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좌우충돌 문화충돌

스무 살 그녀, 동거를 시작하다

by 프라우지니 2016. 12. 26.
반응형

 

우리 반에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4명이 그룹을 이뤄서 다니면서 시험공부도, 수다도 떨고 은근히 외국인을 무시하는 눈길도 자기네들끼리 주고받는 제가 가까이 하기에는 조금 먼 그룹이죠.

 

25살 아가씨, 21살 아가씨, 20살 아가씨와 21살 청년!

 

그렇게 4명의 오스트리아 젊은이들은 자기네들끼리만 몰려다녔지만, 나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그룹이지만 대화를 전혀 안하는 건 아닌지라 대충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는 알고 있었죠.

 

25살짜리 아가씨는 남친이 없어서 부모님이랑 함께 살고 있는데, 최근에 남친이 생겼다고 들었던 거 같고, 아직 동거까지 생각할만한 단계는 아닌 거 같더라구요.

 

21살짜리 아가씨는 우리 직업교육을 시작하던 2년 전에 이미 남친이랑 동거중이였습니다.

그 당시 19살짜리가 남친이랑 살고 있다고 해서 참 신기하다..했었습니다.

 

원래 말이 없는 친구라 묻고 싶은 것이 많아도 남의 사생활을 묻는 것도 실례인지라 참았었습니다.^^;

 

부모님이랑 함께 살던 20살짜리 아가씨.

스파게티를 점심으로 싸왔는데, 함께 점심을 먹다가 물었습니다.

 

엄마가 스파게티 해주신 거야?

아니, 내가 했어.

 

보통 집에서 사는 아이들은 스스로 요리를 안 하는데..

 

뭔 소리래? 하시는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407

유럽에 있는 Hotel Mama 호텔마마를 아시나요?

 

? 엄마가 바쁘셔?

아니, 나 집 나왔잖아.

언제? ?

얼마 전부터 남친이랑 동거 시작했잖아.

~

 

 

그녀의 남친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중학교 동창이니 그 역시 그녀와 동갑인 20살 인거죠.  정말로 스무 살 예쁜 커플입니다.

 

그렇게 일단 대화는 끝을 맺었습니다.

우리 둘만 있는 것도 아니도 다른 사람도 있는지라 더 캐묻는 건 실례가 될 거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등교를 하니 교실 안에 그녀혼자 있길레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습니다.

 

J,나 너한테 질문 있는데... 개인적인 일이라, 네가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뭔데? 물어봐!

너 이번에 남친이랑 동거 시작했잖아.

"그걸 부모님이 허락했어? 나가래?

만약에 부모님이 반대했다면 동거 안했어?

아니? 부모님이 반대해도 상관없이 집 나왔을 거야.

남친이랑 만난 지는 오래됐어?

, 중학교 동창이야. 4년 넘었지.

둘이 살면 생활비는 어떻게 해? 부모님한테 보조받아?

아니, 그동안 모아뒀던 돈으로 충당하고 있어.

남친 사랑해?

, 그러니까 함께 살려는 거지.

나중에 결혼할 예정이야?

아직까지 그 생각은 안 해 봤어.

아이는 낳을 거야?

아직까지 아이는 생각이 없어. 6년 후쯤이나 생각하려고.

 

이렇게 물었으니 내가 왜 물었는지 설명해줘야 하는 거죠.

 

너도 알다시피 나는 다른 나라문화권에서 왔잖아. 우리나라는 결혼을 해야 함께 살거든..

그래?

결혼 같은 경우도 부모가 반대하면 자식들이 그 결혼을 안 하거나,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그래?

요새 신세대들은 대학교를 지방으로 가서 학생들끼리 동거도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부모님은 모르게 은밀하게 아주 소수만 하거든.

으음...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스무 살일 때도, 중년이 된 지금도 한국에서 20살짜리의 동거는 정상이 아닌 비정상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상 20살이면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자립이 불가능한 상태죠.

 

친척 중에 저와 동갑나기가 있었습니다.

 

경상도의 한 여고 앞에서 당구장을 하던 전라도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라졌던 내 동갑. 물론 가족들과는 연락을 했었지만, 친척들 사이에서는 행방불명된 사람이 됐던 동갑.

 

그 동갑을 다시 만난 건 몇 년 후 그녀의 언니 결혼식에서 였습니다.

 

그 전라도 청년을 따라 전라도에 가서 살았고, (그동안 결혼식은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20대 중반에 이미 두 딸의 엄마가 되어있었습니다.

 

스무 살에 낳은 그녀의 큰 딸이 지금 20대 후반일 테니.. 지금쯤은 시집을 갔으려나요?

그랬다면 나와 동갑인 그녀가 지금쯤 할머니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네요.

 

서양에서 사람들이 일찍 동거를 시작 하는 건 부모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기가 고등학교 졸업(혹은 대학교 졸업후 취업)이 아니라 중학교 졸업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14~5살에 이미 직업교육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어서 자기용돈 혹은 자기가 사는 월세까지 내가면서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하고, 15살에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20살이면 이미 사회생활 5년차에 들어서는 직장인으로 거듭나는 거죠.

 

병원실습 중에 만났던 병동 36살의 체코출신 병동 도우미.

 

자기가 이미 할머니라는 말에 저를 아주 많이 놀라게 했죠.

 

아니, 네가 나이가 몇인데 할매야? 난 아직 애도 없는데..(내가 게으른 건지..^^;)

내가 18살에 첫아이를 낳았거든, 내 딸도 나처럼 18살에 아이를 낳았어.

그렇게 나가다나 너 환갑되기 전에 증조할머니 되겠다.

그럴지도 모르지. ㅋㅋㅋ

 

우리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죠.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어도...

 

외국에는 절대 이 말이 농담이 아닙니다.

첫사랑에 실패해도 십대 후반에 이미 자식을 낳아서 기릅니다.

 

제 주변 저와 동갑내기들은 다 장성한 자식들이 있습니다.

 

우리 반에 3학기에 편입으로 들어온 동갑이면서 저보다 생일이 느린 리투아니아 출신 L20살에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았는데, 지금은 둘 다 성인이 돼서 독립해서 산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 틀리고..

나는 20대 후반에 결혼을 할 기회(는 있었지만..)도 없었고, 결혼을 한 나이도 늦었고,

 

어쩌다 보니 결혼 10년차에 들어서면서 아이가 없이 살고 있지만..

아이가 없어서 미치도록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나는 도대체 이뤄놓은 것이 무엇인가?

뭐 이런 생각은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것이 인간이고..

그리고 지금 주변의 내 또래를 봐도 아이들이 이미 성인인지라 혼자이기는 마찬가지더라구요.

 

오늘도 20살 어린나이로 동거를 시작하는 J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은 뭐래?로 끝냅니다.^^

뭘 말하려고 쓰기를 시작했는지.. 지금은 생각이 없습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