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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70-오클랜드 공항에서 하는 노숙

by 프라우지니 2018.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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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뜨기 위해서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문제라면.. 내 비행기는 12시간 후에 뜬다는 거죠.^^;

 

 

 

내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30분.

내가 탈 비행기는 낼 아침 8시 45분.

 

남편은 공항 근처의 백패커에서 잘 수 있게 숙박을 예약 해 줄 의향도 보였지만,

무거운 짐들을 다 들고 백패커에 갔다가 공항에는 6시 전에는 나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5시 이전에는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또 무거운 짐들을 다 들고 공항에 와야 하는 불편함을 한 번에 해결하고자.. 그냥 공항에서 날밤을 새기로 했습니다.

 

공항에서의 12시간이라고 해도 낮과 밤은 차이가 약간 있습니다.

 

낮에야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거려 보고!

작은 공항이지만 위, 아래로 걸어 다니며 운동도 하고!

심심하면 뭘 먹기도 하겠지만..

 

밤이면 아무래도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활동에 약간의 제한이 따릅니다.

 

다음날 출국하면 비행기에서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니,

밤에는 일단 누워서 쉬어 줘야하고, 잠도 조금 잘 수 있으면 좋죠.

 

 

 

내가 가지고 온 가방들도 몇 개 되니 짐도 관리하면서 잠도 자야 하는데..

일단 공항에 도착했으니 배낭을 메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모든 가방을 다 카트에 실어놓고는 앉아있을 때도 카트 앞에 다리를 딱 걸어놓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 출국할 때까지 내 앞의 가방들을 잘 관리하고 신경 써야 합니다.^^;

 

파란색 슈퍼마켓 쇼핑백에는 평소에 짠돌이였던 남편이,

떠나는 마눌을 위해 푸짐하게 쐈습니다.

 

토마토 주스, 샌드위치, 수리미(맛살)에 여러 종류의 과일에 버스에서 남았던 야채스틱까지.

 

공항에서 뭘 사먹고 싶어도 싸온 것이 많으니.. 출국하기 전에 가방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먹어치워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네요.

 

저녁은 가방 속에서 햄치즈 샌드위치, 토마토주스에 야채스틱을 꺼내 먹었습니다.^^

 

 

 

시간을 보낼만한 장소를 찾아서 공항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내가 찾아낸 곳입니다.

 

패스트푸드점의 옆 공간입니다.

일단 밤을 새야하니 세수도 하고, 이도 닦고 잠잘 준비는 완료.

하지만 이곳은 영업장이니 벌러덩 누울 수 없어서 앉아서 시간을 보냅니다.

 

누울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1층의 벤치에 잠시 누워서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차멀미 때문에 잠은 잘 수가 없어서 그냥 누워 있다가 이곳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일단 자리를 찜했으니 이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저녁에는 제법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공항이 밤이 깊어지니 한산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가고 있는 이 시간.

나 혼자였던 공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영업하는 집에 눕는 건 실례가 되는 행동인데도 오가는 사람들이 드물어진다고 벌러덩 눕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만, 전 끝까지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투랑기에서 오클랜드 올 때 6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왔더니만 머리가 심하게 아팠던지라, 앉아서 자보려고 해도 잠을 잘 수 없는 상태였고, 계속 앉아있음 피가 다리로 쏠리는지라, 가끔 다리를 위로 들어주는 정도로 관리(?)만 했습니다.

 

 

 

절대 안 갈 거 같은 시간이더니만, 앉아있다 보니 이제 짐을 붙일 시간입니다.^^

 

대한한공이라고 체크인 안내도 한국어로 하네요.

간만에 한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공항에서 만났던 뉴질랜드 교포들에게 대한항공 항공권이 엄청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급하게 한국으로 들어가는 상황이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오클랜드-인천 왕복 항공권이 2,000불이 넘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오스트리아-한국경유-오클랜드 왕복항공권을 1200유로(였나?)주고 샀었는데...”

 

 

 

공항에서 밤새고 카운터가 열리길 기다려 짐을 부쳤습니다.

 

커다란 트렁크 하나 보내고 나니 날아갈 거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가벼워진 카트를 끌고 공항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닐 수 있는 거죠.^^

 

 

 

뉴질랜드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입니다.

 

“굿모닝 오클랜드!!!”

 

마눌이 공항에서 밤을 새는 사이에 남편은 전화를 2번 해 왔습니다.

 

한 번은 마눌없이 혼자 보내는 밤이 둘일 때보다 더 많이 춥다고!

 

마지막은 비행기를 탈 준비를 하는 마눌에게..

“조심해서 가고, 도착하면 바로 문자를 넣으라고!”

 

공항에서 보낸 12시간이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후딱 간 시간입니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한 노숙은 성공입니다.

잠은 자지 못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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