kk12334.tistory.com BlogIcon 문희 티켓 2019.05.29 14:29 신고 ADDR EDIT/DEL REPLY

    잘보고갑니다 다음에 재블러그도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