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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우리와 다른 유럽의 노년문화

by 프라우지니 2018.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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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정년퇴직을 하는 순간부터,

어르신들은 “할 일 없는 사람들”로 분류가 됩니다.

 

물론 정년퇴직을 하신 후에도 직업을 찾으시는 분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어르신들이 하실 수 있는 직업군이라는 것이 한정되어있다 보니,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소비하시기 위해서 거리를 서성이십니다.

 

어르신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곳은 탑골공원과 그 근처 종로일대.

 

이 동네를 한번 가보면 이곳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남자 어르신들입니다.

 

그렇다고 여자 어르신들이 아주 안 계신 것은 아니지만,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원정을 나오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거 같습니다

 

혹시 우리나라의 신문에서 “애인을 구합니다.”라는 구인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젊은 남녀가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어르신들이 그들의 짝을 구하시는.

처음 이곳의 신문에서 이런 광고에서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낼 모래 하늘나라 가실 분들”이 아직도 사랑을 찾으신다니,

우리나라에서 이런 광고를 봤다면 다들 한마디씩 했을까요?

 

“아니 늙어서 무슨 망령이야?”

 

사실 숫자로만 들리는 “일흔 살”은 정말로 허리가 꼬부라져서 아무것도 못하실 거 같은 나이이지만, 이곳의 70대는 아직 정정합니다.

 

미국의 정신 나간 대통령인 트럼프도 70 대이고,

유엔에서 꽤 오래 활동하셨던 반기문 전 유엔총장도 70 대이십니다.

 

 

신문의 “애인구함”지면입니다.

 

35살 총각이 Prinzessin 프린세신(공주)를 찾는다는 광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자기 짝이 되면 왕비를 만들어 주겠다네요.

 

바로 위로 81살 되신 헬가 할머니가 사랑이 넘치시는 할배를 찾으시고,

80대 초반이시 엘리 할매도 함께 하실 할배를 찾으십니다.

 

73세 되신 엘사 할매는 여성스럽고, 집안일과 정원을 가꾸는 일을 좋아하시며, 아직도 차를 직접 몰고 다니신다고 하시며,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주실 할배를 찾으신답니다.

다시 누군가의 품에 안겨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말이죠.

 

굉장히 인상적인 광고도 하나 있습니다.

 

69살 된 할배는 외롭고, 불쌍(가난)하고 차도 없지만..

믿을만하고 부드럽고 로맨틱한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부나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자신이 돈이 없다는 이야기죠.) 둘이 함께여야 삶을 아름답다고 합니다. 취미는 (돈 안 드는) 자전거 타기, 산책, 조각하기 등이랍니다.

(이 할배는 돈도 있고, 차도 있는 할매를 만나셔야 하듯..)

 

 

 

또 다른 애인구한 광고.

 

애인 혹은 파트너를 찾은 40대와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는 60대,70대,80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고령으로 갈수록 할매들 뿐입니다.

할배들은 수명이 할매 들보다 훨씬 짧으시죠.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시는 관계로 많이 외로우십니다.

 

그런 외로움을 조금 덜 목적으로 함께 살 사람 혹은 데이트 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연세가 있다고 하셔도 사실 “자신의 취향”은 있으실 텐데..

 

이렇게 신문에 돈 내고 하는 광고로 정말로 파트너가 구해지기는 하는 것인지..

그것이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나름의 노력을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신문은 지역에서 발매되는 신문인지라 이 광고를 낸 어르신의 자식 혹은 손자가 이 광고를 볼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60대라면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으니 그렇다고 쳐도 80대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당당하게 함께 살 사람을 구하는 이곳 어르신들의 정신이 건강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도 종로일대에 몰려드는 할배들과 그들을 상대하는 박카스 아줌마의 영업(?)을 이슈로 만들지 말고 이 일대의 “어르신들의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서 일반 할배/할매들이 서로의 파트너를 찾는 장소를 만들어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님, 어르신들 전용 신문을 발행해서 “짝 찾기”코너를 만들어도 좋을 거 같구요.

 

“우리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남세스럽게 나이 들어 주책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제분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자신들의 체면 때문에 홀로되신 아버지/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외롭게 사시게 하는 거 보다는 (아버지/어머니가) 가실 때까지 당신들의 삶을 제대로 즐기시게 해드리는것이 효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아무도 효도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삶에 충실할 뿐입니다.

 

부모 곁을 떠난 자식들은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고, 혼자 남은 아버지/혹은 어머니는 자식들의 방문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대신에 자신과 남은 여생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데 충실하고, 또 찾았다면 새 파트너와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데 충실합니다.

 

꽤나 이기적으로 보이고 때로는 “가족애”라는 것을 찾기 힘든 서양인들이 생활방식이고,

문화이지만, 그 속에도 나름이 질서는 있고, 그 안에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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