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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행 이야기

공항에서 본 안타까운 풍경

by 프라우지니 2017.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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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람들은 필리핀과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되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돈을 벌고 있죠.

 

필리핀은 전 세계에 돈 벌러 나간 사람들이 보내는 돈에 의해 경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각 가정의 가족중 한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해외에 나가 있다는 이야기죠.

 

전에 한 필리피노한테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바이에서 10년 동안 전기공사를 하는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뜨거운 사막의 날씨에 실외에서 전화선을 연결하는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의 생각에는 딱 10년이면 고향에 부모님 집을 지어주고, 그 옆에 자기 집도 지을 수 있을꺼라 생각을 했었던 지라 10년 동안 버는 족족 월급 전액을 다 집으로 보냈었는데...

 

10년간의 두바이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와 보니..

 

집 지으라고 보내준 돈들은 돈이 필요하다고 하는 아들들에게 빌려주고, 나머지 동생들 학비로 쓰고, 정작 지으라는 집은 기초공사만 끝난 상태로 그렇게 있었다고 말이죠.

 

필리핀은 이런 이야기들이 집집마다 존재합니다.

 

집안에 누군가가 돈을 벌면 나머지 가족들은 돈 버는 사람만 쳐다보면서 일하러 가지 않죠.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남성이 필리핀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면 그 여자만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자의 집안 전체를 부양해야한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줘야하는 생활비는 기본에, 옵션으로 따라오는 아내의 동생들 학비, 아내의 부모님 생활비 그리고 시시때때로 이런저런 행사가 있다고 돈을 벌려오는 아내의 집안사람들.

 

외국인에게만 기대오는 집안사람들 인줄 알았는데,

현지인에게도 그에게만 기댔던 그의 가족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인가?

싶기도 하고..^^;

 

오늘도 변함없이 이야기는 삼천포로...^^;

 

두바이에서 마닐라로 가는 항공편이라 대부분의 승객들은 필리피노이고,

드물게 섞인 외국인들은 우리처럼 “휴가”차 필리핀을 방문하는 관광객.

 

관광객들은 수화물도 간편한데 반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필리핀 사람들은 손에 들고, 어깨에 메고 짐이 많이 무겁습니다.

 

항공사마다 틀린데, 에미레이트 항공은 짐을 부칠 때 가지고 있는 수화물을 살짝 저울에 올려놓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수화물을 이렇게 확인 하나 부다 했었는데...

 

탑승게이트가 열리고 승객들이 탑승을 시작했는데도 더디게 줄어가는 승객들.

 

원인이 뭔가 줄을 찾아서 가보니...

 

 

400불 때문에 베낭을 비우시는 아저씨

 

보통은 탑승할 때는 탑승권을 반을 찢어서 돌려주는 작업을 하는디..

여기는 탑승객들 하나하나 뭔가를 확인 합니다.

 

뭔가 싶어서 보니 저울에 수화물을 하나씩 올리고 있습니다.

수화물이 규정한 무게보다 많으면 옆쪽에 가서 추가요금을 내야만 입장이 가능 한거죠.

 

돈을 내지 않으려면 넘치는 무게를 덜어야 내야만 합니다.

고향에 간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에서는 7kg까지 수화물을 허용하고, 면세품도 3kg도 제한을 해서 10kg까지만 허용. 그 이상을 넘어가면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는디..

 

무게에 걸려서 열심히 짐을 덜어내는 아저씨께 살짝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추가요금을 얼마나 더 내라고 하는데요?”

“400불 내라고 하는데..너무 비싸서....”

 

에궁,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가지고 가는 수화물 전체를 다해도 400불은 절데 안 될 거 같은디..

 

왜 400불이나 내야하는가에 대해서 이 금액과 전혀 상관이 없는 부부가 토론을 했었습니다.

아, 토론까지는 아니고 마눌의 끊임없는 질문과 남편의 침묵이 있었습니다.

 

“수화물이 보통 1kg에 20불 정도가 아니야? 그럼 20kg 이면 400불이라는 이야기인데..

10kg은 수화물 규정무게이니 빼고, 그럼 추가된 10kg이니 200불이면 되는 것이 아닌가?“

“....”

“아닌가? 1kg당 40불인가? 그래서 10kg 추가라고 400불을 내라고 한 건가?”

“...”

 

 

 

400불의 추가요금을 낼 수가 없어서 2개의 배낭에서 몇 켤레의 (신던)운동화를 휴지통에 버리고도 이것저것을 갖다 버리던 아저씨가 결국은 카트에 이렇게 물건을 버리고 들어가셨습니다.

 

몇 컬레 버리고도 남아있던 운동화 한 컬레에 초콜릿도 1kg까지 대용량이고, 물에 타먹는 주스 가루도 1kg짜리. 가족들에게 줄 선물로 샀던 모양인데, 선물 값보다 더 비싼 추가요금을 낼 수는 없어서 이리 버리고 가셨습니다.

 

하필 우리 앞에서 아저씨가 배낭 정리(?)를 하시는 바람에 저희 부부는 나란히 앉아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었었죠.

 

열심히 운동화를 갖다 버리시는 아저씨의 행동을 보고 남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운동화는 무게도 얼마 안 되는데...”

 

보기에 너무 안타까워서 남편에게 살짝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저 아저씨가 놔두고 간 물건 가지고 가서 아저씨한테 갖다 줄까? 나는 무게가 달랑달랑(8kg정도) 하지만 당신은 배낭에 노트북만 들어있으니 저기 카트에 있는 거 가지고 가도 될 거 같은데?”

 

한국정서로는 내 짐이 가벼우면 남의 짐을 조금 들어다 줄 수도 있지만..

 

(요즘은 이것도 잘못하면 큰 일 나죠. 내용물이 뭔지 모르는 물건을 부탁받고 나르다가 그 안에서 마약이라도 발견된다면 인생 종치는 지름길이죠.^^;)

 

보기에는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거죠.

남편은 마눌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우리가 탑승할 때는 관광객이라 판단을 한 것인지, 수화물의 무게 확인 없이 무사통과!!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라도 카트에 있는 물건을 한두 개 가지고 와서 전해 드릴걸..”

 

몇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아빠가 가족을 위해서 장만했을 선물들임을 알기에 그 물건을 놓고 가야만했던 아저씨의 뒷모습이 참 많이 씁쓸했습니다.

 

항공규정이 있다는걸 모르는건 아니지만,

같은 400불이라고 해도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상대적 가치는 엄청난 것이거늘..

 

에미레이트 항공은 세계에서 젤 부자항공이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선물까지 공항에 버리고 가게 만드는 야박함을 가지고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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