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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런 부탁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7.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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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조금 당황스런 문자를 하나 받았었습니다.

 

평소에 연락을 자주 주고받던 사이도 아닌 뉴질랜드 백패커 주인이 뜬금없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2014년 저희부부가 뉴질랜드 길 위에 살다가 마무리를 지을 때쯤에 뉴질랜드 북섬의 작은 마을에 있는 백패커에서 한 달 넘게 살았었습니다.

 

 

 

얼마나 살았는지 여행일지를 보니 생각보다 더 오래 살았네요.

 

날씨도 그렇고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냥 머물게 됐었죠.

그 동네 도서관에 무료인터넷도 있는지라 이러저러한 이유로 있었습니다.

 

원래는 백패커들을 위한 숙소인데, 뒷마당을 캠핑족들한테 개방한터라..

저희는 저렴하게 그 마당에 차를 주차하고 살았더랬습니다.

 

원래 캠핑은 1인당 13불인데, 저희는 1인당 10불로 지냈던 모양입니다.

 

 

 

도미토리 방은 1인당 15불(인가?)하는 저렴한 곳으로 저렴한 만큼 시설이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백패커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는지 항상 젊은 여행객으로 붐비던 곳이었죠.

 

허름한 그곳의 거실에는 여러 나라의 국기가 주렁주렁 걸려있었습니다.

 

"이번에 남미에서 왔던 여행자가 자기나라 국기를 보내왔다"

 

이런 이야기도 주인장한테 들었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이곳에서 지냈고, 그사이에 얼마나 친해졌음 자기나라의 국기를 보냈을까?

뭐 이런 생각을 잠시 하기는 했지만 그냥 잊었었는데..

 

그곳을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백패커의 주인장이 문자 하나를 날려 오셨습니다.

 

 

 

제가 젤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입니다.

 

부탁을 하면서도 앞에 내 이름도 생략하고는 다짜고짜 이야기를 하죠.

 

나는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데 한국 국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오스트리아 국기와 한국국기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원하면 뉴질랜드 국기를 보내주겠다면서 말이죠."

 

국기를 보내주면 돈을 보내주겠다(물론 이 경우도 돈은 대부분 거절하지만) 가 사실은 정석인데,

그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국기를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무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나라의 국기가 그 나라를 상징하고 어찌 보면 그 나라 자체를 의미하는데,

그런 국기를 싸구려 숙소의 거실 인테리어로 쓰겠다니..

 

저는 국기를 올리고, 내릴 때 울리는 애국가를 들으며 가슴에 손을 얹고 "동작 그만"으로 자랑스런 태극기를 바라본 세대인지라..

 

태극기를 저렴한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절대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시죠?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해온 그 백패커 주인이 우리부부에게 고맙게 해준 것도 없지는 않지만..

그 주인 때문에 제가 알게 모르게 받았던 스트레스 또한 없지는 않았습니다.

 

궁금하신 분 만 읽어보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293

백인남편은 못 느끼는데 나만 느끼는 인종차별

 

그날 저녁 남편에게 백패커 주인에게 받았던 페이스북 문자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뉴질랜드 백패커 주인있잖아. 뜬금없이 문자를 보내왔는데, 오스트리아 국기랑 한국 국기를 보내달라고 하네. 지금 우리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걸 내 페이스북을 봤다면 알 텐데..

도대체 한국 국기는 어디서 구해서 보내달라는 이야기인지 원..."

 

가만히 있던 남편이 한마디를 했습니다.

 

"내년 10월에 갈 때 두 나라 국기를 가져가겠다고 해!"

 

정말 가져갈 의향으로 남편이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답장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답변에 대한 백패커 주인의 답장이 없습니다.

 

애초에 기대를 안했던 것인지..

아님 바로 안 보내줘서 열 받은 것인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람이 자기네 백패커를 방문한 여행객에게 이런 식으로 "국기를 보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저는 남편이 오스트리아 국기를 정말로 가져갈 생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시댁에 오스트리아 국기가 없고, 사려고 해도 그리 저렴한 가격은 아닐 텐데..

 

한국의 우리 집에 태극기가 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커다란 태극기이건 아님 행사용 걸이로 쓰이는 만국기 속의 태극기이건 일단은 어디서 사기는 사야하는데,

 

이걸 사기 위해서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한국에 들어갈 일이 없음 이걸 국제우편을 통해서 사야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이런 생각에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아니, 이 사람은 우리가 뉴질랜드에 다시 간다고 해도 선물을 챙겨줄 만큼의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자기네 숙소를 돈 주고 이용하던 고객 이였는데, 우리가 언제부터 친했다고 이런 부탁을 손님한테 하는 거지?"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뉴질랜드 길 위를 다시 달릴 때 그의 숙소를 찾게 될지는..남편의 성격상 뻥을 치는 스타일은 아니니 정말로 그가 운영하는 곳을 갈 생각이 있다면 국기를 준비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를 위해 내가 태극기를 사야하는 것인지,

나는 싸구려 백패커의 거실에 한국의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정말로 보내줄 의향이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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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느림보 2017.01.04 17:08

    좀 무례하내용 ㅠㅠ
    ㅏㅈㅁ시 머물렀을뿐인데 태극기를 보내 달라니용 ~~^^
    그냥 모른척 하셔용 ~~~!!!
    참 별의별 사람이 다 있군용 ..
    답글

  • 느그언니 2017.01.04 20:17

    나라도 화났을듯.. 태극기는 보기만해도 눈물납니다.. 우리나라사람인게 자랑스러워야하는데..
    요새는 웬지.. 서글픕니다.. 나라가 건강해야 외국에 나가 사는 교민들이 편할텐데..

    답글

  • ㅜㅜ 2018.03.24 23:01

    잘 모르겠네요. 가격을 보니 카우치서핑 비슷한데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있는거 같은데 카우치서핑같은 경우 무료로 재워주지만 함께 소통하거나 기념품이나 선물 준비해서 집주인에게 주는데 아마 저 주인은 국기를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답글

    • 카우치서핑이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엄연히 돈을 받고 운영하는 백패커인지라, 손님한테 대놓고 "너희 국기를 보내줘!"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한나라의 국기가 엉뚱한곳에 데코로 쓰일만한 아이템은 아닌거 같거든요. 최소한 우리 자랑스런 태극기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