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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사진 참 못 찍는 내 남편

by 프라우지니 201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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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인 저는 사진을 찍을 때 되도록 인물이 중심에 오게 찍습니다.

풍경도 중요하지만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증명사진을 찍죠.

 

반면에 남편은 인물보다는 풍경이 더 중요한 모양입니다.

 

남편이 찍은 사진 중에 마눌의 머리만 사온 사진이 태반입니다.

사람의 목을 그렇게 잘라버리면 기분이 좋은 것인지..^^;

 

마눌이나 남편이나 사진에 대해서 모르는 건 마찬가지.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기 싫은 마눌의 오직 똑딱이 디카랑 스마트 폰입니다. 이걸로 잘 찍고 싶다는 건 욕심이죠.^^;

 

공대를 나온 남편은 기계치 경향 약간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온갖 기능이 다 있는 스마트폰을 쓸 때도 자동차의 첨단기능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인 남편은 구형 노키아 흑백 폰이죠. 핸드폰이 아무리 전화를 걸고, 문자를 받는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해도 요즘 세상에 흑백 폰이라니요?

 

스마트폰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맡기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던 날. 마눌은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누르기만 하면 되는 사진 찍기인데, 왜 남편은 그것이 안 되는 것인지..

 

자꾸 화면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지라 남편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을 다시 “사진 찍기”로 바꿔주고 3~4번 다시 사진을 찍고 싶은 자리로 간적이 있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찍고 싶은 마눌과 남편의 사진이었는데...

남편이 마눌의 사진을 제대로 찍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짜증이 났지만, 나중에는 웃음만 나서 사진속의 마눌은 내내 웃었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말이죠.^^;

 

마눌이 시시때때로 스마트폰을 선물로 사주겠다고 유혹을 해봤지만 거절하던 남편.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스마트폰을 받았을 때는 부담스러워 했지만, 회사 내에서 필요한 기능이 들어있어서 오직 그 용도로만 쓰는 듯 했습니다.

 

해외출장을 가면서 마눌에게 왓츠앱으로 문자나 사진을 보내는 용까지는 발전을 했지만!

딱 거기까지죠.

 

여전히 남편에게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가끔 남편이 친구에게 우리부부의 셀카를 찍어서 보낼 때도 마눌이 남편의 스마트폰으로 찍습니다. 뭘 해도 서툰 곰손 남편이거든요.^^;

 

남편은 오직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인지..

남편이 마눌을 찍은 사진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픕니다.

 

도대체 어떻길레?

 

 

 

노르딕스키를 타러 갔던 고사우.

 

땀 뻘뻘 흘리면서 열나게 팔, 다리 저어가는 마눌을 불러 세웠습니다.

풍경이 근사하니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이죠.

 

내가 찍어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찍어주겠다고 찍은 사진인디..

왜 허리를 절단 낸 것인지...^^;

 

보통은 풍경사진에 마눌의 목만 잘라서  머리만 동동 떠있는데 그나마 이것은 양호합니다.

상반신이라도 풍경 속에 들어있으니 말이죠.^^;

 

 

 

남편이 마눌의 사진을 찍겠다고 해서 둘 다 노르딕스키를 타는 라인에서 벗어난지라..

마눌도 남편의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나중에 보니 마눌과 남편의 사진이 같은 배경인데 이리 차이가 납니다.

 

남편은 전신이 다 들어있는 세로형의 사진을.

마눌은 하반신은 없는 가로형 사진을.

 

같이 다니는 남편이 사진만 조금 근사하게 찍었다면 여행을 다니면서 엄청난 양이 “인생샷”을 건졌을 텐데, 같이 다니면서 내 사진을 찍어주는 남편이 이리 곰손이라 참 슬픈 현실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코토르의 골목에서 마눌이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스마트폰을 내밀었습니다. 남편의 실력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구도가 좋아서 살짝 맡겨봤습니다.

 



마눌이 찍어달라니 그냥 성의 없이 찍은 것인지..

아무리 봐도 마눌이 원한 사진은 절대 아닙니다.

 

인물이 사진에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배경이 다 죽었습니다.

얼른 사진을 확인한 마눌이 한마디 했죠.

 

“이게 아니잖아. 당신이 더 멀리 가서 문이랑 다 나오게 찍어야지!”

 

마눌의 한마디에 남편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다시 찍었습니다.

 

역시나 마눌의 생각이 맞았습니다.

사진사가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이리 근사한 사진이 나오는 것을.

 

남편은 정말 이런 구도를 전혀 생각 안하고 사진을 찍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은 사진을 정말 못 찍는 거 같습니다.

 

이왕에 찍는 사진 가로로 찍어보고, 세로로 찍어보고, 여러 각도에서 찍어주면 좋을 텐데..

남편은 마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카메라를 내밀면 얼른 한 장 찍고는 되돌려줍니다.

 

그래놓고 마눌이 풍경사진을 찍고 있으면 얼른 그 중간에 서서 마눌이 자신의 사진을 찍을 때까지 서 있다가, 찍은 것을 확인한 후에는 풍경사진을 찍을 수 있게 그곳에서 비켜줍니다.

 

마눌이 찍은 사진속의 남편은 풍경과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가끔은 남편의 얼굴이 실물보다 훨씬 더 잘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을 잘 찍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봤자 디카사진이죠.)

 

남편이 마눌을 조금만 더 근사하게 풍경 속에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매번 남편이 찍은 사진을 보고 일일이 잔소리를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이런 마눌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남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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