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862-다민족 저녁식사로의 초대,

by 프라우지니 2017. 12. 12.
반응형

 

길 위에서는 얻어먹기도 하고, 내가 베풀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어 파티 아닌 파티를 하기도 합니다.^^

 

이날도 그런 날이었나 봅니다.

 

 

 

우리 옆으로 자리를 잡은 요트아저씨가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셨습니다.

 

뜬금없는 일 같기는 하지만, 우리가 남에게 줄때도 있는지라,

받을 때도 사양하지 않고 감사하게 받습니다.^^

 

아저씨도 우리처럼 며칠 비가 와서 축축해져버린 것들을 말리러 홀리데이파크에 오신 모양입니다. 말릴 수 있는 건 꺼내서 다 말리는 중이네요.

 

음식을 주러 오신 아저씨는 꽤 오랫동안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남자들의 수다가 여자 못지않다는 걸 아는지라, 수다가 시작되면 여자는 살짝 빠져줍니다.^^

 

 

 

아저씨가 주신 음식은 “햄 야채 파이”로 명명된 후에 부부의 뱃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배고픈 여행자에게는 뭐든지 맛있는 법이니 말이죠.^^

 

지금 사진으로 보니 그리 신선해 보이는 파이는 아니었는데..

그때는 정말 맛있게 해치웠습니다.^^

 

저는 해 먹는 요리보다는 사먹는 요리가 더 맛있고,

내가 한 것보다는 남이 해준 요리가 더 맛있는 아낙입니다.^^

 

 

 

남편이 잡아온 커다란 브라운송어.

생선을 다듬는 곳에서 포를 뜨려고 하니 누군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거는 레몬 넣고 통째로 구워먹으면 맛있는데..”

 

우리는 항상 반을 갈라서 뼈를 발라내고 구워먹었는데 통구이가 더 맛있다네요.

 

우리는 레몬도 없는데, 어떻게 레몬을 넣고 통구이는 할 것인지..

누군가 말을 걸어오니 남편이 대뜸 대답을 합니다.

 

“그럼, 네가 한번 요리 해 볼래?”

 

나중에 남편은 마눌의 구박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말 걸어온 아가씨가 예뻐서 송어 넘겨 준거지?”

 

얼떨결에 애나에서 송어를 통째로 넘겨주고,

마눌은 송어구이에 함께 먹을 감자샐러드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5살짜리 덴마크 아가씨, 애나가 우리의 저녁식사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송어구이를 하겠다고 가져갔는데, 요리를 한 사람을 저녁에 초대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죠.

 

송어구이에 필요한 레몬이 없는 애나는 같은 나라 사람인 중년커플에게서 레몬을 조달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커플도 저녁에 초대됐습니다.

 

우리는 처음 보는 독일청년 텐텐도 애나가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습니다.

우리의 저녁식사인데,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부부의 저녁 식사임에도 초대는 우리가 아닌 애나가 했습니다.^^;

 

저녁인 송어구이와 감자샐러드가 완성이 되고 사람들은 테이블에 모여들었습니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6명이 서로 안면트기를 했습니다.

 

덴마크 중년부부(51세)인 클라우드와 이다는 애나에게 레몬을 준 이유로 초대가 되었고,

25살짜리 스웨덴 아가씨 애나는 송어를 우리에게 받아서 레몬을 끼워서 오븐에 구운 요리사,

31살짜리 독일청년 텐텐은 애나의 초대로 한 상에 앉았습니다.

 

우리는 애초에 송어구이를 같이 요리 해 먹자고 했던지라..

감자샐러드를 지참해서 저녁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그렇게 다국적으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덴마크 사람 3명, 독일사람 1명, 오스트리아 사람 1명에 한국 사람까지!

 

덴마크 사람이 3명인 관계로 대화는 대체로 덴마크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뻥이 심하다고 합니다.

예전에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데..

없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서 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줘야 사람들이 “와~”하는지라,

그때부터 뻥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뱃사람들의 뻥인 모양입니다.

 

 

 

6명이 저녁을 먹으러 모였지만, 실제로 제대로 양껏 먹은 사람들은 애나와 우리부부.

 

나머지 3명은 자신들의 저녁을 이미 먹고 온지라,

우리들의 요리를 맛보는 차원에서만 먹었습니다.

 

6명이 모여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꽤 길었습니다.

 

사람을 사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저녁 한 끼를 먹는데 4시간 20분이 걸린걸 보니 말이죠.

 

우리 둘만 있었다면 후다닥 각자의 접시에 있는 음식을 먹어치우고는,

서로 마주 앉아서 각자의 노트북에 두 눈을 고정하고 시간을 보냈을 텐데..

 

가끔은 소란스럽게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남은 송어구이 1/2은 나중에 먹으라고 애나에게 줬습니다.

함께 먹으라고 감자샐러드도 통에 담아서 말이죠.

 

 

 

이날 저녁을 함께 먹었던 사람들은 그 다음날 서로의 갈 길로 나섰습니다.

 

헤어지면서 서로의 연락처는 따로 묻지 않았습니다.

인연이 있음 또 스치게 될 테니 말이죠.^^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