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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88 -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

by 프라우지니 2017.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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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명히 자유로운 여행자인데 언젠가부터 우리부부를 감시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녀는 남편주위를 더 오래 머물지만, 마눌이 머물고 있는 차에도 자주오고,

특히나 마눌이 주방에서 음식을 할 때면 떠나지 않고 집중적으로 주위를 맴돕니다.

 

그렇다고 매끼니 우리의 식사에 그녀를 끼워줄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요리 재료를 슈퍼에서 사온 경우는 더 그렇죠.

 

둘이 먹을 만큼의 재료인데, 둘이 먹을 것을 줄여가면서 다른 사람을 우리 밥상에 초대하는 것도 그렇고, 거의 매일 함께 먹어버릇하니 이제는 당연 한 듯이 끼니때만 되면 저희주위를 맴돕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우리부부가 마주보고 앉아서 가벼운 점심을 먹고 있으니 로스할매가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점심으로 저는 누군가 놓고 간 보리쌀로 밥을 해서 조개국물이랑 함께 먹었고, 남편도 비스킷으로 가볍게 먹는지라 로스할매가 오셨지만 함께 먹자고 할 만 한 것이 없었죠.

 

로스할매는 말도 조금 이상한 수법으로 하시는지라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나 여기에 앉아도 돼?”

 

4인용 테이블이 우리부부가 마주보고 앉으니 당연히 옆자리는 비어있으니 앉으시라고 하면..

 

“내가 소시지를 사려고 하는데, 너희들이랑 함께 먹었음 해서..“

 

소시지만 달랑 사오시고 나머지는 저에게 다 맡기시려고 하시는 말씀이죠.

 

마침 이날 저녁에 저희는 닭다리를 구워서 먹을 예정인지라 남편이 말을 했습니다.

 

“어쩌지요? 오늘 저녁에 저희는 닭다리 사다놓은 것이 있어서 그걸 먹을꺼거든요.

소시지는 내일이나 다음에 하죠!”

 

물론 저희가 가지고 있는 닭다리는 2인분인지라 함께 드시자는 말은 안했구요.

 

 

 

 

장을 보러 가셨던 로스할매는 저희가 저녁을 먹을 때쯤에 돌아오셨습니다.

 

우리가 저녁을 먹는 식탁에 오셔서는 묻지도 않는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장을 보러 갔는데.. 소시지는 못 샀어. 차안에 개가 있는지라 시간에 쫓겨서...”

 

거의 매일 하루 한 끼 정도는 우리와 함께 하셨는데, 오늘은 함께 먹자는 말도 없으니 섭섭하실 거라는 건 예상을 했지만 완전히 삐지셨던 모양입니다.

 

소시지 먹자고 하시고는 (함께 먹을) 소시지를 사오지 않으셨다니 말이죠.

 

그리고 함께 소시지를 먹자고 했던 그 다음날 로스할매는 하루 종일 사라지셨었습니다.

자신이 먹자고 해놓고 소시지를 사오지 않았으니 있으셔도 불편하시기는 하셨을 거 같습니다.

 

이때쯤에는 남편을 졸랐었습니다.

빨리 이곳을 떠나자고 말이죠.

 

우리가 떠나던지 로스할매가 떠나야 안 보게 될 거 같아서 말이죠.

 

공짜로 사는 것도 아니고, 돈 주고 사는 홀리데이 파크인데,

우리 주변을 맴도는 사람 때문에 마음 불편한 것이 너무 싫어서 말이죠.

 

불쌍한 노인이라고 생각 해 보지만, 하는 짓을 보면 불쌍하지도 않고,

사람이 말 한마디로도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는데,

 

얻어먹으면서도 자신이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우리가 음식을 줘야한다는 태도를 취하는지라.. 이때는 로스할매한테 음식을 드리고, 물어오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참 많이 껄끄러웠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 해 봐도 로스할매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였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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